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의 봄 *
장헌권 목사 (서정교회. 시인)
겨울 지난 나뭇잎
길고 음침한
봄이 누운 산허리에
꽃망울 터지는 화사한
봄이 얼마만인가
그동안 거세당한 평화는
속삭이듯 속내 들키지 않게
처절한 그리움이
모진 바람에도 가녀린 몸짓으로
다시 일어나는 생명꽃
평창에서 싹튼 평화의 꽃씨
이제 봄풀의 설렘으로
가슴속 품고 있는 미움의 칼 내려놓고
마주잡은 뜨거운 손
합장하여 한반도에서 활짝 꽃망울 터진다
백두와 한라의 흙
한강과 대동강의 물
하나되어 평화가 넘실거리고
여린 통일 나무 꿀떡꿀떡 들이킨다
낫낫한 도보다리 대화
화해의 꽃
민낯으로 서로 속살을 보여주는
영혼의 울림이
하늘도 새도 흐뭇하구나
웃음꽃 나누며 서로 마주잡은 손
서로 이끌며 군사분계선 넘나들이하니
평화꽃 활짝 피어 얼싸안고
통일 춤추리라.
(*한민족문예제전 통일부장관상 수상작)
나도 애인이 있으면 좋겠다
장헌권 목사(서정교회.시인)
텅 빈 도시 섬에 쓸쓸함이 서성거립니다
너나들이 하며 잔잔한 얘기 나누면서
그저 무딘 가슴을 방망이질해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나이를 다림질하면서 나를 허물어
싱그러운 추억의 서랍 속에 두고
자꾸만 꺼내 보고 싶습니다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 민낯으로
뼛속 깊은 외로움이 몸부림칠 때
허름한 포장마차에 앉아
홀로 된 그리움으로
한올지게 감정을 쏟아 놓았으면 합니다
나라는 빗장을 열고
살갑게 다가가는 부드런 바람이 되어
부서진 가슴을 갈피갈피 더듬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날이 저무는 울적한 시간에는
눈물꽃으로 헌책에 밑줄을 그어 주는
연필이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색깔이 녹슬어 지워지는
흔적을 읽어 시심을 수선해 주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이제 욕망의 질퍽한 늪 속에서
외로워서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님을
다시는 사랑 갖고 장난치지 말기를 약속하면서
가슴이 젖어
사랑의 집을 찬찬히 짓다가
두근 두근거리는 마음이 들키는 날
사랑하다 죽어 버리겠습니다.
프로필
장헌권 목사 1957년 진도출생
호남 신학대학교. 장로회 신학대학(목연) 전주 우석대학교 (국어국문학)
문학공간 (2008년등단) 광주 기독교 협의회(NCC회장)
서정교회 담임목사 . 광산구 인권 증진위원회 위원장
정읍문학상 . 오월 어머니상 수상
저서) 돌로 인해 아름다워지는 개울물 소리
영화치유 이야기
시가 영화를 만나다(시집)
차마 부를 수 없는 꽃(시집)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시집)
광주 광역시 광산구 용보로 23번길 10-23 서정교회
이메일 : suhjungch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