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시) 나목/서현정정예
마른 갈잎이 바람과 잦은 충돌을 일으킬 때마다 나뭇가지 붙든 손 놓지 않으리라. 바람의 언덕에 걸어둔 달력 한 장 속 삶의 궤적을 바라보며 숱한 다짐을 한다. 나무 밑동 몸통 전체가 구새 먹었고, 이파리는 벌레 갉아먹은 흔적들이 언뜻언뜻 보면 고운 무늬 같았지만, 하룻밤 꿈같은 여정에서 삶의 저편 강 건너갈 채비를 하는데. 아파도 아픔에 아주 젖지 않았었고 슬퍼도 슬픔에 아주 젖지 않았었다. 다만 심장을 꿰뚫을 것 같은 통증이 찾아올 때 꽉 깨문 터진 입술에서 피가 흐르고.
다급했던 그녀의 남은 시간은 오늘 하루를 더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내기를 얼마나 절실하게 원했었는데,
엊그제, 의사 진단은 밥숟가락 놓을 시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에 그녀 가느다란 떨림의 파장을 일으키는 목소리와 뜨거운 입김이 전화 속에 들어와 앉았다. 말기 암 투병으로 몸의 장기는 여러 곳 잘라내고 몸 구석구석 구멍을 뚫어 연명해 왔다. 자정을 알리는 괘종시계의 똑딱거리는 초침 소리가 고요를 깨고, 나목으로 서서 입술 파랗게 떠는 그녀에게 뜨거운 피돌기가 생겼으면 좋으련만, 그 후 아들에게 문자가 왔다. 어머니 떠나셨노라고.
오늘 하루 우리의 주어진 일상에서 감사하지 못하고 산다면 우리의 날은 죄짓는 일이 아닐는지.
*구새는 벌레 먹은, 나무 밑동 아래서부터 몸통 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