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 심화 문제 ❸
[01~ 0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이중생: 에에또, 이 뭉치가 죄다 대지와 가옥 등기구, 이게 공장, 이것들은 아직 되지도 않은 건국 제지와 한국 제재 주권이니 어서 치워 버리는 게구…… 이게 반도 임업이니 쓸데없구…… 여기 있군, 대지니 가옥 등기두 명의 변경을 촌수 있는 대루 바삐 옮겨야 헐 게 아뇨.
최 변호사: 물론 그렇습죠. 왜 그자들헌테 영감 재산에 손꼬락 하나 다치게 한단 말씀입니까, 어디 가만 계십쇼. 채근채근 좀 바쳐야 할 공금 총액이 육억 이천만 환에 이에 해당하는 세금과 연체 이자 라…….
옥순과 용석 아범, 삐이루와 안주상을 방 안에 들이고 다시 퇴장. 하연이는 임표운과 툇마루에 가지런히 걸터 앉았다.
하연: 싱크러운 일루 임 선생만 고단하시죠? 자기 일두 아닌 걸 가지구.
임표운: 온 천만에요, 사장 영감 일이니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죠.
하연: 도와드릴 사람두 없는 걸 가지고 애만 쓰셔서, 근데 아버지가 어떻게 이렇게 쉽사리 나오셨어요?
임표운: 놓아 보낸 게 아니죠.
하연: 그럼요?
임표운: 아가씨 놀라지 마십쇼.
하연: …….
임표운: 사장께선…… 사장뿐 아니라 댁 전체의 문제지만 큰 곤경에 빠졌답니다.
하연: 네에? …….
임표운: 아버님 명의루 있는 재산은 아마…….
이중생: (온돌방으로 나오며) 에— 또 그럼 최 선생, 잠깐 실례합니다. 이리들 올라오너라. 여보, 마누라두 와 앉어. 하주두…… 임 군.
임표운: 네.
이중생: 하연이두 게 있느냐?
임표운: (하연에게) 아버님이 말씀하실 모양입니다.
일동 온돌방으로 들어가 반달형으로 둘러앉는다.
이중생 좌중을 훑어보고 내려다보고 하더니 침통한 어조로 말을 꺼낸다.
이중생: 이런 소문 저런 소문으루 대강 짐작이 갈 줄 안다마는 이번 일이야말루 이씨 가문의 부침에 관 한 큰 문제이다. 그런 줄이나 알구 들어. 그러구 난 아직 자유로운 몸이 아니니 이번에는 그야말루 일 년 걸릴지 십 년 걸릴지 모르는 일이야.
우씨: 네?
하주: 자유로운 몸이 아니시다뇨?
이중생: 내가 집으루 가야 모든 걸 정리할 수 있다는 핑계로 특별 단기 보석으루 나왔으니 오래 지연할 수가 있겠니, 내 한 몸 고생살이허는 게야 머 대수롭겠느냐마는 자칫하면 내 재산꺼정…… 알어 듣겠니? 할아버지 때부텀 물려받은 이 재산이 하룻밤에 녹아나는 판국이란 말이야. 졸지에 우리 집 안이 거지가 되구 만단 말야.
우씨: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딨수?
이중생: 가만 듣구만 있어, 에에또 오·이·씨 융자를 얻느라구 이용한 반도 임업이니 제재 회사는 애당초 내 것이 아니고 그야 대부분이 나라의 귀속이니 헐 수 없다 하지만서두 할아버지께서 받은 재산이라두 죽음으로 지켜야 할 게 아니냐 말이다, 응. 할아버지께서 어떻게 모우신 거냐 말이다.
우씨: (임에게) 그럼요, 왜 이유 없이 자기 재산을 다 바칩니까?
하연: 언닌 그럼 아버지가 이유 없이 달포나 그 챙피한 유치장 신셀 졌다구 생각하우? 난 까닭없이 인천서 쫓겨오구?
하주: 그럼 까닭이 있어서 아버님을 데려갔더란 말이냐?
