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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살바도르-달리 ‘ #서랍이있는밀로의비너스 ’(1936년). /Salvador Dali_, Fundació Gala-Salvador Dali, SACK
사람들은 예술가를 ' #자유로운영혼 '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예술가는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 아름답고 신비로운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이 보는 것만 보고 누구나 생각하는 그대로 생각해서는 새로운 영감을 주는 예술가라고 말하기 어렵지요. 그래서 예술가는 자신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제약과 스스로의 한계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영혼이고자 스스로 노력하기도 합니다.
1920년대 유럽에서는 자유로운 영혼을 유독 강조하며 기이한 말과 행동을 하며 수수께끼 같은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들이 있었어요. 그들은 기존의 예술적 관습과 맞서 싸우면서, 예술을 통해 현실보다 더 높은 차원에 있는 초현실의 세계에까지 도달한다는 의미에서 자신들의 활동을 ' #초현실주의혁명 '이라고 불렀습니다.
일반 사람이 평소에 상상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서 상상하는 것은 고통스러울 수도 있고, 때로는 광인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초현실주의자들은 그런 것을 감내해야 진정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에서 ' #초현실주의거장들 ' 전시가 열리고 있어요. 네덜란드의 항구도시 로테르담에 있는 #보이만스 #판뵈닝언박물관 은 방대한 소장품을 자랑하는 곳인데, 그중 특히 초현실주의 걸작들로 유명해요. 판뵈닝언 박물관의 초현실주의 작품 18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이 전시는 내년 3월 6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영향받아
초현실주의자들은 꿈의 세계와 깨어있을 때 마음을 모두 포함하는 새로운 종류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이 점에서 그들은 무의식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학 은 #지크문트-프로이트 (1856~1939)의 강연과 저서를 통해 18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유럽 여러 나라에 널리 알려졌어요. 프로이트는 인간의 무의식이 꿈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를 해석하면 의사소통이 어려운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죠. 프로이트의 강연을 듣고 아이디어를 얻은 이가 바로 프랑스의 시인이자 #초현실주의 집단을 이끈 선도자 #앙드레-브르통 (1896~1966)이었어요.
브르통은 무의식의 작용을 예술가들이 작품을 창조하는 방법으로 활용해보도록 제안했습니다. "기이한 것은 언제나 아름답다. 기이한 것은 무엇이든 아름답다. 사실 오직 기이한 것만이 아름답다." 이는 브르통이 1924년에 발표한 ' #초현실주의선언문 '에 쓰여 있는 글귀입니다. 꿈에서 만나는 장면들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앞뒤가 어긋나 연결되지 않으며 기이합니다. 그런데 브르통은 그 #기이함 이야말로 #창조적 #잠재성 으로 가득 차 있으며, 진실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이라고 봤던 거지요.
우리 몸에 서랍이 달려 있다면
초현실주의자들의 기이한 작품들을 살펴볼까요? '작품1'은 스페인 출신의 예술가 #살바도르달리 (1904~1989)가 고대 그리스의 '밀로의 비너스'를 모방해 만든 #조각상 입니다. 브르통처럼 달리도 프로이트가 쓴 '꿈의 해석'을 읽고 커다란 감명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풀리지 않던 복잡한 문제들의 실마리가 그 책에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이 조각상은 정신분석학이라는 학문을 인체에 빗대 표현한 것입니다. 비너스의 몸에 서랍이 달려 있네요. 인간은 알 수 없는 비밀들로 꽉 채워져 있지만, 서랍을 열어보면 그 안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서랍은 평소에는 닫혀 있지만 정신분석학을 통해 열릴 수 있고, 그 서랍 속엔 아마 무의식이 들어 있을 거예요.
'작품2'도 #달리 의 작품이에요. 왼쪽 사람은 화가 자신이고,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인 오른쪽 사람은 달리의 연인이지요. 달리는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마음을 그림 속 풍경으로 보여줍니다. 두 사람의 가슴 부분에는 비어 있는 식탁이 놓여 있어 그 빈자리를 채워 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해요. 그런데 머리 부분에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네요. 각자 고민이 많아 머릿속이 복잡한 상황인가 봅니다.
발인지, 신발인지 모르겠어요
'작품3'은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마그리트 (1898~1967)가 그렸어요. 어느 남자가 우리에게 등을 돌려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쩐 일인지 얼굴은 거울에 비쳐지지 않고 뒤통수가 그대로 보입니다. 이 남자는 앞면이 없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거울이 뭔가 잘못된 것일까요?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모순으로 가득한 그림이네요. 마그리트는 왜 그림이 늘 세상의 현상을 그대로 반영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었어요. 그리고 그런 관습을 깨면 예술가의 상상이 훨씬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에도 그런 그의 생각이 엿보입니다.
또한 마그리트는 어떤 단어를 떠올리면 머릿속에 당연히 따라오는 이미지에 대해서도 의심하는 태도로 접근했어요. '작품4'를 보세요. '신발'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당연히 그것을 신고 있는 발의 이미지를 떠올릴 거예요. 그런 우리에게 마그리트는 반은 발이고 반은 신발인 기이한 모습을 제시해요. 발이 곧 신발이 되고 신발이 곧 발이어서 둘은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초현실주의자들은 세상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고정관념 에 도전하며, #관습 에 끊임없이 도전했고 타성에 젖은 예술 활동을 거부했어요. 브르통이 초현실주의 선언을 발표한 지 거의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초현실주의의 자유로운 발상은 예술 분야에서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답니다.
▲ ②살바도르 달리 ‘ #머리에구름이가득한커플 ’(1936년). /Salvador Dali_, Fundació Gala-Salvador Dali, SACK
▲ ③ #르네-마그리트 ‘ #금지된재현 ’(1937년). /René Magritte/ADAGP, Paris-SACK
▲ ④르네 마그리트 ‘ #붉은모델III ’(1937년). /René Magritte/ADAGP, Paris-SACK
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기획·구성=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