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대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주택의 매매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반면 전세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자 일부이지만 "전세가 상승세가 매매가를 밀어 올릴 것"이라거나 아예 "이 참에 집 한 번 사볼까'하는 식의 제목을 단 선동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레퍼토리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가가 상승할 때도 등장했으나 이후 매매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함에 따라 왜곡 선동보도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이 또 다시 무책임한 선동보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군소 경제신문들의 선동적 보도를 다음 등 인터넷 포털이 '제목 장사' 에 이용하는 바람에 이 같은 선동적 정보들이 많은 서민 가계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부동산정보업체의 호가 지수로도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매매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한두 군데 일부 반등한 곳을 두고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올렸다"는 식으로 근거 없는 선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전세가격은 주택 가격 대세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주택 매도후 전세전환수요 및 매입포기수요 증가로 일시적으로 전세수요가 늘어난 측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세상승기 때의 통념과는 달리 주택 매매가는 하락하는 가운데도 전세가는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도표1>에서도 보는 것처럼 1990년대 초중반의 대세하락기에도 일어났던 일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주택가격 상승기 때의 환상에 젖어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심각한 착각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주택가격이 떨어지면서 전세 수요는 전세보증금 확보에 문제가 없는 '안전한 전세' 수요로 집중되고 있다. 수도권 곳곳의 입주 단지에서 여전히 빚 많은 주택 소유자의 전세가 제대로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이 단적인 증거다.
<도표1> 서울 아파트 사이클에 따른 전세가 추이
▲KSERI(김광수경제연구소) 작성
거꾸로 전세 공급 측면에서는 가계 부채 부담으로 인한 '안전한 전세' 공급의 부족과 일부 지역의 월세 전환 증가로 인한 전세물량의 상대적 부족, 빚 많은 다주택자들이 주택 처분을 위해 전세를 내보내는 사례 증가, 수도권 입주 아파트에서 잔금을 치르지 못해 전세로 내놓지 못하는 입주 물량의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전세자금 지원으로 인한 전세시장 유동성 증가와 언론의 선동보도, 이에 차입비용을 줄이려는 주택소유자들의 전세가 끌어올리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주택시장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잠재적 주택매도자와 매수자간 힘겨루기가 전세시장을 배경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힘겨루기의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 당장 전세시장에서 마찰적인 수급 미스매치가 있지만, 수도권 주택시장 전반의 주택 공급은 매우 과잉된 상황이다. 또한 전세가가 상승하면 전세 공급이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레 증가해 가격 안정화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주택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전세가도 본격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외환위기 때나 2008년 말에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집값 하락에는 온갖 부양책을 동원하는 현 정부가 전세가 상승세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큰 문제다. 현재 수도권 주택 가격은 소득이나 물가 상승수준, 전세가 대비로 매우 높다는 점은 거의 대부분 가계가 체감하고 있고 지표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부풀어오른 '미친' 주택 가격은 어떤 식으로든 정상적 수준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주택 가격이 조정되는 시장의 가격조절 메커니즘을 교란하며 DTI규제를 해제하는 등 온갖 부양책을 남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약 250조 원의 공공부문 부채를 늘려 직간접적으로 건설 및 부동산 부양에 쏟아부었다. 저금리 정책과 가계대출 상환 만기 연장, 재건축 규제 완화, 각종 부동산세 감세 등 온갖 제도적 부양책도 아끼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진짜 서민들이 겪고 있는 전세난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태도가 역력하다. 오히려 전세난을 방치하며, "서러우면 집을 사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주택건설업체들의 부설 연구소나 상당수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도 주택 매매가가 떨어질 때는 온갖 부양책을 내놓으라고 난리를 치더니 전세가 상승세에 대해서는 "시장에 맡겨라" "소형 주택 사는 것을 고려하라"는 식의 조언(?)이나 내놓고 있다.
