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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원각사 → 사패산 삼거리 → 사패산 → 사패산 삼거리 → 포대능선 → Y 계곡 → 신선대 → 오봉 → 여성봉 → 송추유원지'의 12.36km, 5시간 코스를 종주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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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패산[賜牌山]
높이: 552m
위치: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서울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북한산 국립공원은 전국 국립공원 중 탐방객 수 1~2위를 다투는 명산. 구석구석 사람들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그러나 `북한산 귀신'을 자처하는 산쟁이들조차 잘 모르는, `숨겨진 1인치'가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사패산. 남북으로 길게 뻗은 북한산 국립공원 북쪽 끝,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송추지역과 의정부시에 맞닿아 있는 사패산은 북한산 국립공원 구역 안에서 가장 깨끗한 속살을 갖고 있다.
울창한 숲은 원시림에 가깝고 설악산 천불동계곡을 연상시키는 너럭바위 골짜기마다 맑은 물이 흐른다. 게다가 이 물속에는 북한산 다른 지역에서는 10여 년 전 자취를 감췄던 가재는 물론 날도래, 강도래 등 1급수에서만 보이는 수서곤충들이 풍부하게 살고 있다.
특히 물가의 큰 바위를 뒤덮은 두꺼운 이끼는 이곳이 얼마나 깨끗한가를 증명해주고 있다. 도심 방향의 북한산 바위들은 공해 때문에 이끼가 사라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도봉산 포대 능선과 연결돼있는 사패산이 지금까지 자연미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얼마 전까지 군사보호 구역으로 묶여 일반인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덕분이다. 더구나 부근 북한산과 도봉산의 명성이 워낙 대단해 등산객들은 사패산에 눈을 돌릴 이유가 없었던 것.
10년 넘게 북한산을 지켜온 공원 관리사무소 송추분소 최대찬 소장은 "사패산은 수많은 등산객과 공해로 오염되기 이전의 북한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도봉산[道峰山]
높이: 740m
위치: 서울특별시 도봉구, 경기도 양주시
도봉산은 서울 근교의 산으로 북한산과 함께 북한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으며 교통이 편리하고 산세가 아름답다.
주능선상에는 최고봉인 자운봉을 비롯 만장봉, 선인봉, 주봉 등의 암봉과 서쪽으로 다섯 개의 암봉이 나란히 줄지어 있는 오봉이 있다. 선인봉, 만장봉, 주봉, 우이암은 각기 거대한 암벽들이다.
도봉산은 우람한 기암괴석과 뾰족이 솟은 암봉들이 장관을 이루며, 사방으로 뻗은 계곡을 따라 녹음이 우거져 명소를 만들고 있다. 사계절 모두 즐겨 찾는 산이지만 가을이면 단풍의 물결이 여느 산 못지않다.
도봉산의 3대 계곡은 문사동계곡, 망월사계곡(원도봉계곡), 보문사계곡(무수골) 이다. 이 계곡들이 바로 산행기점과 연결되고 있다.
도봉산은 등산코스가 다양하다. 그 중에서 도봉동 도봉산역, 망월사역, 우이동코스가 대표적이다. 포대능선은 동에서 서쪽으로 일방코스이다. 따라서 다락능선이나 포대능선 방행에서 정상 방향으로 코스를 잡아야 한다.
인기 명산[16위]
우람한 기암괴석과 암봉, 아기자기한 암릉 등이 있는 도봉산은 경관이 수려할 뿐 아니라 전철 도봉산역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할 수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 사계절 두루 인기가 있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최고봉인 자운봉을 중심으로 만장봉, 선인봉, 원도봉계곡, 용어천계곡, 송추계곡 등 경관이 수려하고 국립공원으로 지정(1983년)되어 있으며, 수도권 시민의 휴식처인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암벽 등산에 최적지이며, 회룡사(回龍寺), 망월사(望月寺), 천축사(天竺寺), 보문사(普門寺) 등이 유명하다. - 한국의 산하
4월 15일 국회의원 총선거일을 맞이하여 마음에 드는 당은 없지만, 그래도 민주주의 꽃인 투표를 해야 하기에 아침 일찍 소중한 의무를 수행하고 가까운 산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10일 금요일 예정했던 일이 취소되어 뭘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그날이 사전 투표일이라 투표하는 거로 시간을 보냈다. 고로 정작 투표일에는 투표를 안 해도 되는 상황이라 짧은 산행이 아니라, 근교에서 장거리 산행을 하기로 변경하고 다녀올 만한 코스를 찾아보았다.
