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나희덕
세 자매가 손을 잡고 걸어온다
이제 보니 자매가 아니다
꼽추인 어미를 가운데 두고
두 딸은 키가 훌쩍 크다
어미는 얼마나 작은지 누에 같다
제 몸의 이천 배나 되는 실을
뽑아낸다는 누에
저 등에 짊어진 혹에서
비단실 두 가닥 풀려나온 걸까
비단실 두 가닥이
이제 빈 누에고치를 감싸고 있다
그 비단실에
내 몸도 휘감겨 따라가면서
나는 만삭의 배를 가만히 쓸어안는다
당신들 가까워질 때마다 세 번이나 마음의 온도가 바뀌었습니다. 멀리 다정한 세 자매로 보일 때 흐뭇하더니, 가까이 세 자매가 아니라는 걸 깨닫자 먹먹했지요. 하지만 두 딸이 해바라기처럼 곧게 솟은 모습 보고 기뻐서 내심 만세를 불렀어요. 생전에 허리 굽은 노모가 저와 함께 걸을 때 하신 말씀 생각납니다. ‘어찌 작은 내 속에서 이렇게 큰 네가 나왔누? 내가 농사 참 잘 지었지?’ 나는 오목눈이 둥지에서 자란 뻐꾸기처럼 미안하고 으쓱했지요. 만삭의 어머니여, 여자는 아이 낳을 적마다 서 말 석 되 피를 흘리고, 여덟 섬 너 말 젖을 먹인다지요. 나방이 빠져나간 빈 고치를 봅니다. 그가 날아가는 너른 하늘은 그 어미의 유산입니다.
--반칠환 시 해설집, {당신의 짐이 당신의 날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