8.29대책 이전까지 곧 공급 과잉으로 부동산시장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 떨던 언론들이 이제는 표변해 공급 부족으로 금방이라도 전세가와 매매가가 뛸 것처럼 선동보도하고 있다. '전세대란' 등의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세입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며 다주택 소유자들의 전세가 끌어올리기를 '엄호사격'하고 있는 꼴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다주택 소유자들이 계속 최대한 '버티기 모드'로 들어가 주택 처분을 미루며 버티게 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가를 최대한 끌어올리게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세시장조차 교란돼 전세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국민주택기금 등에서 전세 대출을 확대해 당장은 서민가계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생색내고 있지만, 이는 길게 보면 서민가계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도표2>를 보면 해마다 전세대출금도 급증하여 서민들이 전세를 얻는데도 빚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전세가가 올라 서민주거 생계를 위협하면 전세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이지 "돈을 더 빌려줄 테니 그 돈으로 오른 전세값을 내라"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배추값 만 원 오른 것은 문제가 되며 전세값 수천만원 오른 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식의 황당한 생각인 셈이다. DTI 규제를 해제한 '8.29대책'에서 보듯이 정부가 주택가격이나 전세가를 적극적으로 낮추려고는 하지 않고, 가뜩이나 빚더미에 올라있는 서민들에게 빚을 더 내 거품이 잔뜩 낀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을 떠받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2010년 수치는 연환산치(위)이거나 8월 현재 수치임(아래)
주택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전세가도 떨어지게 돼 있다. 그 같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가격조정을 정부가 나서서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의 침체는 길어지고,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뿐이다. 서민들이 전세가 상승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한두 해가 아니다.
OECD국가 수준인 10~35% 수준에 비해 형편없이 적은(4% 수준)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시급히 늘려야 한다고 우리 연구소는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면 이처럼 매년 이사철만 되면 많은 서민들이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오히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이고 분양용, 매매용 주택을 대대적으로 짓는 보금자리정책을 펼치면서 '친서민' 주택정책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도표2>에서 볼 수 있듯이 2005년 이후 공공임대주택 공급량 변화(인허가 실적 기준)를 보면 10.3만(2005년)→10.6만(2006년)→13.3만(2007년)→10.8만(2008년)→7.7만(2009년)으로 현 정부 들어 가파르게 줄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올해는 현재까지 2491가구만이 승인됐다. 연말에 인허가 실적이 많이 는다 해도 이것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반면 공공부문의 분양주택 공급은 2005년 4.1만 호에서 지난해에는 9.9만 호까지 두 배 이상 늘었다. 공공이 공공임대주택은 짓지 않고, 분양주택만 열심히 지어대고 있으니 역주행도 이런 심각한 역주행이 없다. 이것이 MB가 '친서민 주택정책'이라고 포장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정책의 실체다.
물론 지금 임대주택 물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로 2007년 인허가된 공급물량이므로 사실 지금 주택 임대시장에서 공공임대 공급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매우 늘어난 상태다.
MB정부 들어 공공임대 물량 공급이 본격 줄어든 2009년 물량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2012년 이후다. 그때 쯤에는 지금의 전세시장 내의 마찰적 미스매치가 상당히 해소되고 매매가 하락세가 본격화돼 전세가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전략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주택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함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정부가 추구해야 할 주택정책의 기본 목표는 서민 주거 안정과 집값 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주택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주거비를 보조해주거나 주택융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 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비중이 큰 사업은 역시 주택공급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올바른 주택정책이라면 한국 경제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미 지난 7~8년 동안 잔뜩 부풀어 올랐던 부동산 투기 버블이 붕괴하고 성장잠재력이 바닥나다시피 한 상태에서 한국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와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더 이상 경제 활력을 회복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따라서 주택정책은 이 같은 장기 경제성장 정책의 한 부분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이 같은 경제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소유보다는 활용 위주의 주택공급을 확대해 국민들이 저렴하게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장기임대아파트(임대에는 전세주택까지 포함)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의 평균 공공임대주택 재고 수준인 20% 전후 수준까지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민간부문은 거래투명성과 보유세 합리화를 선진국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것을 전제로 시장자율에 맡기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흔히 공영개발 장기임대주택의 입주조건은 저소득층 서민으로만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 무주택 중산층까지 범위를 확대해갈 필요가 있다. 주택을 보유한 은퇴한 고령자가 쾌적한 장기임대주택에 입주하여 안심하고 살 수 있다면 자신이 보유한 주택을 매각하고 장기임대주택에 입주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들 고령자들을 위한 사회보장비용 부담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에 매물이 늘어나 실질적인 주택공급 증가로 가격도 안정된다. 또한 기존 주택의 활용도도 높아지게 돼 경제 전체적으로 과다한 자원을 주택에 낭비하는 것도 줄일 수 있다.
