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많은 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불청객인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한여름 밤 귓가에서 ‘윙윙’ 맴도는 모기 소리는 소름이 끼칠 만큼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모기는 지구 상에 약 3500여 종이 있고 한국에만도 9속 56종이 기록되어 있을 만큼 다양하며 포유류, 조류, 같은 곤충 등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포악한 포식자다.
오랜 기간 모기는 계속 진화해 왔고 말라리아, 일본뇌염, 뎅기열 등과 같은 전염병 및 질병을 유발시켜왔다. WHO(세계 보건기구)는 ‘지구 상 인간에게 가장 위협적인 생물체’로 모기를 꼽기도 했다.
해마다 전 세계 72만 명 이상이 모기가 옮긴 질병으로 사망하는데 전쟁과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는 47만 명 정도로 상상 이상으로 모기의 위험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반려동물에게 치명적인 심장사상충도 모기를 매개로 전염된다.
출처이미지투데이
특히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모기의 번식력은 더욱 강해지고 활동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이랬던가. 즐거운 여름을 불편하게 만드는 ‘모기’에 대해 알아보고 현명하게 대처해보자.
Q. 모기는 피만 먹고 산다?
수컷 모기는 주둥이가 약해 동물의 피를 먹지 않으며 암컷과 수컷 모기 모두 평소에는 식물의 즙이나 이슬을 먹고 산다. 그러나 산란철이 되면 암컷 모기는 산란에 필요한 혈액의 성분을 얻기 위해 흡혈을 한다. 사람과 동물의 피에는 철분, 단백질이 풍부해 알의 성숙에 도움이 되기 때문. 모기의 흡혈 주기는 보통 이틀에서 사흘 정도로 알려져 있다.
암컷 모기의 1회 흡혈 양은 자신의 몸무게의 두 배 정도이며 피를 빨고 나면 몸이 무거워 비틀대거나 날기 어렵다. 때문에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7~8시간가량 단백질 소화 및 수분 배출을 위해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Q. 모기가 가장 좋아하는 혈액형은 O형?
일본의 한 연구팀이 2004년 소위 산모기라 알려진 ‘흰 줄 숲 모기(Aedes albopictus)’가 어떤 혈액형의 사람을 더 많이 무는 지에 대한 혈액형 실험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다양한 혈액형을 가진 남녀 64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고 O형의 사람이 다른 혈액형보다 더 많이 모기에게 물렸다. 이후 모기는 O형을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확산됐는데 관련 학회는 표본이 너무 적고 결과를 도출한 근거를 찾지 못해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혈액형은 모기의 선호도와 무관한 것으로 말하고 있다.
Q. 술을 마신 사람이 모기에 더 잘 물린다?
모기는 매우 발달된 후각을 가졌는데 20m 넘게 떨어진 곳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모기는 신진대사가 활발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고 체온이 높은 사람을 좋아하는데 신진대사와 젖산 분비가 활발한 어린 아기가 나이 많은 사람보다 물릴 확률이 더 높다.
영국 의학전문지 란쳇(Lancet)에 따르면 임신부는 일반 여성에 비해 21%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기 때문에 모기들이 더 좋아한다.
또한 술을 마신 사람이 모기에 더 잘 물린다고 알려졌는데 술이나 단백질이 체내에 분해될 때 요산과 암모니아가 모기를 더욱 끌어들인다고 한다. 그리고 모기는 땀으로 분비된 지방산, 젖산에 이끌려 날아들기 때문에 땀을 흘린 이후에는 꼭 샤워 후 취침하는 것이 좋다.
Q. 모기가 물면 왜 간지러울까?
국내 연구진은 2015년 모기가 흡혈 대상의 피에서 나는 냄새로 혈관을 기가 막히게 찾아 빠르게 피를 빨아먹고 달아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모기는 흡혈을 할 때 기다란 대롱 모양의 주둥이를 찔러 넣는데 이때 하루딘이라는 침샘 물질을 주입한다. 그러면 침이 들어가도 아픈 느낌을 덜 주고 피의 응고도 막아주는데 일단 침이 빠지고 나면 이 물질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면서 아프고 가렵게 된다.
Q. 모기에 물렸을 때 손톱으로 십자가를 만들면 효과가 있다?
모기에 물렸을 때 손톱으로 누르거나 긁을 시 손톱에 있는 세균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간혹 침을 바르기도 하는데 이 또한 2차 감염 위험이 있으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간지러운 부위를 긁으면 뇌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분비돼 더 가렵게 된다.
일단 모기에 물리면 비누로 물린 부위를 깨끗이 씻은 후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해주는 항히스타민제나 부신피질 호르몬제가 있는 약을 발라주는 것이 좋다. 물파스에 이런 성분이 들어 있어 가려움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모기의 침 성분은 40~50도 정도의 열을 가하면 변성돼 가려움증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된다. 티스푼을 따뜻한 물에 담가 데운 후 물린 부위에 30초 정도 갖다 대는 것도 팁이다.
Q. 모기는 에이즈, 코로나를 전염시킬 가능성이 있다?
다행이지만 아니다. 에이즈는 인간의 체내에만 생존하고 증식하면서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사람 간에 전파되는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다. 곤충매개 질환이 아니므로 에이즈 감염자를 문 모기나 벌레 등을 통해서는 전파되지 않는다.
코로나 또한 동일하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는 지난 25일 모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를 전파할 수 없다고 전했다. 세계 보건기구(WHO) 또한 코로나 19는 호흡기 전파이며 모기 매개 전파는 증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Q. 모기는 빛을 좋아한다?
모기는 가시거리가 1.5m에 불과한 지독한 근시기 때문에 작은 불빛은 잘 보지 못한다. 이 때문에 밝은 불빛에 더 잘모여드는데 불을 켜야 하는 밤에는 저조도의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Q. 모기가 싫어하는 향이 있다?
