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9. 26
이제 추석 민심이 어떻게 변했는지가 정가의 관심사다. 일반적으로 추석과 설은 정치권의 대목이다. 명절에는 가족이 모이고, 그래서 정치 정보와 정치적 의견이 교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 민심을 결정지은 요소는 무엇일까?
현재 정치권은 윤석열 예비 후보를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과 이재명 예비 후보가 연관성을 강력히 부인하는 ‘대장동 의혹’ 문제로 시끄럽다. 여기서 두 사안에 대한 진실 여부를 논할 수는 없다. 현재 수사 중이거나 내사 중이기 때문에, 해당 사안에 대한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 진실의 대략적 윤곽이 드러날 테다. 다만 두 사안의 성격에 대해 논할 수는 있다.
우선 ‘고발 사주 의혹’을 보면 이렇다.
‘누가 누구에게 고발을 사주’했는데, ‘그 배후에 누가 있는가’가 핵심이다. 이 문제는 의외로 매우 복잡하다. 일반적으로 사안이 복잡하면 여론을 움직이기 힘들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이런 복잡한 문제에 관심을 쏟을 시간도 여력도 없다. 국민에게 직간접적으로 이익을 침해당했다는 느낌을 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문제라면 복잡하더라도 여론에 영향을 줄 터인데, 그렇지도 않다. 예를 들어보자. “누가 돈을 먹었대” 혹은 “누가 투기를 했대”라고 하면 이해하기 간단하고 박탈감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고발 사주 의혹’은 그런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반면 ‘대장동 의혹’은 ‘고발 사주 의혹’과 그 성격이 다르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화천대유 대주주와 6명의 투자자가 거액의 수익을 올린 배경에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대장동 의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화천대유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아무런 리스크 없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사업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자신들이 부도덕한 방법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고 언론들이 ‘팩트 체크’도 없이 알리고 있어 억울하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사업을 하면서 공무원이나 정치인과 결탁해 부정한 행위를 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5000만원을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거둔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5000만원은 회사 자본금일 뿐이고 실제 사업에 투입된 금액은 350억원에 달하고, “확정이익을 우선주(성남도시개발공사와 금융권)에 보장하고 남은 이익금을 보통주(화천대유와 SK증권)에 배당하는 구조”기 때문에 “만약 수익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면 화천대유는 단 한 푼도 건질 수 없는 위험 부담을 안고 시작한 사업”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화천대유 측도 “국민 정서상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수긍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화천대유 측도 말하고 있듯, 현재 여론이 매우 좋지 않다는 점은 정치적으로 중요하다. 사안 자체는 복잡할 수도 있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아무리 진실은 다르고 당사자는 억울하다 해도, 국민이 그렇게 느낀다면 이번 추석 밥상에서 이 문제가 주요 이슈로 등장했을 가능성이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1원 한 장 받은 적 없다”는 이재명 예비 후보 말이 사실이더라도 대장동 의혹과 관련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실 자체가 이재명 예비 후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난다. 지난 9월 20일 KSOI가 발표한 여론조사(9월 17~18일 양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6.9%,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4주 만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예비 후보는 지난주 대비 2.4%포인트 상승해 28.8%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이재명 예비 후보는 지난주 대비 4.2%포인트 하락해 23.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4.2%포인트 하락은 유의미한 지지율 변동이라고 할 만하다.
종합하면 윤 예비 후보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고, 반대로 이재명 예비 후보 지지율은 하락 추세거나 최소한 현상 유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예비 후보 간 지지율 변동 원인이 앞에서 언급한 사안들 때문만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른 요인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도 본격적으로 대선 경선을 시작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난 9월 9~10일 양일간에 진행된 국민의힘 ‘국민 시그널 공개 면접’이 엄청난 관심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그 여파가 9월 16일의 국민의힘 대선 경선 1차 토론회로 이어졌다. 시청률을 비교하면 여당과 야당에 대한 여론 관심이 상당히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 9월 16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1차 토론회의 시청률은 닐슨 기준 6.68%를 기록했다. 반면 7월 3일 KBS를 통해 방송된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자 1차 토론’은 3.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단순히 시청률로만 비교하면, 국민의힘 대선 경선 TV 토론 시청률이 민주당의 TV 토론보다 1.8배 정도 많이 나왔다. 게다가 민주당 토론은 지상파에서 중계했고 국민의힘 토론은 종편에서 주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시청률만이 여론 관심도를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론 관심도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 중의 하나다. 그렇기에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최소한 현재까지 여당을 앞서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여론 관심 정도는 예비 후보의 지지율 변화 바탕이 된다. 관심도가 떨어지면 지지율 변화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이번 윤석열 예비 후보 지지율이 이재명 예비 후보 지지율을 앞서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야당에 대한 관심도 증가라고도 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윤 예비 후보를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이 유권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면, 이런 반등은 어려웠다는 점이다. 물론 ‘고발 사주 의혹’은 검찰과 공수처 그리고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대선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설령 수사 결과가 나온다 해도 해당 사안이 유권자 관심을 끄는 사안으로 변할 것이라고는 간단하게 말하기 어렵다. 거꾸로 오히려 윤 예비 후보에 대한 피해자 이미지만 강화시킬 수도 있다.
대선을 6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각종 의혹이 튀어나오고 있다. 앞으로도 어떤 의혹이나 설화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런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각 후보의 역량을 시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위기관리 능력도 대통령의 능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시험하는 중요한 과정일 수 있다.
신율 /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7호 (2021.09.29~2021.10.05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