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저녁 7시 될때 쯤에 창 밖을 보면 아직도 하늘이 밝은 게 보인다.
더운지도 모른 채 긴 옷을 입었다가 낮에 무더운 여름을 확실하게 느꼈다.
머지 않아 아침도 낮 만큼 더워질 것이다.
학교에는 이동식 에어컨이 있긴 하지만
한여름 더위에 무력하고, 시끄러워서 수업시간엔 틀 수도 없었다.
그런데 새 에어컨이 그것도 두개 씩이나 생긴다 하여
이번 여름엔 적어도 실내에서 더울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 설치하는지 몰랐고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생각해보지 못했다.
평소처럼 종례 이후에 학생들과 기타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에어컨 설치 기사님이 오셨다,
그러자 시간이 있는 학생들은 남아서 에어컨 설치를 같이 돕기로 하였다.
이 곳 3층까지 들고 와야할 짐이 많다고 하여 학생들과 짐을 같이 옮겼다.
캐비넷과 책장을 옮기고, 전선을 외벽 바닥으로 밀어 넣어서 잡아 당기고
옥상에서 호스를 잡아주고, 필요한 공구를 전달하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해보았다.
생각보다 늦게 시작했고 늦게 끝날 것 같아 학생들에게 괜히 미안했다.
기사님이 부품을 조립하는 동안 우리는 다목적실에서 악기 연습과 미술 수채화 작업을 하였다.
실외기 구멍을 만들기 위해 벽을 뚫는데 엄청난 굉음이 나는 와중에도 우리는 할일을 마저 했다.
그리고 겸사겸사 쉬면서 수박 사오기 벌칙 놀이를 하고 놀았다.
마리아 선생님께서 수박을 썰어주었고 기사님도 잠깐 동안 수박을 먹으며 쉴 수 있었다.
6시가 되어갈 무렵 저녁 식사를 위해 피자를 시켜서 같이 먹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기사님과 긴 대화를 가질 수 있었다.
혼자서 이 모든 일을 다 하신다니 직업 정신이 투철하고 대단해보였다.
집으로 귀가할 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한명 씩 자리에서 빠지게 되고
설치 작업은 거의 끝을 보이는듯 했다.
시간을 내서 설치를 도와준 학생들에게 고마웠다.
특히 유준형이 일을 척척 잘 해줘서 일이 쉽게 풀릴 수 있었다.
돕는 모습을 옆에 보면서 내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걸 느꼈다.
학생들과 에어컨을 설치 한 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