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 와불 - 조성국(1963~)
누워 있는 것이 아니다
걷고 있는 거다 저문 하늘에
빛나는 북극성 좌표 삼아
천지간을 사분사분 밟으며 오르고 있다
등명(燈明)의 눈빛 치켜뜬 연인과
나란히 맞댄 어깻죽지가 욱신거리도록
이 세상 짊어지고
저 광활한 우주로 내딛는 중이다
무릇 당신도 등짐 속의 한 짐!
누워 있는 석불을 보고, 모두들 누워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 석불의 이름이 ‘누워 있는 부처’라는 뜻의 ‘와불’이다. 시인도 시의 제목에서는 와불이라고 부르고 있다. 옛부터 “와불이 일어나는 날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말이 전해져 왔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특별히 관심을 많이 끄는 석불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시인들이 운주사 와불을 시로 적었다.
와불의 걸음을 읽어낸 시인의 안목이 놀랍다. 지구를 짊어지고, 이 세상을 짊어지고, 북극성을 좌표삼아, 천지간을 “사분사분 밟으며” 오르고 있다고 시로 쓰고 있다. ‘사분사분 밟는다’는 말이 주는 구체성이 놀랍고, 그 설득력이 놀랍다. “어깻죽지가 욱신거리도록/ 이 세상 짊어지고” 있다고 한 표현 중에서 “욱신거리도록”이라고, 누워 있는, 아니 우주를 향해서 걷고 있는, 석불의 느낌까지 읽어낸 시인의 감수성이 부러울 만큼 놀랍다. 특히 “연인과” 함께라고 읽은 시인의 통찰에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권위적이지가 않다. 즐겁고 반갑다.
시인의 시를 통해서, 나까지도 한순간에 와불의 짐이 되었으니, 그 우주적 상상력이 참으로 놀랍다. 운주사 와불을 보고 시를 쓴 이들이 한둘이 아니거니와, 이 한편의 시는 단연 그중 수작의 하나라 할 만 하겠다. <전무용/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