하연: 그럼 반도 임업이니 건국 제재는 왜 갖다 바쳐요? 일편 오빠꺼정 갖다 주고 얻은 걸 어데까지라두 싸우시지.
이중생: 하연아, 넌 애비를 힐책하는 게냐? 어디 불만이 있으면 말하렴.
하연: 밖에선 아버질 뭐라구 말하는지 아셔요?
이중생: 그래 뭐라더냐…… 왜 말 안 해.
최 변호사는 옆방에서 슬며시 엿본다.
하연: 아버지 너무 하셨지 뭐유.
이중생: 입 닥쳐, 요망한 년 같으니라구. 딸년에게 낱낱이 고해바치지 않었다구 오늘 와서는 애비에게 항역이냐? 이십 년이나 키워 낸 갚음이 이래야만 헌단 말이냐, 요년.
우씨: 이 계집애야, 잘했건 못했건 네 아버지 아니냐. 부모의 은혤 모르는 건 짐생만두 못해, 응. 은혜를 은혜루 생각잖구 되려 부모 앞에서 발악을 해?
하주: 아버지 앞에서 그 말버르장이가 뭐냐? 넌 성두 없구 부모도 없어?
하연: 언닌 왜 한술 더 떠 야단이유.
하주: 뭣이 어쩌구 어째, 그래 네가 잘했어?
임표운: (하연에게) 아가씨 그만 허세요, 아가씨…….
하연: 어머니! 갚음을 바라고 기르셨거든 좋을대루 하셔요. 오빠처럼 전쟁판에 못 내보내시겠거든 양공 주를 만들어 란돌프놈에게 팔아 자시든지…….
이중생: 예끼, 여우 같은 년. 나가! 썩 못 나가! (후려갈길 듯이 벌벌 뛴다.)
하주: 아버지 고정하셔요, 네. 하연아, 어서 잘못했다구 빌어, 어서 빌어.
하연: 언닌 내가 아버지 노염을 풀어두 괜찮수? 그렇지두 않을 걸 뭐.
임표운: (하연에게) 아가씨, 이 자리를 피하십쇼. 이게 무슨 챙핍니까.
이중생: 이년, 아직두 도사리구 앉었을 테야? 없어지지 못허구.
- 오영진,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독백을 통해 인물의 내적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② 비속어를 통해 인물 간의 갈등을 부각하고 있다.
③ 지시문은 대체로 심리보다는 행동을 묘사하고 있다.
④ 인물 간의 우호적 관계와 대립적 관계가 드러나고 있다.
⑤ 한 인물의 언행에 대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이에 반응하는 구도를 보이고 있다.
02 윗글의 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하연’은 비꼬는 말투를 자주 사용하며 가족의 위선을 폭로하고 있군.
② ‘우씨’는 이중생의 처로서 남편이 처한 곤경을 극복하기 위해 꾀를 부리고 있군.
③ ‘임표운’은 이중생 일가족의 어둡고 부조리한 모습을 폭로하는 역할을 하고 있군.
④ ‘하주’는 동생 하연과의 대화를 통해 가족의 위기를 완화시키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군.
⑤ ‘이중생’은 외부 전문가보다 자식들에게 의존하여 사태를 판단하는 비합리적 인물이군.
도움자료
[2014 EBS 수능특강 B]
심화 문제 ❸ 01 ① 02 ①
오영진,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
해제 : 제목에서, 살아 있는 사람을 ‘살아 있는’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 특별하거나 이상하다는 의미로, 이중생을 조롱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그러면서도 비록 살아 있긴 하지만 결국 가족에게까지 외면당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어 ‘살아 있는’ 것이 진정으로 살아 있는 것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반어적이면서 풍자적인 의미를 띤다. 또한 부정적인 인물인 이중생에게 경칭인 ‘각하’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야유와 조롱을 담은 반어적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중생’이라는 이름은 ‘이중의 삶’이라는 동음이의어를 이용하여 주인공의 이중성을 암시하고 있다.