가상의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은퇴한 60대 부부가 30평대 5억 원 짜리 아파트에 사는 경우에 비해 1억 5000만 원짜리 장기전세주택에 사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장기전세주택에 살면 노부부는 5억 원짜리 아파트에 살 경우에 비해 3억 5000만 원의 여윳돈이 생기게 된다. 이 경우 노부부는 이 여윳돈을 적극적으로 소비에 지출할 수 있고, 건강 유지 등에 쓸 돈도 늘어난다. 이런 주택정책이 정착되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노령인구 증가로 인한 소비 위축 효과가 줄어든다. 또한 각 노후세대가 자력으로 건강을 돌보고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생겨 정부의 복지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공영개발 장기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전체적으로 주택보급률과 주택소유율을 동시에 높여줄 뿐만 아니라 건설 물량을 늘린다는 점에서 건설경기 활성화에도 반하지 않는다.
▲ 신도시 건설 현장. ⓒ뉴시스
더구나 판교에서와 같은 로또식 투기판을 조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택매매 수요의 상당 부분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 가격 폭등기에 매우 뛰어난 가격안정화(price stabilizer)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따라서 공영개발 장기임대주택의 공급확대가 대규모로 이루어지면 부동산가격이 매우 빠르게 하향 안정세를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향 안정세가 장기간 지속되어 부동산 가격이 적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상황에 따라 그때 장기임대아파트를 실수요자인 입주자를 중심으로 시가로 분양함으로써 주택소유율을 높여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민간부문의 주택가격도 공공부문의 주택가격에 수렴할 것이다.
그러면 앞서 언급한 공공주택 공급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쾌적하면서도 저렴한 장기임대주택을 어떻게 공급할 수 있을까. 그 단서는 현행 공공택지 및 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개발이익이 배분되는 구조에 있다. 지금까지 공공택지와 신도시에서 공동주택이 공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땅주인과 거주자, 개발 공기업(토공, 주공 및 각 지방개발공사), 시행사, 설계사, 시공사 및 투기세력 등에 배분돼 왔다. 그런데 이들 공공택지나 신도시 지역에서 공급돼 온 분양주택의 분양가 가운데 택지비와 건축비가 전체의 90%가량을 차지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는 이 같은 막대한 개발이익을 공공이 흡수해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하기보다는 이들 개발이익을 공기업과 건설업체, 투기세력 등에 돌아가도록 방치했다.
그렇게 해서 분양가가 높아지면 여론 무마용으로 분양가를 주변시세보다 낮게 책정해 주택을 분양 받은 당첨자들이 로또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투기를 조장했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배분돼 온 개발이익 전부를 흡수해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인하로 환원한다면 깜짝 놀랄 정도로 저렴한 임대료로도 충분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별도의 대규모 재정을 들이지 않고 공공 영구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
먼저 국민연금이나 국민주택기금과 같은 공공기금 등 공익사업자 또는 장기임대주택 사업 의향을 가진 은행, 증권사, 리츠(REITs), 보험사 등 민간투자기관 등을 공익사업자로 정부가 지정한다. 그리고 민간건설업체는 공공이나 민간의 공익사업자가 발주하는 주택건설 공사만을 맡아 공급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기존의 '정부 택지개발→건설업체 분양→주택 시공'이라는 선분양 구조 하에서 지금까지 건설업체가 금융조달과 주택시공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던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
즉 투자재원 확보는 공익사업자인 금융투자기관이, 주택건설은 건설업체가 각각 분담함으로써 장기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공익사업자는 건설업체에 발주한 주택건설 단가를 낮추고 품질관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판교신도시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2006년 1차 분양 당시 판교신도시에 공급되는 2만5000가구 아파트를 전부 분양할 경우 총 개발비용은 6조 원, 분양가는 8조 원(택지비 5조 원+건축비 3조 원) 가량으로 추정되었다.
또 당시 분당지역 시세를 기준으로 한 판교신도시 2만5000가구의 총 시세는 13조 원 가량으로 추산되었다. 이 경우, 판교신도시 개발에서 발생하는 총 개발이익은 주택건설 개발이익 2조 원(분양가 8조 원- 개발비용 6조 원)과 분양 시세차익 6조 원(=13조 원-8조 원)의 합계인 8조 원이 된다.