애초 산악회를 이용하는 장거리 산행도 고민해 봤지만, 적당한 산이 보이지 않고, 굳이 임시 휴일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장거리 산행을 하고 싶지도 않아 근교 산행하기로 했다. 근교 장거리 산행이라면 종주인데,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 덕에 이미 12 성문[산행기]과 광청[산행기]종주 산행은 마쳤기 때문에 남은 종주는 영봉에서 족두리봉까지의 북한산 종주나, 사패에서 여성봉까지의 사패·도봉 종주 정도다. 해서 북한산 종주는 북한산 12 성문 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코로나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예측이 안 되니 다음으로 미루고 사패·도봉 종주를 먼저 하기로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세계의 공장이 가동을 중지하는 바람에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이 사라져 시야가 넓어지는 효과로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절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패에서 도봉에 이르는 능선에서 볼 수 있는 삼각산의 절경! 이 시기가 아니면 언제 볼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사패·도봉 종주는 단독 산행 확률이 높아, 점심도 간단히 해결할 생각이다. 비상식으로 간단히 요기만 하고 진짬뽕에서 거하게 먹는 거로. 물론 만약에 대비해 1인용 비상 디팩은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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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행이라 생각하고 뭉그적거리고 있는데 순희 누님에게서 원각사 입구에 몇 시에 집합하면 되냐고 묻는 문자가 왔다. 카페의 산행 안내에는 8시 30분으로 돼 있다는 거다. 8시에 불광역에서 만나기로 했으면, 원각사까지 대략 1시간 정도 걸리니 9시가 맞다. 내가 잘못 올린 거였다. 해서 9시까지 오시라고 하니, 누가 같이 가냐고 물어 누님과 둘이라고 답했다. 그럼 방해가 되니 혼자 가라고 하는 걸 유유자적 산행을 즐기면 되니 걱정하지 마시고 오시라고 해 같이 산행하기로 했다. 등산 인원이 달라진 만큼 1인용 비상용 디팩을 2~3인용 비상용 디팩으로 바꿔 배낭에 넣고,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7시 50분경 집을 나서 불광역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 정류장에는 나처럼 사전 투표를 했거나, 일찍 투표를 마친 등산객 10여 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송추 원각사 입구로 가기 위해서는 시외버스 34번이나 360번을 타야 하는데, 34번은 6분 후 360번은 언제 올 거라는 정보도 없어 바로 도착한 704번을 탔다. 일단 송추에서 의정부행 차로 환승하기로 하고. 송추 검문소에 내려 1분 정도 기다리니 34번 버스가 도착했다. 그럼 불광역에서 34번을 기다렸다가 타는 게 나을 뻔. 뭐 어쨌든 세 정류장을 달려 9시 5분에 원각사 입구에 도착했다. 마침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누님이 안에서 기다린다고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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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누님을 만나 산행을 시작한 시각이 9시 12분이다. 애초 단독 산행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코스를 법정 탐방로인 원각사를 지나 원각사 삼거리로 오르는 코스가 아닌, 사패산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암벽 코스로 오를 생각이었다. 그 코스는 2016년 10월 서기와 동행 이후 오른 적이 없다. 암벽 구간이라 준비가 안 된 친구를 데려갈 코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해서 누님과 같이 산행을 시작하며 정규 등산로로 변경할까 고민도 해봤지만, 평소 누님의 바위 타는 모습을 봤기에 문제가 없을 거라 판단해 애초 계획대로 암벽 코스로 가기로 했다.
암벽 코스로 가기 위해서는 원각사 전 북한산 둘레길인 "산너미길"로 가야 한다. 둘레길을 중심으로 주변은 진달래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그렇게 5분 정도를 오르자 정상 암벽으로 가는 감춰진 길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당연히 비법정 구간이다.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지난 2017년에는 사패산 정상에서 요원이 지키고 있었다는 건데, 이번에도 지키고 있다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거라는 거.