주제 :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인물에 대한 풍자와 비판
전체 줄거리 : 일제 강점기에는 친일로, 광복 후에는 편법으로 재산을 모은 이중생은 재산 몰수를 막기 위해 자살극을 꾸민다. 이중생의 사위이자 의사인 송달지는 이중생의 사망 진단서에 서명을 해야 하지만, 고민 끝에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 불법 행위에 동참하지 않는다. 국회 특별 조사 위원인 김 의원이 등장하면서 이중생의 재산은 모두 무료 병원 설립에 쓰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최 변호사는 재산을 지키려고 애쓰지만 김 의원의 완강한 의지에 눌리고, 송달지의 뜻하지 않은 말 한 마디에 두 손을 들어 버린다. 이중생의 탐욕 때문에 학도 지원병으로 갔던 아들이 돌아와 아버지와 같은 졸부를 비판하고, 이 나라 젊은이들의 안위를 걱정한다. 또한 나약하게만 여겨졌던 송달지가 양심에 의거하여 개인의 부와 명예보다 나라의 미래를 중요시하는 발언을 하며 굳은 의지를 표명한다. 이에 절망한 이중생은 진짜 자살을 하게 된다.
01 갈래별 특징, 성격 답 ①
이 문제는 희곡의 전반적인 장르적 특징이 작품 속에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답지] 독백을 통해 내적 갈등
일반적으로 희곡에서 등장인물의 독백은 인물의 내적 갈등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이러한 독백 부분을 찾을 수 없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② 이중생의 대사에서 ‘요망한 년’, ‘여우 같은 년’ 등의 비속어는 하연과의 갈등을 부각하는 기능을 한다.
③ 지시문은 심리나 행동을 묘사하는 기능을 하지만, 이 글에서는 심리보다 행동을 묘사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④ 이 글에서 이중생과 우씨, 이중생과 최 변호사는 서로 우호적 관계임이 드러나고, 이중생과 하연은 대립적 관계임이 드러난다.
⑤ 주인공인 이중생의 언행이 중심이 되고 가족 등 다른 사람들이 이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다.
교육과정연계
문학Ⅰ (1) 문학의 성격 (다) 문학의 갈래
① 문학 갈래의 개념과 그 특징을 이해한다.
문학Ⅱ (2) 문학과 삶 (다) 문학과 문화
② 문학을 통하여 인간과 세계의 진실을 심미적으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안목을 기른다.
02 인물의 성격, 태도 파악 답 ①
이 문제는 인물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답지] 가족의 위선을 폭로
하연이 ‘오빠꺼정 갖다 주고 얻은 걸 어데까지라두 싸우시지.’라고 비꼬아 말하는 대목에서 아버지 이중생의 위선에 대한 폭로를 읽어 낼 수 있다. 또 ‘어머니! 갚음을 바라고 기르셨거든 ~ 팔아 자시든지…….’라고 비꼬아 말하는 대목에서 어머니 우씨의 위선에 대한 폭로를 읽어 낼 수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② 우씨가 이중생의 처인 것은 맞다. 하지만 남편이 처한 곤경을 극복하기 위해 꾀를 부리고 있는 대목은 이 글에서 찾을 수 없다.
③ 임표운이 ‘사장 영감 일이니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죠.’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그가 이중생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에서 임표운은 하연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하연이 부모와 갈등하는 것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이중생 일가족의 부조리를 폭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④ 하주는 부모님 편에서 하연을 나무라고 있으므로, 가족의 위기를 완화시키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⑤ 이중생은 최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식들에게 의존하여 사태를 판단하고 있지 않다.
교육과정연계
문학Ⅰ (2) 문학 활동 (가) 문학의 수용
② 섬세한 읽기를 바탕으로 작품을 다양한 맥락에서 이해하고 감상하며 평가 한다.
문학Ⅱ (2) 문학과 삶 (가) 문학과 자아
② 문학을 통하여 타자를 이해하고 삶의 다양성을 수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