공익사업자로 지정 받은 금융투자기관 등은 전체 개발비용 6조 원의 투자재원을 투입해 판교신도시에 공급되는 전체 장기임대주택을 소유하게 된다. 대신 공익사업자인 금융투자기관은 개발이익 8조 원을 장기임대주택에 입주하는 무주택서민들의 임대료 인하로 환원해주는 것이다.
대신 공익사업자인 투자기관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6조 원에 대한 적정 투자수익률만 확보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정부는 민간 금융기관 등의 투자재원을 활용해 충분히 저렴한 임대료의 장기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 건설업체는 적정마진을 보장 받는 주택건설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사업구조인 것이다.
공익사업자로서 국민연금기금을 가정하여 장기임대주택의 사업성에 대해 구체적인 시나리오 분석을 해보자. 2006년 당시 국민연금 전체의 평균투자수익률은 5% 정도였다. 이를 바탕으로 공익사업자인 국민연금의 장기임대주택 투자수익률을 5%로 간주하고, 은행예금이자율은 4%로 가정하자. 공익사업자의 평균투자수익률과 예금이자율은 상호 연동하는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경기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변수다. 즉 은행 예금이자율이 높아지면 공익사업자의 평균투자수익률도 높아지고, 반대로 이자율이 낮아지면 투자수익률도 낮아지는 구조인 것이다.
또,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여기서는 판교신도시 지역의 아파트 매매시세 및 전세가는 분당지역과 동일한 것으로 가정한다. 이 같은 조건 하에서 집값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까.
자세한 계산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만 소개하면, 판교신도시 32평형 아파트의 경우 택지비 2560만 원에 건축비 8000만 원을 더한 다음 감리비와 설계비 등 기타 비용 10% 정도를 더 감안할 경우 32평형 아파트의 총 분양가는 1억1616만 원이면 충분한 것으로 나왔다.
이 같은 분양원가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등 공익사업자가 장기임대주택 사업을 전개할 경우 아래 <도표3>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막대한 임대사업 수익이 발생한다.
국민연금은 장기임대주택을 소유하는 순간 곧바로 4억3919만원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이 시세차익을 임대료로 환원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국민연금이 입주자에게 임대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월 134.6만 원까지 생활비를 지급해도 손해가 나지 않는다.
이 경우 정부는 입주자에게 저렴한 수준의 임대료를 받은 돈까지 합쳐 향후 지속적으로 장기임대주택사업을 확대해갈 수 있는 기금을 축적할 수 있다. 또는 여기에서 발생한 재원을 축적해 장기임대주택 입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상당액의 주거보조비를 매월 지급해줄 수도 있다. 또한 향후 집값이 대폭 하락해 시세차익이 준다고 해도 여전히 임대주택사업이 성립하게 된다.
<도표3> 장기임대주택사업 시나리오 분석
▲ (주) KSERI 작성
이론적으로는 주변 시세가 약 1억5000만 원까지 떨어져도 이 같은 임대사업이 성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주변 주택시세가 떨어지면 일반적으로 용지 보상비 또한 떨어져 분양원가를 더욱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그렇다. 설사 시세가 1억5000만 원 이하로 떨어진다고 해도 이는 이미 집값 안정이 필요 없을 만큼 시세가 충분히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적절한 기준에 따라 국민연금이 임대주택을 주택시장에 매매용으로 내놓아 차익을 실현하도록 하면 된다.
지금껏 본 것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공공주택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공익성을 강화하면서 그 목표를 달성할 최적의 방법을 찾는다면 저렴하고 쾌적한 장기임대주택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 또한 지금처럼 주기적으로 전세가가 상승해 서민 가계가 주거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 같은 사업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익사업자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과 토지보상, 감정평가, 감리제도, 금융기관 공사보증 제도, 하도급 구조, 건설업역 제도 등 건설산업 제도 전반의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럴 의지도, 그래야 한다는 문제의식조차도 없어 보여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장기공공임대주택 사업은 서민 고통을 가중시키는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고 서민주거 안정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향후 본격화할 고령화 충격을 줄이는 일석삼조의 방책임을 깨닫기 바란다.
