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2권 7-10 7 한적閑適 한적한 것 10 한적閑適
자소무관의自少無關意 젊어서부터 관심되는 일 없었는데
이금협소심而今愜素心 이제 와서 본 마음에 흡족하구나.
종화련죽오種花連竹塢 꽃 심어서 대밭과 연했지만
시약피당음蒔藥避棠陰 약 심을 땐 해당화 그늘 피했네.
태선인종소苔蘚人蹤少 이끼 낀 길에는 사람 자취 적고
금서수영심琴書樹影深 거문고 책에는 나무 그림자 깊다.
종래저산질從來樗散質 종래부터 가죽나무 같은 체질에
갱여병침심更與病侵尋 또 다시 병까지 침노해 오네.
소싯적부터 세상일에 무관심했고
그게 버릇 들어 지금도 욕심 없이 만족하고 산다네.
꽃씨 뿌려 대숲 언덕까지 꽃길을 내고
해당화나무 그늘을 피해 약초를 심네.
사람자취 드물어 이끼가 끼어있고
짙은 나무그늘아래는 거문고와 책이 놓였네.
옛날부터 허약체질이었는데
또 병이란 놈이 이 몸을 찾아오려하네.
►‘쾌할 협愜’ 쾌快함. 만족滿足함. 마땅하다
►둑‘ 오塢’ 둑, 제방堤防. 마을. 보루堡壘
►시약蒔藥 약초藥草심기
►태선苔蘚 이끼
►저산樗散 쓸모없는 사람. 저력산목樗櫟散木. 허약함
‘가죽나무 저/저포 저樗’
젊어서부터 세상 일에 무관하더니
지금에 와서 본디 마음 유쾌하다
대숲 언덕에 이어 꽃을 심고
아가위 그늘 피해 약 모종낸다
사람 자취 드물어 이끼 끼고
나무 그늘 깊은 곳에 거문고와 책이 있다
이전부터 쓸데없는 자질이거니
다시 병이 침노해 찾아 들도다
●한적閑適 한가하고 매인 데가 없어 마음에 마땅하게/서거정徐居正(1420-1488)
한적삼생원閑適三生願 유유자적悠悠自適은 三生 내내 바램인데
풍류백세광風流百歲狂 풍류風流는 한평생 미친 듯이 보내는 것이네.
시선반아빈詩先斑我鬢 시詩는 먼저 내 귀밑털을 허옇게 만들고
주역란오장酒亦爛吾膓 술 또한 내 창자를 문드러지게 했구나.
세우추손죽細雨抽孫竹 가랑비는 죽순竹筍을 돋게 하고
경음호해당輕陰護海棠 엷게 낀 구름은 해당화海棠花를 지켜 주네.
거연용관즐居然慵盥櫛 세수洗手와 빗질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가
오몽이통장午夢已通塲 낮잠 자며 이미 한바탕 꿈이나 꾸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