그런데 그 길은 얼마나 많은 등산객이 다녔는지 지난 2017년과는 다르게 일부러 만든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좋았다. 좌우에 활짝 핀 진달래의 도열을 지나 잘 다듬어진 길로 암벽을 향해 갔다. 원각사의 정규 코스가 원각폭포부터 삼거리 직전까지 급경사를 이루는 것과 달리 이 코스는 둘레길부터 정상 아래까지 완경사로 이루어져 있지만, 상대적일 뿐이지 무시할 정도의 경사는 아니다. 이 경사를 오르며 누님이 힘들어해 누님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의 경치와 꽃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구절 중 "양주에 사패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가 생각나게 하는 진달래꽃 뿌려진 등산로를 지나며, 간간이 쉬기도 하면서 진달래 터널을 지나 10시 17분에 암벽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암벽을 보고 놀랐다. 2017년이 마지막이라 내 기억이 많이 왜곡되어 있었다. 대략 2~3m만 가로지르면 되는 거로 알고 있었지만, 그게 아니라 암벽을 기어올라야 했다. 왜 기억이 왜곡되었을까?
잠깐 누님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여기서 돌아갈 수는 없어 일단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봤던 모습대로 누님도 거리낌 없이 올랐다. 이 코스의 장점이 원각사 삼거리라면 정상에 들렀다가 다시 삼거리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 왕복이 필요 없다는 것과 정규 코스보다 짧다는 거다. 암벽을 기어 올라 거대한 바윗덩어리 산인 사패산 정상을 좌로 돌아 금줄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 금줄은 오르는 걸 막기보다는 정상에서 이쪽으로 하산하는 걸 막기 위한 용도지만, 그렇다고 오르는 게 합법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침니등반으로 정상에 오르자 눈앞에 장관이 펼쳐졌다. 삼각산, 상장능선, 오봉, 도봉산 등이 한눈에 펼쳐졌다. 아쉬운 게 있다면 코로나 이전 미세먼지가 끼었을 때보다는 잘 보였지만, 날씨가 흐려 기대했던 광경은 아니었다. 정상에는 20여 명의 등산객이 인증을 찍거나 간식을 먹고 있었다. 누님만 인증을 찍은 후 주변 등산객 사진을 찍어 준 후 누님이 가져온 오이로 갈증을 해소하고 조금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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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패산 정상을 떠나 다음 목적지인 원도봉 향해 내려가다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계단을 보고 놀랐다.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다. 사패산에 저런 길이 있었던가? 길을 저렇게 만들어 놓았다면, 능선 위의 다른 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짜증이 났다. 앞으로 사패·도봉 종주의 재미도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어쨌든 원각사 삼거리를 지나 위에서 본 계단을 오르면서 누님이 도저히 같이 움직일 체력 되지 않으니 먼저 가라고 해서 그럼 코스를 달리해 각자 산행 후 진짬뽕에서 만나기로 하고 앞서 나갔다. 누님은 Y 계곡을 우회해 신선대를 지나 송추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나는 예정대로 오를 수 있는 모든 봉우리를 오르며 오봉을 거쳐 여성봉에서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누님을 뒤로하고 범골 삼거리를 지나 온갖 바위나 봉우리를 오르며 간간이 사진을 찍기도 하며 길을 가 11시 20분에 송추 주차장 사거리에 도착했다. 이정표를 보고 누님이 전화할 거라는 걸 예상하며 사진 한 장 남기고 계속 원도봉을 향해 가며 뭐가 바뀌었는지 유심히 살폈다. 그중의 하나가 과거에는 없었던 바위에 철봉을 박아 만든 가이드!
날이 흐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좌 불암, 수락을 우 노고를 보며 진달래 터널을 지나 11시 56분에 포대능선에 도착했다. 포대 능성 암릉을 따라 포대를 마주 보며 가고 있는데, 배가 고파왔다. 지난 일요일 25km의 광청 종주를 한 이후라 다리도 정상이 아닌데 배가 고파 더 갈 수가 없었다. 해서 적당한 장소에 앉아 요기하기로 하고 나무 그늘로 들어가 먹거리를 꺼냈다. 배낭에 버너와 코펠, 라면 등이 있지만, 누님과 진흥관에서 짬뽕을 먹기로 해 간단하게 요기만 하기로 했다. 위스키를 홀짝이며, 갱, 꼬마 소시지, 미니 에너지 바 등을 안주로 대충 점심을 때웠다. 바위 정상 곳곳에 자릴 잡고 앉아 점심을 먹는 등산객을 구경하며.