삼성경제연구소가 9월 29일 ‘부동산 시장, 대세하락 가능성 점검’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해 상당수 언론에서 인용 보도했습니다. 보고서의 결론은 ‘집값이 급락하거나 대세하락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총평부터 하자면,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는 기존의 부동산-건설업계가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며 마르고 닳도록 써온 레파토리를 짜깁기한 한심한 수준의 보고서입니다. 제가 그 동안 써온 글들을 꾸준히 읽어보신 분들은 그 보고서에서 든 논거들이 얼마나 빈약하고, 현실을 왜곡하는 보고서인지 잘 아실 것입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길게 되풀이해서 설명드리기도 싫지만, 삼성경제연구소가 가지는 영향력을 고려해 다시 한 번 설명드립니다.
저는 보고서 원문을 읽어보았으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요약과 설명의 편의상 보고서 내용을 소개한 한 언론기사 가운데 핵심적 내용에 대해 제 설명을 다는 방식으로 전개했으니 양해를 바랍니다. 참고로, 인용한 언론보도는 이데일리가 작성한 기사를 토대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보도내용1:
연구소는 먼저 "부동산가격 급락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LTV(담보인정비율)를 40~60%로 제한하는 등 엄격한 대출규제를 시행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주택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나는 등 대출부실화 위험이 적고, 앞으로도 위험대출군에 대한 과도한 대출을 막아 부동산가격 급락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저의 설명1:
LTV는 은행들의 대출자산 건전성을 살필 수 있는 기본 지표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은행들의 LTV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은 다행입니다. 적어도 미국처럼 금융권, 특히 제1금융권의 급격한 시스템 붕괴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만을 가지고 부동산 가격의 대세하락 가능성이 낮다고 말할 근거는 못 됩니다. 왜냐하면 LTV비율이 낮다는 것만으로 일반 가계에도 충격이 없을 것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일반 가계 입장에서 주택 자산가치 대비 차입 비율이 어떤지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려면 한국의 경우 전세금의 비중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에는 전세 제도가 없고, 이로 인해 집을 살 때 전세보증금을 레버리지로 삼는 현상은 없기 때문입니다. 전세금이 무이자 차입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계약 만료시에 세입자에게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05년 기준 328만호인 전세 가구 수에 전세보증금 1억원만 쳐도 328조원이 됩니다. 현재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액이 340조원에 이르는데, 일반 가계 입장에서 보는 주택자산가치 대비 레버리지 비율은 두 배나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국내 전세제도가 지속돼온 현상으로 이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는 차입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오르는 동안 전세를 끼고 두세 채씩 집을 사는 방식의 투자(또는 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만큼 전세금 가운데 상당부분은 투기 차입금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만큼 주택 가격 하락기에 주택 하락 악순환을 부르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2008년말 경제위기 시에 이미 경험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LTV 비율이 안정적이라고 해도 이는 시중은행의 대출자산 부실화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지, 빚을 많이 진 가계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주택시장에서 주택가격은 상대적으로 소수의 거래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다 차입 가계가 버티지 못하면 결국 주택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 지금은 비교적 안정권인 LTV비율 또한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은마아파트 등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상 단지와 판교신도시 등 2000년대 부동산 투기를 주도했던 아파트 단지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포함할 경우 평균 레버리지는 60%를 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들 과다 차입 가계의 상당수가 버티지 못하고 매물을 내놓게 되면 집값은 빠질 수밖에 없고, 얼마든지 급락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래 <도표1>에서 강남구의 실거래가 추이를 예시했지만, 이미 2006년 말(수도권 핵심지역) 또는 2008년 중반(수도권 외곽) 이후 강남 3구를 비롯한 서울 전역의 실거래가가 10~20% 하락한 상태입니다. 용인, 분당, 평촌, 일산, 김포, 파주 등 수도권 도시들은 이미 30~40% 가량 하락한 상태입니다.
