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값싼 제품 전세계에서 몰려오는데 한국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승부하라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기꺼이 웃돈을 지불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10년 후 먹거리(신성장동력)를 고민하는 한국기업들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기업들이 10년안에 직면할 가장 중요한 문제로 ‘저비용(low cost)’ 국가의 도전을 들었다. 중국에 이어 인도·베트남 등 ‘저비용’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고비용’ 국가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코틀러 교수는 “최근 글로벌 경쟁의 격화로 경쟁업체간 모방속도가 빨라지면서 차별화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저비용 국가들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월등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비용과 높은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GM(제너럴모터스)을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았다. “GM은 미국의 의료보장과 연금이라는 고비용에 발목이 잡혀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생산을 중단하고 저비용국가로 생산공장을 옮기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죠. 그렇다고 브랜드 파워가 강하지도 않기 때문에 고비용을 상쇄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에 처해 있어요.”
그는 하겐다즈(Haagen-Dazs), 스타벅스(Starbucks),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등을 프리미엄 브랜드 구축에 성공한 기업으로 분류했다. “아이스크림 산업은 하겐다즈에 의해 재창출됐습니다. 마찬가지로 커피산업은 스타벅스가, 서커스산업은 태양의 서커스가 재탄생시켰죠. 이 회사들은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지만, 월등하고 차별화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불평하지 않아요. 브랜드 구축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컨대 스타벅스는 스스로를 좋은 커피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더 나은 경험(experience)을 창출하는 곳으로 규정했죠. 스타벅스 매장은 사람들의 제3의 공간입니다. 첫번째 공간은 가정이고, 두번째는 사무실입니다. 세번째가 스타벅스라는 것이죠.”
코틀러 교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속성 성장전략인 M&A(인수·합병)보다 자생적 성장(organic growth)에 주력하라고 권했다. “M&A는 성공뿐 아니라 많은 실패를 만들어냅니다. 크라이슬러를 인수했다가 결국 매각해버린 벤츠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어요. 어떤 기업이 오직 M&A에만 의존할 경우, 궁극적으로 이 회사는 복합기업체(conglomerate)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복합기업체는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더 나은 경로는 자생적 성장입니다. 자생적 성장의 성공여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꾸준히 창출하는데 달려있습니다. 삼성전자의 VIP(Value Innovation Program)센터가 좋은 예죠. 다양한 부서 출신의 팀원들이 함께 모여 전략적인 프로젝트를 토의하는데, 이 센터는 2003년에만 80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어요.”
그는 혁신을 제품혁신, 서비스혁신, 공정혁신, 비즈니스모델혁신 등 4가지로 분류하고, 특히 공정혁신과 비즈니스모델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고의 혁신은 경쟁업체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합니다. 공정혁신이나 비즈니스모델혁신은 모방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에 더 큰 보상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코틀러 교수는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조직문화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해온 기업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죠. 첫째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탐색합니다. 애플은 아이팟(iPod)을 히트시킨 지 몇년 안돼 아이폰(iPhone)을 출시했고, 또 몇달 안돼 아이폰에서 전화기능을 빼고 무선인터넷과 MP3기능을 갖춘 아이팟터치(iPodtouch)라는 저렴한 제품을 냈어요. 둘째 비판으로부터 끊임없이 배운다는 겁니다. 똑똑한 회사들은 고객뿐 아니라 혹평가(critics)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맥도널드(McDonalds)는 몇년전 건강식품이 아니고, 아이들을 비만으로 내몬다는 비판에 시달리며 매출이 곤두박질쳤죠. 하지만 맥도널드는 기름에 ‘튀긴’ 제품에 대한 대안으로 프리미엄 샐러드와 구운(grilled) 치킨, 어린이를 위한 특별 건강식품 등을 내놓으며, 비판을 불식했죠. 맥도널드는 지금 다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필립 코틀러는?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린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마케팅 이론도 그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단순 판매기법이었던 마케팅을 경영과학으로 끌어올리며 20권이 넘는 마케팅 교과서들을 써냈고, 그 교재들은 대부분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이 중 그가 36세에 저술한 ‘마케팅 관리론(1967)’은 파이낸셜타임스 선정 ‘역대 최고 경영서 50’에 포함됐다.
최근 기업들의 브랜드 전략을 끊임없이 파고 들고 있는 그는, 이미 그 자신이 하나의 ‘브랜드’ 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거장’순위에서 피터 드러커, 빌 게이츠, 잭 웰치 다음으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2002년 미국 마케팅협회로부터 ‘마케팅 분야 1인자’에 선정됐고, 다음해 하버드 비즈니스리뷰(HBR)의‘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거장 50명’에 꼽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