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작도는 우리가 승봉도에서 바로 넘어온 섬이다. 그런데 예상과 다른 일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선착장에 내렸을 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고, 흉흉한 바람이 불어오며 구름으로 가득해 아침임에도 흐린 날씨가 분위기를 한껏 더 흉흉하게 만들고 있었다.
먼저 배에 내려서 마주한 한 매점에 들어갔을 때 예상외의 인사말을 들었다.
“나가시나봐요~?”
“아니요 저희 이제 막 들어왔어요.”
이제 막 들어온 사람한테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그 말에는 이유가 있었다.
“네?? 오늘 안나가면 며칠간 못 나가실텐데...”
알고 보니 바다의 날씨가 며칠간 좋지 않을 예정이라 서둘러 나가시는 분들도 있었던 것이다. 긴 여정을 온 우리로서는 딱히 피할 이유가 없었고, 오히려 대이작도에서 갇히길 다행이다 생각하게 되었다.



대이작도 가는 법
인천항->대이작도
오전 07:50
오전 08:30
오후 14:00
대이작도->인천항
오후 12:00
오후 14:30
오후 15:50
대부항->대이작도
오전 09:00
대이작도->대부항
오후 15:10
가보고 싶은섬 (승선권 예약 사이트)
https://island.haewoon.co.kr/
보통 바다 날씨는 아침에 좋다가 오후에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조기회항을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돌아가는 날에는 주민 방송을 참고하거나 미리 인천항 혹은 대부항의 선착장에 전화해서 당일 스케쥴을 확인하는 게 가장 좋다.
장담할 수 없는 일정 속 우리는 일단 머물기로 했다. 대이작도는 소이작도와 마주보고 있는 섬이다. 여기서 이작도라는 말의 어원이 있는데 원래 이 섬이 해적들이 머물고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그 해적들을 이적이라 불렀고 이 말이 세월이 흐르며 변경되어 이작이 되었고 이작도라는 섬으로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대이작도 또한 여러 방송에서 촬영을 왔으며 풀등이라는 대표적인 관광지가 있다. 하지만 풀등 또한 지난 여행기의 무인도인 사승봉도처럼 여행 성수기에 맞춰야 어선을 빌릴 수 있어 단 둘이서만 가기엔 가격이 부담되는 곳이었다.
풀등은 강 하구에 퇴적물이 쌓이며 만들어진 ‘사주’다. 그런데 섬 앞에서 무슨 강의 퇴적물이라고 할까. 왜냐하면 해수면이 상승하기 전 강의 퇴적물이 쌓이던 곳이 바로 풀등이었고, 세월이 흐르며 밀물과 썰물을 통해 퇴적물이 쌓인 모습이 지금의 풀등이다.
풀등은 바다 한가운데에 떠있는 모래 언덕으로 시기에 맞춰 간다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백패커들이 보기엔 대이작도는 참 매력적인 곳이 많다. 이 매력적이라는 말에는 바로 야영지를 뜻하는데 대이작도의 멋진 바다 풍경을 보여주는 부아산과 송이산 모두 위에 데크가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 두 곳 모두 야영 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결국 멋진 풍경과는 별개로 백패커가 머물 수 있는 야영장은 작은풀 해수욕장, 큰풀 해수욕장의 야영장뿐이다.
우리는 작은풀 해수욕장에 머물게 되었다. 개수대, 화장실, 분리수거 쓰레기장 모두가 있는 곳이며 시즌이 아니라 샤워실만 문을 닫은 상태였다. 심지어 성수기가 아닐 때는 사용료 만원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캠핑 사이트에 있던 중 한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다. 때마침 씻기 위해 하루는 숙박업소를 이용하려던 찰나였기에 정보를 얻고자 했다. 야영장 시설 소독을 하던 아저씨는 고민하다가 우리에게 말했다.
“내일 9시즈음 데리러 올테니까 가자고.”
아저씨는 작은 펜션과 바다 스포츠를 운영하시는 분이었다. 하루를 머물며 휴식을 하려던 우리에게는 이 우연이 큰 행운을 만들게 되었다.
아저씨는 이것저것 보여주고 먹게 해주고 싶어 하셨다. 거기다 궁금한 게 많았던 나는 아저씨를 따라 다니며 이것저것 배우게 되었다.
먼저 아저씨는 한 달에 한 번 설치하고 빼는 그물을 건져내셨다. 밀물과 썰물을 이용해 어류들을 잡는 방식이었는데 가장 물이 많이 빠지는 시기에 설치하고 그 다음에 다시 가져오는 방식이었다. 아마 며칠 더 있어야 할텐데 아저씨는 우리를 위해 서둘러 가져왔다.
그 후 펜션에서는 아저씨와 함께 생선을 다듬기 시작했다. 비늘을 긁어내고, 머리와 지느러미를 자른 후 정리해놓으면 아저씨가 소분하고 회를 뜨는 연계 작업. 이 다듬은 생선들이 점심엔 전어회가, 저녁에는 회덮밥으로 탄생했고, 아저씨는 그저 소주만 몇 병 사오라는 말과 함께 숙박비만 받으셨다.
사실 코로나로 인해 외지인을 반기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를 환대해주시고 챙겨주신 아저씨. 나와 지인은 다음에 대이작도를 온다면 삼촌(아저씨)을 보러와야겠다며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대이작도에는 두 개의 산이 있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기 좋고 운동시설 및 공원과 구름다리가 있는 부아산은 대이작도의 섬 끝 부분에서 바다와 섬들을 둘러보기 좋으며 의외로 벚꽃이 가득한 산길을 따라 내려온 뒤 해안산책로를 만나 마을로 돌아올 수 있다.







송이산은 대이작도의 중심에 있는 산이라고 볼 수 있다. 작은풀 해수욕장에서 섬을 관통하는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부아산에 비해 비교적 불편한 등산로가 나타난다. 하지만 지그재그를 통해 힘겹게 오른 경사에서 만나는 송이산 정상에는 멋진 정자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서는 부아산과는 다르게 정자 뒤로 딱 펼쳐진 멋진 바다가 나타난다.




작은풀 해수욕장 앞에는 썰물 시기가 되면 눈에 띄게 드러나는 지역이 많았다. 그중에서 바위 지대는 특히나 먹을 게(?) 많았고 체험 삼아 미리 준비해온 소소한 도구를 이용해 먹거리를 수렵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게 리얼 백패킹 야외 생활이라며 낄낄 거렸고, 기상으로 인해 갇힌 거 치고는 오히려 넉넉하게 보낼 수 있었던 4박 5일의 대이작도 생활도 끝이 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