대략 5분 정도 위스키를 마신 후 모든 흔적을 인멸하고 그 자리를 떠나, 12시 10분에 산불감시초소에 도착했다. 초소를 지나 포대를 보며 기암을 사진으로 남기며 암릉을 달려 12시 37분에 Y 계곡 우회로에 도착했다. 나야 물론 오랜만에 Y 계곡을 건널 거라 우회로가 아니라 직진했다. 포대 능선이라는 이름이 있게 한 포대에는 10분 후에 도착했다. 포대에는 많은 등산객으로 붐벼 굳이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 사진만 한 장 찍고 바로 Y 계곡으로 향했다.
앞에 보이는 Y 계곡 정상에는 몇몇 등산객이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원래 Y 계곡은 사고나 나면 대형 사고라 등산객이 붐비는 공휴일이나 일요일에는 일방통행(포대에서 신선대 방향)만 시키는데 투표일에도 그런지? Y 계곡에 도착해 건너기 위해 앞을 보니 선인봉에 매달린 사람이 보였다. 해서 카메라 망원렌즈를 이용해 주변을 훑어 보니 따뜻한 날씨에 암벽 등반을 즐기는 사람이 꽤 많이 보였다.
Y 계곡은 예닐곱의 탐방객이 지나고 있었지만, 평소에 비하면 한가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등산객이 없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 오고 있는 등산객이 없는 거로 봐서 투표일도 공휴일로 취급해 일방통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거로 보였다. 오랜만에 한가한 Y 계곡을 건너 1시 1분에 신선대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Y 계곡의 반대편 정상이다. 예상대로 요원 둘이 Y 계곡 쪽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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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의 정상인 자운봉은 도구가 없으면 올라갈 수 없어 신선대가 정상을 대신하고 있는데, 그 정상에는 등산객으로 만원이었고, 두 줄로 서서 올라가고 내려오고 있었다. 평소 사패·도봉 종주 시 신선대는 오르지 않고 지나치는데(북한산도 그렇듯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신선대를 오른 지가 5~6년 된 거 같고, 제대로 된 종주를 한다는 의미로 인파로 붐비지만, 오르기로 했다. 만장봉과 신선대 사이의 도봉산 소개 입간판에 배낭을 벗어 두고 카메라만 들고 철 가이드가 아닌 암벽을 기어 올라 신선대에 올랐다.
신선대에는 정상석이 아닌 정상목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기 위해 20여 명이 줄 서서 대기하고 있었고, 비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있어 위험하기까지 했다. 나야 굳이 인증을 남길 이유도 없어 줄을 빠져나와 철 가이드를 넘어 과거 자주 반대편으로 기어 올라왔던 곳으로 갔다. 그리고 주변의 사진을 찍은 후 배낭을 두고 온 걸 후회했다. 배낭을 메고 왔으면, 이쪽으로 암벽을 타고 내려가면 될 것을.
신선대도 찍었으니 이제부터는 오봉까지 달리기만 하면 된다. 1시 14분 신선대를 떠나 통신 안테나가 보이는 오봉을 향해 갔다. 그리고 1시 46분에 우이암 갈림길에 도착했다. 여기서 앞에 있는 암봉을 하나 더 넘으면 송추 주차장 갈림길이다. '누님 상태로 봐서는 여기서 우이암 쪽으로 하산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여기서 우이암 쪽으로 하사하는 걸 진정한 의미의 사패·도봉 종주라 생각하는 산꾼이 많은 만큼 더 의미가 있을 수도...'라고 생각하며 암봉을 넘어 1시 57분에 송추 주차장 갈림길에 도착했다. 여기서 오봉까지는 700m 거리고 이번 산행 마지막 깔딱이 남았다.
