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대표화가, 궁정화가이기도 한 프란시스코 고야의 고향인 사라고사...
사실 고야라는 화가의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그림들은 거의 어둡고 암울하며, 무섭고, 사람들은 유령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라고사로 가는 길, 날씨는 마치 요술쟁이 같습니다.
맑았다, 흐렸다, 어두웠다, 찬란했다...
구름이 옅게 깔린 파란 하늘이 참 예쁩니다.
산등성이에는 구름이 하나 가득....
구름을 만들어, 비를 뿌릴 듯합니다.
사라고사가 유명한 것은 시대를 풍미했던 고야라는 화가 때문이겠지요?
'고야의 유령'이라는 영화는 우리나라에도 개봉이 되었지만, 별로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고야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궁정화가였던 고야는 남부럽지 않게 살며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마음껏 그렸습니다.
국왕 폐하의 초상화를 비롯하여,
부자 상인의 딸의 초상화, 당시 세력의 중심이었던 신부의 초상화까지...
그런데 그 시대 종교는 타락(?)하여, 유대교를 색출해 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죠.
그 과정에서 아무 죄도 없는 상인의 딸 히네스가 종교재판소에 붙들려 가게 되고
심문을 하게 됩니다. 고문 끝에 고통에 겨워 알지도 못하는 죄를 토해내게 되고(그녀의 아버지의 조상이 유대인이었다는)
그녀의 아버지는 평소 잘 알던 고야를 찾아와 딸의 행방을 묻게 되고
평소 이런 일에 휘말리는 걸 싫어하던 고야는 간청에 못이겨
로젠조 신부를 만나게 해줍니다.
아버지는 딸의 석방을 간절히 사정하게 되고, 대신 많은 재산을 교회에 내겠다는 약속까지 하는데
로렌조 신부는 어쩔 수 없이 감옥에 갔다가 히네스를 보고 반하게 되고....
아무 불만 없이 그림을 그리며 나름 만족하며 살던 고야는
이런 과정에서 종교의 지독한 부패를 알게 되고,
로렌조 신부의 아이를 임신한 히네스는 결국 감옥에서 출산하고 아이를 빼앗기고
초상화를 그릴 당시, 천사의 모델이 될 정도로 어여뻤던 그녀는 참담하고 혹독한 모습으로 고야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로렌조 신부는 간신히 프랑스로 도망쳐 프랑스 혁명세력의 주체가 되어
그러니까 출세하여 스페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신부도, 주교도 모두가 이중인격자이며
빼앗긴 아기로 인해 히네스는 제정신이 아니며 16살이 된 히네스의 딸은 히네스와 똑같이 어여쁜 모습으로 창녀 생활을 하게 됩니다.
나폴레옹의 침략으로 스페인은 모든 것이 파괴되고, 빼앗기고....
사람들은 단두대에서 사라져가고....
고야는 결국 귀머거리가 되어 이 모든 상황을 그림으로 그립니다.
그의 그림 속 사람들이 유령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된 거죠.
스페인의 어두운 역사, 슬픈 역사를 알고
고야의 그림을 보니, 고야의 그림은 한 장 한 장 모두 역사화였던 거였어요.
그것도 모르고 '그림이 왜 저렇게 아름답지 못한 거야?' 하며 외면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였습니다.
고야의 그림은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7일날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가면
고야의 그림 속 유령들을 자세히 보려고 합니다.
사라고사에서 또하나 유명한 것은 바로 바실리카 필라르 대성당입니다.
밤에 도착해서 정확한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건물이 무척 웅장합니다.
바실리카 필라르 대성당은
지중해에서 시작해 내려온 애브로 강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연말연시라 성당 앞에는 야시장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참! 사라고사는 세계 3대 종교 중심지입니다.
성당 안에 들어가보니, 왜 그런지 알겠습니다.
수많은 가톨릭 신도들이 신께 기도를 올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성당을 돌아보고 있더라구요.
줄이 너무 길어 천천히 걸어야 할 정도로...
사라고사 시민들이 모두 나와,
어떤 이들은 성당에 들어가 기도를 하고
어떤 이들은 야시장에서 물건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기고 하고....
우리나라 야시장처럼 복잡하지도 않고, 먹는 장사는 별로 없고, 모두 질서를 지키며 연말연시를 즐기고 있습니다.
야시장의 모습입니다.
성당과 시장이 함께 있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성스러운 곳에 잡스러운 것도 함께 하는 거죠.
우리나라 같으면 가능했을까요?
야시장 가건물에서는 주로 악세서리 등을 팔더군요.
야시장 간이 건물 위에 장식으로 놓여 있는 황새의 모습...
유럽에서 황새는 아이를 가져다주는 동물로 여겨져 인간과 가까이 지내고 있죠.
이곳 스페인에서 진짜 황새를 보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볼 수도 있을 거란 작은 기대를 가져봅니다.
밤은 깊어가고,
다음 일정인 몬세라트, 바셀로니아 구경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