또한 현재의 LTV 평균 비율은 이미 상당 폭 떨어진 실거래가와는 달리 고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국민은행 호가를 근거로 하고 있어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이미 제2금융권 주택대출 가운데 2006년 이후 대출액의 대부분은 이미 LTV 비율 8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 1금융권의 경우에도 국민은행 가격 대신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LTV 비율이 이미 상당 부분 높아져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금융권의 주택대출 만기 상환 연장 등의 조치로 이자만 내는 상태인 가계들이 전체 주택대출의 80%에 이릅니다. 2005년 이후 이뤄진 주택대출의 경우 이 비율은 95%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만기 상환 연장 조치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업습니다. 이미 설명한 바 있듯이 2012년경에 이르면 주택대출 만기 도래액이 지난해의 두 배에 이르게 됩니다. 만약 그 시점에 금리가 오르고, 주택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금융권이 지금처럼 계속 만기 상환 연장을 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면 금융시스템에 큰 충격이 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 상태에서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현실화하는 것을 감추고 있어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을 뿐, 수면 아래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잠재적 부실 규모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도내용2:
연구소는 또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로 주택처분이 급증하고 인구감소로 부동산 수요가 위축돼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노후세대는 주택보유에 대한 니즈(needs)가 높고 주택수요의 기본 단위인 가구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수요위축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저의 설명2:
지금 당장 수도권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인구 감소 요인 때문이 아닙니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부풀어오른 가운데 이미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들까지 거의 다 사버렸기 때문에 떨어지는 것입니다. 즉,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 공급 과잉이 현재 수도권 주택시장의 현실입니다. 사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이런 가격 원리에 따른 주택수급 현실에 대한 기본적인 경제학적 개념도 없는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동안 현재의 주택 가격을 떠받쳐 왔던 투기적 가수요마저 가라앉자 주택시장의 가격메커니즘에 따라 가격 하락이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인구감소는 당장 현재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기보다는 이미 대세하락 흐름에 접어든 주택시장의 침체를 장기화하게 되는 중장기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표2>에서 알 수 있듯이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국내 인구는 2018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부동산-건설업계, 그리고 삼성경제연구소는 향후 주택시장 수요가 한동안 늘어나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택수요는 단순히 사람 수뿐만 아니라 구매력을 동반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그 갭을 주택대출을 통해 메워왔지만, 이제는 주택대출도 과거처럼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경제활동인구나 주택구매수요 연령층의 인구를 살펴보는 것이 훨씬 더 적실성이 높습니다. 역시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는 2016년부터, 35~55세 사이의 주택구매수요 연령층은 당장 2011년부터 감소하게 됩니다. 주택구매수요 연령층의 감소가 전체 인구 감소보다 주택시장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또한 기본적으로는 플라자합의 이후 인위적인 저금리 기조에 기반한 투기 광풍으로 폭등한 주택가격이 급락하면서 발생했습니다. 다만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하는 ‘단카이세대’가 은퇴하고 주택구매연령층인 35~54세 인구가 90년대 초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그 충격이 증폭되고 장기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2010년대 한국의 상황도 그와 비슷한 형국입니다. 만약 삼성경제연구소의 주장대로라면 일본의 경우에도 전체 인구가 정점을 기록한 2006년까지는 버블이 붕괴하지 않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총인구가 향후 일정 시점까지 늘어난다는 것을 근거로 주택수요가 계속 늘어나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더구나 앞서 말한대로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경제학적 이해도 없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향후 가구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주로 저소득 1인가구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저소득 1인가구는 고령화에 따른 독거노인이나 일자리가 없는 가운데 집값은 높아져 결혼을 못하고 있는 노처녀노총각 그룹이 대부분입니다.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의 43% 정도에 불과한 1인가구가 최소 4억~5억 이상 되는 수도권의 아파트를 사줄 수요라는 것은 부동산업계의 희망사항일 뿐 말이 되질 않습니다. 어떻게 주택정책상의 지원 또는 보호 대상이 될 만한 가구가 분양용, 투자용 주택의 수요자가 된단 말입니까?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한국보다 앞서 1인가구가 급증했던 일본 정부도 버블 붕괴 후 1인가구를 대상으로 고가 매매용 주택을 공급하는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인지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국내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 그리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웃나라의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어 보입니다.