마지막 깔딱을 지나 오봉 암벽을 기어 올라 2시 17분에 오봉 정상에 올랐다. 5봉에는 4봉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요원 둘이 감시하고 있었다. 정상에서 저 멀리 삼각산과 상장 능선과 나머지 4개 봉을 사진으로 남긴 후 뜨거운 생강차 한잔하고 바로 오봉을 떠났다. 서둘러 여성봉으로 간 이유 중 하나가 송추 갈림길 이후 거의 나와 같이 움직인 20여 명의 산악회(동창으로 보이는)와 같이 여성봉에 도착했다가는 여성봉 사진도 찍기 힘들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달려 2시 49분에 여성봉에 도착했다. 여성봉에는 20여 명의 등산객이 점심을 먹거나 쉬고 있었다. 그리고 내려가 봐야 누님이 도착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 일단 여성봉 정상에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뜨거운 생강차를 한잔하고 신발을 벗고 발 상태를 살펴보다 놀랐다. 몇 번 신지도 않은 양말에 구멍이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1분 정도 앉아 있다가 체질적으로 오래 있지를 못해 바로 일어나 복장을 갖추고 주차장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체질적인 문제도 있지만, 여기서 이러기보다는 계곡에서 탁족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 시각이 2시 59분이다. 계곡까지는 2km! 3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예상대로 3시 30분에 오봉 탐방센터에 도착했다. 사패·도봉 종주 산행의 날머리다. 여성봉에서부터 느낀 거였지만, 송추유원지와 여성봉 사이의 등산로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등산객이 많았는데, 유원지에는 투표 후 나들이 나온 가족으로 붐비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유원지 식당이 손님으로 붐비고 있는 듯 보였다. 탁족을 하기 위해 계곡 상류로 올라가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는 순간 누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Y 계곡을 우회하고 신선대 우측 길로 가고 있는데 주차장 갈림길 나오지 않고 주변 등산객에게 물어봐도 "이 길은 오봉 가는 길이라고만 한다"라는 거였다. 해서 오봉 가는 길에 주차장 갈림길이 있고, 그 전에 우이암으로 빠지는 길이 나오는데, 그리로 내려가면 우이동이고 그 갈림길 앞에 있는 암봉을 넘으면 주차장 갈림길이 나온다고 알려드렸다. 그리고 체력을 고려해서 우이암이나 주차장 어느 쪽으로 하산할 건지 판단하시라고 얘기하고 통화를 마쳤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탁족 후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새 양말을 꺼내 신은 후 약속 장소인 진짬뽕을 향해 유유자적 걸어갔다. 내려가는 중에 누님이 우이암 쪽으로 하산한 사실을 알았다. 그럼 진흥관에서 만날 약속도 취소된 상황이라 집으로 바로 갈지 배도 고프니 진짬뽕 한 그릇하고 갈지 고민하다가 짬뽕을 먹기로 하고 진흥관에 들어가는 거로 이번 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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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관에 들어가 삼선짬뽕과 이과두주를 주문했다. 삼선짬뽕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 먼저 양파와 노란 무를 안주로 이과두주를 마셨다. 그리고 짬뽕이 나와 이과두주를 반주로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짬뽕과 이과두주를 비우고 진흥관을 나와 집으로 향한 시각이 5시 18분이니 대략 11시간을 외부에 있었다.
애초 계획과는 달리 '원각사 입구 → 북한산 둘레길 → 암벽 → 사패산 정상 → 포대능선 → Y 계곡 → 신선대 → 오봉 → 여성봉 → 송추유원지'의 13.95km(트랭글), 7시간 13분의 사패·도봉 종주 산행을 했다. 이동 6시간 3분, 휴식 1시간 10분! 누님은 우이암을 거쳐 원통사로 하산! 누님이 한 코스나 내가 한 코스나 거리로 놓고 보면 비슷할 텐데...
코로나 사태로 깨끗한 공기와 맑은 날씨를 기대하고 시작한 종주였지만, 날이 흐려 삼각산을 비롯한 주변 산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쉬운 산행이었다.
일요일 광청 종주 후 바로 달린 산행이라 마치 무박 지리 종주를 하는 거처럼 힘든 산행이었다.
역시 짬뽕은 진짬뽕이다.
첫댓글 너무 무리하지 마라
토요일 백병산 갈 수 있을지 고민중이다.
정확히는 잘 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