| MRI는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인간친화형 진단 장비로 거듭나기 위해 기술 발전을 이뤄나가고 있다. 사진은 도시바의 최신 MRI ‘Vantage Titan 3T’에 배경 이미지를 합성한 모습 |
소음 · 진동 확 줄이고, 조영제 안 써 부작용 줄여 |
진료 현장에서 귀로 듣는 청진기는 유물이 됐다. 몸속을 손금 보듯 하는 ‘영상장비’가 진단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MRI(자기공명영상촬영)는 영상진단 기술의 선두주자다. 횡 · 종단은 물론 대각선 단면까지 자유자재로 보여준다. MRI가 뇌 · 척추 · 관절 ·근 육 등 각종 질환을 진단하는 데 널리 쓰이는 이유다. 요즘 MRI가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됐다. 휴머나이징(Humanizing) 기술이 그것이다. 인간친화형 진단 장비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휴머니즘을 더한 ‘신개념 MRI’ 를 조명한다.
MRI는 자기력을 활용한다. 강력한 자기장을 지닌 기계 속에 인체를 집어넣어 영상을 만든다. 촬영 부위에 고주파를 쏴 돌아오는 신호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MRI는 자기장과 고주파를 이용한 검사여서 인체에 무해하다. 수㎜ 크기의 이상 병변을 감지해 낼 정도로 해상력도 뛰어나다. 근육 · 인대 · 뇌신경계 · 종양 등 연부조직 촬영에 적합하다. 대한전자공학회 의료영상시스템연구회 오창현(고려대) 회장은 “MRI는 영상의학의 꽃으로 불린다” 며 “지난 20년간 의료영상 분야에서 가장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지금은 사용의 불편함을 줄이는 인간친화형, 환자중심형으로 변화하는 추세” 라고 말했다.
미세혈관 · 혈류 흐름까지 영상화
MRI 촬영을 위해 환자가 검사대에 누우면 귀마개를 꽂고 헤드폰을 덧씌운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소음 차단 도구가 무색할 만큼 시끄러운 기계음이 들린다. 공사장 소음과 맞먹는 100dB 수준의 소음 탓에 환자는 불안해진다. 최근 이런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인 조용한 MRI가 뜨고 있다. 세계 특허 정음기술을 획득한 ‘피아니시모(Pianissimo)’ 가 등장했다. 소음을 유발하는 특정 장치를 공기가 없는 진공관이나 감쇠물질(음량을 줄이는 물질)로 감싸 방어벽을 치면 사람에게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할 수 있다. 피아니시모 정음기술을 이용했을 때 3T(테슬라) MRI는 약 33.3dB의 소음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T MRI는 소음의 약 90%가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MRI 촬영의 또 다른 부담은 조영제다. 조영제는 MRI 촬영 시 혈관을 잘 보이도록 도와주는 약품이다. 주로 가돌리늄 함유 조영제를 사용하는데, 아주 드물게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특히 신장질환자에게 조영제를 투여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0년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배포하고 신장 기능 저하로 피부 · 관절 · 장기가 굳는 증상인 신원성전신섬유증의 발생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다행히 조영제 공포는 점차 희석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비조영 혈관검사 기법이 나오면서부터다. 비조영 혈관검사 기법은 심장이 수축 · 이완할 때 혈류 속도가 다르다는 것에서 착안했다. 혈류 속도가 느린 이완기에는 동맥과 정맥이 동시에 나오는 영상을 얻는다. 반대로 혈류 속도가 빠른 수축기에는 정맥 영상만 획득한다. 이때 두 영상을 감산해 동맥 영상을 분리해 내면 동맥과 정맥 영상을 따로 볼 수 있다.
현재는 조영제를 쓰지 않고도 손발의 미세혈관을 영상화한다. 하지정맥류, 당뇨병 때문에 발생한 말초혈관의 혈액순환 장애까지 잡아낸다. 4D 혈관조영검사 덕택에 혈류 관찰도 가능해졌다. 척수액의 흐름을 최대 5초 동안 관찰할 수 있는 최신 기술이다. 환자는 조영제를 투여하지 않아 안전하고, 의사는 고해상도 영상을 얻어 일석이조다.
4D 혈관조영검사로 혈류 관찰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린 MRI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도시바 의학연구소 미쓰에 미야자키 박사는 “4D 혈관조영검사 기술로 질병 · 혈류의 움직임을 보다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며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는 비침습적 기술로 환자 만족도가 계속해 높아질 것” 이라고 강조했다.
MRI는 검사 시간이 길다는 게 단점이다. 종류별로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이상 소요된다. 원자핵이 공명한 뒤 제자리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걸려서다. 더 높은 자장을 지닌 MRI를 써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검사 플랜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예컨대 심장 MRI 검사를 하려면 인체를 다각도로 살펴보는 데 가장 최적화한 6개 단면을 미리 정해야 한다. 기존에는 해부학 구조를 잘 아는 전문가가 수동으로 진행했다.
최근에는 기본 위치탐색용 촬영 영상으로 자동계산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됐다. 검사 플랜을 설정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생략되면서 검사가 보다 빠르고 쉬워졌다. 특히 재촬영 시 동일한 영상의 질을 단시간 내에 확보할 수 있다.
오창현 회장은 “MRI는 기술의 진보가 이뤄질 때마다 새로운 영상기기로 탈바꿈했다” 며 “혈관과 심장, 뇌기능, 대사의 영상과 더불어 향후에는 생각을 영상화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예상했다. 질병을 찾아내는 기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뇌과학 분야에 혁신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 중앙일보선데이 제428호 | 김선영 기자 | 201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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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탄생 발자취 · 이론 정립→인체 촬영→ fMRI 등장까지 70년 |
MRI는 인류사에서 손꼽히는 발명품이다. 핵심 기술로 노벨상을 두 차례나 받은 이력이 이를 증명한다. MRI는 몸속 수분(수소 원자핵)에 강한 자기장이 걸리면 핵이 공명을 일으켜 움직이는 원리를 이용했다. 이론을 밝혀낸 사람은 펠릭스 블로흐와 에드워드 퍼셀. 이들은 1946년에 이론을 발견해 52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후 자기공명 이론은 다방면에서 응용됐다. 특히 미국의 폴 로터버는 의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았다. 자기장의 세기를 달리하면 방출되는 전파가 신체 어느 곳에서 왔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영국의 피터 맨스필드는 얻은 데이터를 빠르게 영상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결국 이들의 연구결과 덕분에 인체 내부를 정확히 영상화하는 오늘날의 MRI가 탄생한 것이다. 이들도 200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MRI의 기술발전을 이끄는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근래에는 융합연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연조직의 표현력과 대조도가 높다. 이로 인해 영상기기뿐 아니라 치료기기와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MRI를 기반기술로 한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촬영)는 뇌과학 연구에 신기원을 열었다. 뇌신경 전달물질의 산소 소모량 변화로 증가 · 감소하는 혈류량을 파악한다. 사람의 의식과 감정 변화에 따른 두뇌 반응을 영상화할 수 있다. fMRI 기능이 계속 발전한다면 치매 · 중풍 · 정신과 질환의 조기 진단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 중앙일보선데이 제428호 | 김선영 기자 | 201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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