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소리없이 저만치 가고 있다. 가을의 끝자락에 미세먼지와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예보에도 아랑곳없이 11월 20일 일요일 오전 7시 130 여명의 고교 동문들은 교대역에서 반가운 악수들을 나눈다. 후배들의 사전답사에 이어 버스 안에서 산행경로를 잘 설명해준 덕에, 전북 진안의 마이산과 탑사 산행을 편안하고 기분하게 잘 마치고, 저녁 8시 반경 다소 늦으나 넉넉한 마음으로 귀가한다.
마이산은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의 경계에 넓게 펼져져 있는 귀 모양으로 생긴 두 개의 봉우리를 말한다. 뾰족하게 긴 모양이 숫마이봉, 둥근 종모양이 암마이봉으로 암수봉, 또는 부부봉이라 부기도 한다. 전설에 따르면,
-먼 옛날 죄를 짓고 하늘에서 쫓겨난 부부가 속세로 내려와 두 아이를 낳고 속죄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되어 이들이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날이 되었단다. 남편은 사람 눈에 띄면 부정을 타니 한밤중에 가자고 했지만, 부인은 한밤중은 무섭다며 이른 새벽에 가자고 했단다. 이틀날 새벽 산신 부부는 하늘로 오르는 시도를 했고, 산은 하늘을 향해 쑥쑥 솟아 올랐다고 한다. 그 때 마침 정화수를 뜨려고 새벽 우물을 찾은 아랫마을의 아낙네가 그 모습을 보고는 놀라 비명을 질렀단다. 비명소리에 부정을 탄 산신부부는 그만 그 자리에서 굳어 지금의 암수마이봉이 되었다고 한다.-
산세가 독특하고 암수의 혈기와 정기가 가득하여 외국인들은 물론 사진출사지로도 유명한 명소이다. 마이산은 철에 따라 4가지로 불리운다. 봄에는 안개를 뚫고 나온 두 봉우리가 돛단배 같다고 하여 '돛대봉', 여름엔 '용각봉', 가을엔 '마이봉, 겨울엔 '문필봉' 으로 계절의 풍치를 그대로 이름에 담았다고 한다. 마이산 북부주차장에서부터 시작한 산행은 나무 계단이 쭈루룩 펼쳐지면 맨처음 올라 도착한 천황문 갈림길부터 황홀하다. B팀은 여기에서 곧바로 탑사로 내려가게 되고, 우리 A팀은 686m의 암마이봉 정상을 오른다. 가파른 나무계단을 난간 붙잡고 오르고 나면, 돌들이 척척 박혀 시멘트길 같은 다소 험한 산행길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밧줄을 잡고 오르는 내내 더운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겨울로 가는 길에 봄을 만나는 느낌으로 저마다 옷들을 벗어젖힌다. 암마이봉을 오르는 내내 3개의 뾰족한 산봉우리들이 하나로 붙어있는 숫마이봉을 바라보게 된다. 중턱 즈음엔 전망대를 설치해 놓았는데, 숫마이봉 아래쪽으로 정기와 물이 솟는다는 화엄굴 동굴이 있다고 한다. 정상에 서면 캘리그라피 필체의 암마이봉 정상석이 무척 정겹다.
모두들 둘러앉아 한낮의 산 정기를 받으며 막걸리와 김밥 과일들로 점심을 나눈다. 솔솔 바람도 눈부신 햇살도 가는 가을을 마냥 붙잡는다. 암마이봉을 내려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탑사로 향한다. 마이산은 화엄굴, 탑사, 은수사, 금당사, 역고드름, 타포니 현상, 탑영재, 이산묘의 8경을 소개하고 있다. 겨울에 볼 수 있는 역고드름은 몇 년 전 겨울 출사 때에 신기하게 본 적이 있다. 탑사로 가는 길엔 봉우리에 폭격을 맞은 듯한 아주 작은 굴들이 보이는데, 이것을 타포니 지형이라고 하며,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탑사는 전국 팔도의 명산에서 가져온 돌들로 쌓은 1백여 개의 석탑들이 군을 이루고 있다. 폭풍이 몰아쳐도 흔들리기는 하나 무너지지 않고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이성계 태조가 백일기도를 드린 도량인 탑사엔 사철 내내 불자들이 끝도 없이 찾아와 기도들을 올린다고 한다. 은처럼 맑은 물이 흘러내렸다는 은수사엔 태조가 기념으로 심었다는 청배실나무가 지금도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붉은 감나무 옆으로 빈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하산하여 다시 북부주차장으로 가는 길엔 올라갈 때 바쁜 걸음에 잘 보지 못했던 저수지의 분수 물꽃이 햇살에 무지개를 그리며 설레임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동문들을 먼저 보내고, 카메라를 들고 유유히 저수지로 내려간다. 오후의 잔잔한 연못엔 마이산 두 귀 봉우리가 긴 세월을 그렇게 변함없이 품고 내려와 있다. 나만 보는 게 그리도 미안했다. 이태조의 꿈도 많은 이들의 기도도 소롯이 담고 있을 저 연못 저수지는 세상 풍파 속에서도 고요하기만 하다. 하늘 향해 뿜어내는 분수 물줄기만이 힘차게 하늘로 쏘아댄다. 아스라이 떨어지는 방울 방울 눈물 방울들이 찬란하게 보이는 것은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또 한해 가을은 겨울로 향해가고 있다. 붉디 붉은 단풍잎도 그 빛을 잃어버리고 바스락 말라가겠지. 이어 찾아올 하얀 눈발에 소리없이 묻히겠지.
*산행 전엔 모두 모여서 외친다.
*우리 기수 동기동창은 단 둘 뿐으로......
분수가 하늘로 힘차게 솟는다.
마이산 두 봉우리가 내려앉는다.
곳고에서 우리를 맞는다.
첫댓글 몇년전에 카메라 출사
갔을때 보지 못했던 걸
참 많이 볼수 있었다.
사진촬영엔
역시 필이 느낌이 중요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