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하면 짭잘하게 간이 배고 꼬들거리는 듯 부드러운 식감의 굴비가 떠오른다. 제사나 명절 때 필수적으로 먹는 굴비는 '자린고비'가 천장에 매달아놓고 밥 한 숟갈에 굴비 한번 쳐다보았다는 '절인 굴비'에서 나왔다는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명실상부한 굴비의 고장 영광! 법성포의 백제불교최초도래지와 단오제가 열리는 숲쟁이꽃동산, 백수해안도로의 노을종과 노을 전시관, 괭이갈매기 포토존까지. 짭조름한 굴비는 아껴먹어도 영광 여행은 아낌 없이 즐기련다.


영광 법성포는 백제 불교의 산실
영광은 온화한 느낌의 고장이다. 뾰족하게 튀어 나옴이 없이 나지막한 산과 너른 들이 펼쳐지며 칠산바다를 품고 있는 해안선의 길이는 202km에 달한다. 어염시초(魚鹽柴草) 즉 칠산바다에서 잡은 물고기와 해산물, 소금과 땔감, 나물이 풍부해 살기가 좋은 고장으로 명성이 높았다. 또는 삼백(三白) 사백(四白)의 고장이라 불렸는데 이는 쌀, 소금, 목화, 눈이 많은 고장이라는 뜻이다.


소금이 좋으니 칠산 앞바다에서 조기를 잡아 소금간을 하여 서해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에 꼬들꼬들 간간하게 말린 굴비는 전국 최고의 명품 특산물로의 왕좌를 차지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너른 영광 평야에서 생산되는 찰보리로 찰보리빵을 비롯한 새로운 먹거리를 선보이고 있다.

굴비거리가 조성되어 있는 법성포(法聖浦)는 '성인이 불법을 전래한 포구'라는 뜻이다. 384년(침류왕 1년)에 인도 출신의 승려 마라난타 존자가 영광 법성포로 들어와 불교를 전한 것을 기념하여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가 마라난타 양식으로 조성되어 있다. 마라난타는 꽃무릇 축제장인 불갑사를 지은 승려이기도 하다.

백제불교가 시작된 곳임을 상징하기 위해 조성된 백제불교최초도래지는 인도의 간다라 양식으로 지어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절의 일주문 역할을 하는 입구부터 이국적이다. 흙벽 사이에 돌을 넣어 쌓아 올렸고 조형미가 탁월하다.

이는 탁트하바히 사원의 주탑원을 본떠 만든 탑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성한 탑원을 돌며 소원을 빌어보자. 반드시 한 가지 소원을 세바퀴를 돌아야 이루어진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같은 형태의 탑원이 불갑사 들어가는 우측에도 세워져 있지만 이곳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에 세워진 것이 주변과 어우러짐이 훨씬 좋다. 인도대륙에 통일 왕조를 건설한 아소카 대왕때 만들어진 아소카 석주를 본딴 기둥이 서있고 꼭대기의 사자는 사면대불상과 부용루를 향하고 있다.


가장 높은 위치에 사면대불상이 우뚝 서있다. 사면대불상은 아직도 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 정면으로는 마라난타 존자가 아미타부처를 앞에 들고 있고 뒤에는 아미타불, 과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좌우를 채우고 있다.

부용루의 지붕 중앙에는 스투파(탑)가 있다. 이는 남방불교양식으로 불갑사의 대웅전 지붕에도 이와 같은 용마루탑이 있다. 스투파는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리탑이다.


부용루에서 눈여겨 보아야할 것은 부처님의 전생 인연담과 일대기가 머리카락 한올까지 섬세하게 표현된 돌조각이다. 23면에 걸쳐 부용루 외곽을 따라 안까지 순차적으로 조각되어 있다. 하나하나 순서를 따라가면서 살펴보다 보면 부처님의 탄생과 성불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

만다라 광장 가운데에는 석가모니가 진리를 깨달았다고 하는 보리수나무가 심어져 있다. 백양사에서 기증하여 심은 나무인데 올해 영광에 가뭄이 극심하였던 탓에 갖은 노력을 다했음에도 이파리 하나 없이 고사하려고 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

간다라 양식의 불교문화를 알고 싶다면 간다라유물관에 꼭 들러보자. 내부에 들어서면 다성으로 추앙받고 있는 초의선사의 동상이 맞는다. 전시장에는 마라난타의 길, 간다라 불교문화 등의 자료와 간다라의 2C~5C 경의 불전도 부조와 불상 등 진품을 전시되어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간다라 불교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유물관이다.
숲쟁이꽃동산은 호남 최대의 단오제가 열리는 300년 된 숲
불교도래지와 연결되어 숲쟁이꽃동산이 있다. 숲쟁이는 ‘숲으로 된 성’이라는 뜻이다. 동산에서 내려오는 끝자락에는 느티나무, 팽나무, 서어나무가 울창한 숲이 있다. 법성진성이 축조되고 난 후 이곳에서 법성포단오제가 열렸다. 법성포단오제는 400년을 이어온 서해안 최대의 단오절 행사였다.

법성포에는 호남 28개 마을에서 거둬들인 곡식을 보관하던 조창이 있었고 봄이면 전국 최대의 조기파시가 열렸다. 세금으로 거둬들인 곡식을 한양으로 올려 보내고 조기파시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기에 단오제가 열렸다. 두둑한 지갑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이곳 숲쟁이에서 축제를 즐겼을 주민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법성포단오제에는 용왕제, 당산제 등의 제와 민속놀이가 행해졌다. 아름드리 느티나무의 뻗어나온 가지에 그네를 매달아 그네를 탔다고 한다.

굴비의 유래와 법성포 굴비정식
굴비의 고장, 법성포. 굴비(屈非)는 고려시대 영광에 유배를 온 이자겸이 유배지에서도 왕을 생각하는 마음에 염장조기를 진상하였다. 이를 맛본 왕이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굽히지 않는다는 의미의 ‘굴비’라 적어 보낸 것이 유래 중 하나이다.

영광여행이라면 짭짤한 굴비정식은 먹어줘야 한다. 전국 어디를 가나 영광굴비를 맛 볼 수 있으나 산지에서 먹는 맛은 남다르다. 1인 2굴비는 기본, 굴비와 녹차물에 말아 보리 굴비 한점 올려 먹는 맛이란!


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와 괭이갈매기 날개 포토존
영광의 맛을 음미하고 난 후 드라이브를 하기 위해 백수해안도로에 접어든다. 영광군 백수읍 길용리에서 백암리 석구미 마을까지 16.8km의 백수해안도로는 굽이치는 해안절벽과 어우러진 드라이브 코스이다. 노을전시관 가까이 해안도로 아래에 놓인 2.3km의 나무 데크 해안길은 굽이치는 절벽을 따라 파도소리와 함께 걷기에 좋다.


해안도록 끝자락에 영광을 상징하는 새인 괭이갈매기 날개 전망대가 있다. 괭이갈매기는 울음소리가 고양이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새 이름으로 영광 칠산도가 괭이갈매기의 집단 서식지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등대가 보이는 노을전시관이나 이곳 괭이갈매기 날개 포토존에서 일몰을 기다려보자. 인생 샷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