그렇다. 모기는 후각이 극도로 발달돼 있기 때문에 모기가 싫어하는 특정 향을 이용한다면 모기를 물리치는데 효과를 볼 수 있다. 페퍼민트, 바질, 레몬 유칼립투스, 캣닢 등은 모기가 좋아하지 않는 향을 가지고 있어 천연살충제로 추천되기도 한다.
또한 모기는 토마토에 함유된 ‘토마틴’이라는 성분을 싫어하는데 미국 노스 캐롤리나 주립대 연구팀은 토마토에서 생성되는 물질이 해충퇴치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인 DEET보다 더 효과가 좋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천연 모기 기피제를 만들기도 하는데 계피와 소주를 일대일로 섞은 후 2주 정도 숙성시키고 이것을 다시 물에 희석해 뿌려주면 모기 퇴치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강력한 모기 퇴치를 위해 모기 기피제인 스프레이, 모기향 등의 제품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화학성분이 함유돼 있을 수 있으니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Q. 고층은 모기로부터 안전하다?
모기는 7~8m 정도 높이 날 수 있는데 건물로 치면 2~3층 정도다. 하지만 바람을 타고 더 높이 날 수도 있고, 엘리베이터나 배수구 등을 통해 고층 건물에 들어갈 수 도 있다.
Q. 비가 오면 모기가 날지 못할까?
매우 놀랍지만 장대같이 쏟아지는 폭우에서도 모기는 생존한다. 모기의 가벼운 몸무게와 온몸에 덮인 방수성 털은 모기가 빗방울에서 자유롭게 빠져나올 수 있게 한다.
심지어 자신의 몸무게보다 약 50배 무거운 빗방울 속에서도 살아남는다.
Q. 선풍기 바람은 모기의 접근을 방해할 수 있다?
그렇다. 모기는 날개와 다리가 길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선풍기를 미풍으로만 틀어도 모기가 1m 안으로 접근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선풍기 바람이 몸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냄새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해 모기가 목표물을 찾는 것을 방해한다.
Q. 모기퇴치 앱(app)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
2014년 미국 NBC Today 방송의 케리 샌더스 기자가 스마트폰 모기 퇴치 앱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5천 마리 모기가 든 상자 속에 팔을 넣고 모기퇴치 앱을 작동시켰으나 효과는 없었다.
스마트폰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모기퇴치 앱의 원리는 모기가 싫어하는 음파로 모기의 접근을 막는 것이다.
모기퇴치 앱은 2만 Hz(헤르츠) 이상의 고주파를 이용하는 방식과 수컷 모기의 비행 음파 영역인 250~1000Hz의 주파수를 이용하는 방식 두 가지가 있다.
2만 Hz이상의 고주파의 경우 모기의 천적인 박쥐, 잠자리가 내는 음파로 모기를 위협하는 것이며, 250~1000Hz는 산란기 암컷이 기피한다는 수컷 모기 비행 음파로 흡혈 모기인 암컷 모기를 쫓아내는 방식이다.
고신대학교 보건환경과 이동규 교수는 2013년 “잠자리, 박쥐의 비행 음파를 이용한 고주파 방식은 임상실혐 결과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컷 모기 비행 음파는 임상실험에서 약 33% 정도 효과가 있지만 장소에 따라 서식하는 모기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효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Q. 북극에 ‘모기 최대 생산지’가 있다?
북극해 연안에 위치한 툰드라(Tundra)는 ‘얼어붙은 평원’이라는 의미처럼 일 년 중 여름인 약 4개월을 제외하고는 250여 일이 눈으로 덮여 있다. 이런 툰드라가 갑자기 세계 최강 모기 생산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보통 모기는 영하의 날씨에 살지 못하지만 무서운 적응력과 번식력으로 무장한 툰드라 모기는 영하의 50도의 기온에도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겨울철 툰드라 땅 밑에서 알이나 유충으로 얼어있다가 여름이 되는 순간 녹아서 번식한다.
툰드라에는 모기의 천적마저 없어 활개를 치는데 순록의 두꺼운 가죽을 뚫을 정도로 강하게 성장해 사람의 청바지도 뚫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앞서 수컷 모기는 흡혈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툰드라의 모기들은 수컷 모기마저 피를 빠는 무시무시함을 과시한다.
Q. 모기를 잡는 ‘킬러 모기’가 있다?
영국의 생명공학기업 옥시텍은 첨단 기술을 이용해 유전자를 변형시킨 이른바 ‘GM(Genetically Modified) 모기’를 개발했다. GM 모기는 불임 수컷 모기로 암컷과 교미해도 알이 태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며 특히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주 매개체인 이집트숲 모기 박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옥시텍은 7억 5000만 마리의 GM 모기를 미국 플로리다에 방사할 계획을 전달했고 지난 5월 전격 승인된 후 올여름 ‘대규모 GM 모기 부대’ 공습이 대기 중이다.
‘모기 잡는 모기’, ‘킬러 모기’ 등으로 불리는 GM 모기 방사가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의 한 바이오벤처 업체 역시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허가를 통해,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미국 20개 주와 워싱턴 DC에 ‘킬러 모기’를 판매할 권한을 얻었다.
한편 현지 한 환경단체는 수컷 GM 모기에서 태어난 모기들이 저항성을 가져 도리어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Q. 모기의 이로운 점은 정말 없을까?
정말 바퀴벌레와 함께 박멸하고 싶은 모기는 인간에게 직간접적으로 해를 주는 대표적인 해충으로 불린다. 그러나 모기가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사실.
모기의 유충인 장구벌레는 수중생물들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또한 모기는 꽃가루 수분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모기가 사라지면 생태계와 먹이 사슬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