또한 노후세대의 주택보유에 대한 니즈가 높다고 해서 신규 주택 수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 노후세대는 기존 주택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것일 뿐 40~50대 전반처럼 부동산 투기의 핵심이었던 중대형 고가 아파트를 신규로 사줄 수요는 아닙니다. 현재 부동산 거품의 주도주라고 할 수 있는 중대형 고가 아파트를 사줄 수요층이 줄면 지금의 부동산 버블의 핵심은 무너지게 돼 있는데, 노후세대 증가는 바로 이 수요층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이들 노후세대는 기존 주택을 그대로 보유하는 게 아니라, 규모를 줄여가는 경향이 높습니다. 상식적으로도 자녀 출가 후 소득이 줄어드는 상태에서 관리비가 많이 드는 40~50평형 이상 고가 아파트를 유지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입니다. 더구나 현재의 니즈 조사는 주택가격이 계속 올랐던 2000년대의 경험을 배경으로 한 조사에 가까우며, 향후 주택가격 대세하락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 이 같은 니즈는 급감하게 돼 있습니다. 이는 세계 각국에서 주택버블이 붕괴한 후 공통적으로 주택에 대한 니즈가 급감하고, 주택소유율이 단기간에 급락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후세대의 주택보유 니즈에 관한 주장은 인구 감소에 의한 주택가격 하락 전망을 반박하기 위해 최근 부동산업계나 관련 학계에서 내놓는 주장인데, 설득력이 너무 빈약해 정색하고 반박하기도 민망할 정도입니다.
보도내용3:
부동산 시장 불안심리에 대해서도 "자가보유비율이 낮아 잠재적 수요기반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격하락에 대한 기대심리가 부동산 시장 전반의 위축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005년 기준 한국의 자가보유비율은 55.6%로 세계 주요국 중 최저 수준이다. 추가적인 가격하락 기대를 갖고 있는 무주택자의 경우 주택가격이 낮아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실수요로 전환될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저의 설명3:
이 같은 설명은 현실을 정반대로 왜곡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주택보급률이 주택총량에 관한 거시정책 지표라면 주택 자가소유율은 주택가격과 가구 소득수준을 반영한 시장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구수에 비해 주택총량이 많아 주택보급률이 아무리 높더라도 주택가격이 높거나 주택가격에 비해 가구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을 경우에는 주택 자가소유율이 낮아지게 됩니다. 반대로 주택가격이 낮거나 가구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주택 자가소유율은 높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표4>에서 보는 것처럼 1995년 이후 주택보급률이 전국과 수도권에서 모두 20% 이상 급증했음도 불구하고 주택 자가소유율은 같은 기간 53.3%에서 2005년 55.6% 증가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2010년의 경우 57% 전후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주택보급률은 급증했으나 자가소유율은 같은 기간 3~4% 정도 증가한 셈입니다.
이처럼 주택보급률이 급증했으나 자가소유율 증가가 낮다는 것은 소득수준에 비해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가소유율 증가율이 이렇게 낮다는 것은 그동안 공급된 주택의 대부분이 2주택 이상 다주택 투기자들에게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기존의 소득에 비해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절반 가까운 가계가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있는 소득수준이 못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현재의 주택가격 수준에서 집을 사줄 수 있는 수요가 이미 없다는 뜻으로 주택 가격이 상당히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물론 주택가격이 낮아지면 수요가 일정하게 늘 수 있으나 최소 5년 이상에 걸쳐 현재보다 대폭 떨어진 주택 가격이 형성돼야 생겨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유효수요자라고 보기 힘들며, 사실 전월세 수요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연구소는 정부의 주택정책이 소유(분양) 중심에서 전월세(임대)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입니다. 하지만 역대 정부와 건설업계는 엉터리 주택공급 부족론을 내세워 분양 위주 주택정책을 고수했습니다. 그 결과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 가운데 자가소유율은 50% 대에 불과할 정도로 주택시장을 투기장으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고가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유효수요 기준으로 보면 이미 한국은 수도권에서 넘쳐나는 미분양, 미입주 물량이 나타내듯이 엄청난 공급과잉 상태에 있는 셈입니다. 이처럼 엄청난 공급과잉을 주택담보대출을 바탕으로 한 투기적 가수요로 메워왔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바닥나 있는 상태입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한국의 주택시장은 매우 심각한 잠재적 붕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국의 주택 시장이 얼마나 투기시장으로 변질돼 있었는지, 그래서 투기거품 붕괴가 불가피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를 삼성경제연구소는 거꾸로 유효수요가 충분하다는 근거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주택가격과 소득의 상관관계, 그리고 이에 따른 자가소유율과 주택보급률의 상관관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무지의 소치이거나, 부동산 기득권에 봉사하기 위한 의도적 왜곡일 뿐입니다.
