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 김사인
가는 비여 가는 비여
가는 저 사내 뒤의 비여
미루나무 무심한 둥지에도
가는 비여
스물도 전에 너는 이미 늙었고
바다는 아직 먼 곳에 있다
여윈 등 지고 가는비
가는 겨울 비
잡지도 못한다 시들어 가는 비
김사인 2006
《가만히 좋아하는》창비
내가 소중히 여기는 우리말 중에 "섬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제 시 쓰기가 적으나마 세상의 목숨들을 섬기는 한 노릇에 해당하기를
조심스러이 빌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시가
제 말을 하는데 바쁜 시이기
보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시이기를
바랍니다.
앞장서서 서두르는 시이기 보다
묵묵히 기다리는 시이기를
할 말을 잘 하는 시인 것도 좋지만
침묵해야 할 때에 침묵할 줄
아는 시이기를 먼저 바랍니다.
비 맞는 풀과 나무들 곁에서
'함께 비 맞고 서 있기' 로써 저의 시 쓰기를 삼고자 합니다.
우산을구해오는일만 능사라고 목청을 높이지 않겠습니다.
부디 저의 시 쓰기가
누군가를 상하게 하는 노릇만 이라도 아닐 수 있기를 간구하겠습니다.
《대상 문학상 수상 소감》중에서
카페 게시글
시를 찾아서
비ㅡ김사인
임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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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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