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회]황제가 귀왕이 된 내력,오공은 영물로 태자를 인도하고(1)
보림사 주지를 설득하여 잠을 자게된 삼장일행
오공과 팔계 오정온 등나무 침대로 올라가 잠을 자기로 하고
삼장에게 인사하고 물러난휴
삼장은 보림사 선당에 앉아서 등불을 켜놓고
양화수참경을 읽고 다시 공작진경을 읽으며
밤 늦도록 앉아 있었다.
삼경무렵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기 위해서 일어났다.
그런데 이때 문밖에서 쏴아~! 하고
한 가닥의 음산하고 이상한 바람소리가 들렸다.
삼장은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얼른 소매로 바람을 막았다.
그런데도 등불은 희미해졌다가 밝아지고
다시 희미해지는 바람에 삼장은 겁이 더럭났다.
이때 또 졸음이 엄습하여 경을 놓은 탁자에 엎드린채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써봤으니 마음과 몸이 다르게
꾸벅꾸벅 졸게 되었다.
눈은 감고 있었지만 정신은 말똥말똥 하였다.
창밖에서 나는 바람소리가 그쳤는가 싶더니 선당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가느랗게 들렸다.
"사부!"
부르는 소리에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문밖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흠뻑 젖어있고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불렀다.
"사부, 사부."
삼장은 몸을 굽혀 그를 꾸짖었다.
"그대가 요괴나 요마가 아니라면
하필 이 깊은 밤중에 찾아와서
나를 희롱하는 까닭이 무엇이냐?
나는 물욕을 탐하는 자가 아니다.
나는 광명정대한 중오럿 동녘땅
대당 황제의 명을 받들고 부처님을 배알하고
경을 가져오려고 서천의로 가는 길이다.
내 수하에 제자가 셋이 있는데
다 용과 범을 소탕할 수 있는 장사다.
내 제자들이 너를 보기만 하면 네 몸은 가루가 되고 말것이다.
내가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너에게 권하니
너는 속히 멀리로 몸을 피하는 것이 좋으리라.
나는 선문을 범해서는 안된다.
"사부, 짐은 요마나 악마가 아니요."
"그대가 그런 것이 아니라면 왜?
깊은 밤에 나를 찾아왔느냐?"
"사부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시요."
삼장이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머리에는 충천관을 쓰고 허리엔 옥띠를 두르고
몸에는 용과 봉을 수놓은 갈색 황포를 입고
발에는 구름무의 새긴 무우리를 신고
손에는 백옥의 규를 잡고 있다.
얼굴은 동악의 장생제같고 모습은 문창의 개화군도 같았다.
삼장은 대경실색하여 허리를 굽히며 큰 소리로 불렀다.
당신은 어느나라에 황제패하 이십니까?
이쪽으로 와서 앉으십시요"
삼장은 얼른 나가 손을 잡아 안으로 이끌려고 했으나
허공을 짚고 말았다. 그래서 다시 제자리에 앉아서 보니
그 사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폐하는 어느나랴 황제십니까?
나라안이 어지럽고 간신들에 모략에 쫒겨나
밤중에 여기로 도망을 해 오셨습니까?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제게 들려 주십시요."
그 사람은 그제야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지난일을 호소했다.
"사부님, 난 여기서 사십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습니다.
그 곳에 성이 하나 있는데 나라의 기틀이 될만한 곳이지요,"
"그곳의 지명이 무엇입니까?"
짐이 그곳에 나라를 세울 때 오계국이라고 했습니다."
"폐하께서 그토록 당황하시는 것을 보니
필시 곡절이 있을 것입니다."
"사부님, 오년전에 혹심한 가뭄이 들어 초목이 다 마르고
백성들은 굶어 죽었습니다. 저는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폐하, 옛사람이 말씀하시기를
"나라에 정가가 바르면 하늘에 마음도 이에 순응한다."하였습니다.
보아하니 폐하는 백성을 제대로 사랑하지 않았던 듯합니다.
가뭄같은 재해가 들었다면 성을 떠나
피난할 것이 아니라 나라에 창고를 열어
이재민을 구하고 지난 잘못을 뉘우쳐
옳은 정사를 베푸시고 억울하게 죄를 쓰고
옥에 갇힌 사람을 풀어준다면 자연 천심이 화합되고
곡식도 잘 자라는 것입니다."
"나라에 창고는 텅비고 백성들에게 거둔 조세됴
고갈이 되어 문무관원들에게 녹도 제대로 주지 못하고
내 밥상에도 고기는 자취를 감춘 형편이었습니다.
우왕이 치수한 본을 따서 만백성과 고락을 같이 하려고
저는 목욕재계하고 주야로 향불을 살라 기우제를 지내어습니다.
삼년동안 강물과 우물이 말라 나라가 바야흐로
위기에 이르렀을 때 마침 종남산에서
도사 한 사람이 왔습니다.
그는 바람을 부르고 비를 비르며
동로 금을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먼저 문무백관을 만난 후에 저와 만나게 되었지요."
~ 다음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