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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는 일을 볼 때, 산의 나무와 숲은 자원이고, 사물이며, 경영의 대상이다.
그러니 필요하면 심고, 필요가 없으면 벤다.
이런 일을 주로 보고 경험한다.
몇년전 탄소흡수원 증진 계획의 일환으로 탄소흡수 능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하는 오래된 나무는 베고 새로 자랄 나무를 심자는 주장을 하며 산의 나무를 벌채하는 것이 화제가 되었다.
다양한 생태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나무와 숲을 탄소를 흡수하는 탄소통조림으로 여긴다.
서대문구의 한 유명 커피전문점 앞에 있는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가 고농도 농약으로 독살당한 사건도 다르지 않다.
보행이 불편하고, 간판을 가리고, 떨어진 잎과 열매가 불편하다는 이유 등의 민원으로 베어지거나 닭발 나무가 된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나무를 살피며 <나무의 권리를 위한 시민의 약속 선언문>을 작성했다.
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거리에서 아파트에서 학교에서 상가 앞에서 사람들을 위해 묵묵하게 살아가는 나무들이다. 폭염과 소음, 매캐한 미세먼지를 막아주고, 맑고 시원한 공기와 평안한 녹음을 주고, 걷고 싶은 길을 내어주고 도심에 새를 불러주고, 사람들이 배출한 탄소까지 흡수해준다. 나무가 건강해야 혜택이 많은데 매년 가혹할 정도로 무자비하게 잘리고 베어지고 있다.
나무는 사람이 죽이고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은 행복하지 않다. 도시와 사람들의 필요로 데려와서 심어놓고서는 제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존중해 주지 않고 있다. 우리 주변의 나무들은 도시의 시설물, 누군가의 재물이기 전에 살아있는 생명의 존재이다. 나무에 희생을 강요하는 일방적인 의무만 주어서는 안 되며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나무를 시민과 함께 공생하는 ‘살아있는 생명’으로서 존중할 수 있도록 우리는 나무의 권리를 위해 행동할 것을 약속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나무는 하나의 생명으로서 존엄한 가치를 가진다. 시민은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나무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하나, 나무는 안전하고 쾌적한 자신의 생육공간을 보장받아야 한다. 시민은 나무의 고유한 특성과 개성을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
하나, 나무는 자신을 위협하는 훼손이나 착취로부터 안전해야 한다. 시민은 나무를 함부로 대하는 관행과 탐욕에 맞서 싸워야 한다.
하나, 나무는 법과 제도를 통해 복지와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시민은 나무에 대한 인식 변화와 제도 개선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2023년 4월 3일 서울환경연합, 가로수 시민조사단 일동
우리 삶은 생명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그래서 생명을 생명답게 대하는 삶과 관계가 참 소중하고 귀하며 마땅한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