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9월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이다. 히틀러는 이미 침공 직전 소련과 독-소 불가침조약을 체결했는데, 비밀리에 폴란드를 나눠가지려는 흑심이었다. 폴란드에 이어 덴마크, 노르웨이가 차례로 함락했다. 1940년 5, 6월 프랑스도 단 6주 만에 점령당했다. 그리고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기습 점령. 파죽지세였다.
다음 차례는 영국. 1차 대전에서 동쪽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서쪽에선 영국에 패했던 경험이 있는 독일은 영국과의 전쟁은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영국과의 교섭이 여의치 않자 오히려 소련과 ‘절반의 동맹’을 맺고 영국·프랑스와 먼저 전쟁을 벌였다. 독일은 영국을 정복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대함대를 보유하지 않았고, 군대를 영국에 상륙시킬 여력도 충분치 않았다.
1940년 8, 9월 독일 공군의 영국 공습은 전쟁의 분수령이 된다. 영국은 독일과의 공중전에서 제공권을 지켜냈다. 때문에 독일의 영국 침공은 오랫동안 불가능해졌다. 엄청난 자원을 갖고 있는 데다 몹시나 끈질긴 적을 서방에 남겨둔 것이다. 서부전선에서 히틀러의 승리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었다. 1941년 6월 소련 침공 역시 커다란 전략적 실책이었다. 소련의 반격이 시작된 1941년 12월 미국에 선전포고를 함으로써 히틀러는 예고된 패배의 길로 들어섰다(<비스마르크에서 히틀러까지>, 제바스티안 하프너/돌베개).
2017년 7월 국내 개봉한 영화 <덩케르크Dunkirk>에 독일에 맞선 영국의 필사적인 저항이 잘 그려져 있다. 1940년 5, 6월 파죽지세의 독일군에 포위된 영국·프랑스군 34만여 명을 도버해협 건너편 영국으로 철수시키는 대작전이 천신만고 끝에 성공했다. 이 작전은 영국 국민을 단결시켜 독일에 대한 항전 의지를 불태우게 함으로써 2차 대전의 물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