보도내용4:
연구소는 이어 "가계채무부담 확대가 주택처분 증가, 주택가격의 추가적 하락, 금융부실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가 있지만, 대출자산 건전성이 개선되고 이자 지급부담 완화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리스크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LTV는 34.5%로 전년보다 1.5%포인트 하락했고, LTV 50% 이상인 대출 비중도 16.6%로 전년보다 2.2% 떨어졌다. 지속적인 대출규제로 LTV 비율이 낮아지는 등 대출건전성이 개선됐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저의 설명4:
삼성경제연구소는 아전인수격의 눈속임용 자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알다시피 2008년은 수도권 전반에서 주택가격이 급락했던 시기입니다. 반면 2009년은 주택가격이 반등해 국민은행 호가지수로는 상당 지역에서는 급락 전 고점을 회복했습니다. 이 같은 집값 반등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는 가계대출 상환 만기를 연장해주고 DTI규제를 해제하는등 가계 부채를 부추겨 2009년 한 해에만 45조원의 가계부채가 늘어났습니다. 정부 스스로도 이 기간 국공채만 200조원을 발행하는 등 막대한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을 쏟아냈습니다.
결국 2009년은 가계나 금융권이 주택대출 다이어트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주택대출액을 급격히 늘려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를 더욱 키웠던 시기입니다. 다만 2008년 비해 2009년의 주택자산가치가 급반등하다 보니 자산가치 대비 대출액 비중을 나타내는 LTV 비율이 개선된 것으로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자산가치는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이 보여주듯이 얼마든지 급락할 수 있습니다. 주택대출이 줄거나 대출 상환 구조가 개선되지 않았는데, 단지 일시적으로 자산 거품이 발생한 것을 근거로 대출건전성이 개선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주장입니다. 이미 올 들어 실거래가 기준으로 주택가격이 급락해 LTV 비율이 상당 폭 하락했으므로 LTV 비율은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실상은 언급하지 않고 2009년 상황을 2008년과 비교해 대출자산 구조가 개선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속임수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실상은 호가가 아닌 실거래가 기준으로 할 때LTV 비율은 지난해 말 이후로 매우 높아진 상태입니다. 또한 평균 LTV는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높아졌다고 하지만, 이른바 부실 위험이 커지는 고 LTV비율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에 따라 주택대출 연체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주택대출 연체율이 7월 0.53%에서 0.64%로 한 달 만에 0.1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는 2009년 초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연체율로 손실처리를 하기 전의 실질 연체율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제1금융권의 연체율은 지금 당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필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도표5>에서 보는 것과 같이 2년째 연장해주고 있는 주택거치 기간 만기 연장에 따라 만기 도래액이 시간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미 주택의 실거래가와 상업용 부동산 가격의 동반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2012년 이후 지금보다 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만기 상환 도래액이 2009년의 두 배 수준을 넘어설 경우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가계대출 다이어트를 유도하고, 금융권에서 부실 대출을 손실 처리하는 등 충격을 분산해 흡수해나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 정부나 기득권 언론, 건설-부동산-금융업계에서 하는 대로 거품 빼기를 미루면 미룰수록 부동산 거품의 충격은 커져만 갈 뿐입니다.
보도 내용5:
연구소는 특히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세 중과를 폐지해 재고 주택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양도세제의 시장왜곡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복잡한 세제를 단순화하고 일반소득과 함께 종합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의 설명5:
지금의 주택거래 침체가 가계소득 대비 지나치게 높아진 주택가격 때문이므로 이 같은 주택가격을 조정하지 않는 가운데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임시방편책을 내세워봐야 주택시장의 장기침체만 부를 뿐입니다. 위의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의 주장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왜 부동산부자와 삼성물산과 같은 건설재벌 등 기득권의 입장에 서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일 뿐입니다.
이외에도 비판할 내용은 많지만, 여기에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주택시장을 둘러싼 전반적인 현실을 왜곡하고 이치에 닿지도 않는 주장을 일일이 반박하는 일도 지겹습니다. 사실 이번에도 그냥 지나치고 싶었으나, 한국 사회에서 삼성경제연구소가 가지는 대중적 영향력을 감안해 불가피하게 이 글을 쓴 것입니다.
어쨌거나 이번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는 얼마 전 제가 비판한 바 있지만 G20회의의 경제적 효과가 24조원이라는 내용의 보고서에 이어 삼성경제연구소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또한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옹호하는 연구소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