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산회 405회 '우면산 둘레길' 산행기"＜2021.03.13(토)＞ / 홍황표

[천리향]

~^ㄴ^~

◈ 월일 / 집결 : 2021년 3월 13일(토) /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1번출구 (10:30)

◈ 참석 : 1진(4명), 2진(4명), 3진(4명)

◈ 산행코스 : 양재시민의숲역-양재천-둘레길-소망탑-성산약수터-전원마을 입구-사당역-뒤풀이 장소

◈ 동반시 : "봄날, 사랑의 기도" / 안도현 및 "3월의 시" / 나태주

◈ 뒤풀이 : '죽순추어숙회'에 소·맥주 / '담양 죽순 추어탕'<사당역 6번출구 근처, (02) 597-0036>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인지 가깝고 낮은 산이 좋다. 부담없이 힘들이지 않고 친구들과 자연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면산은 강남의 한 복판에 있는 산으로 지하철과의 연결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간판에 의하면 동서로 소가 누워 잠자는 형상이라하여 우면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어느 쪽이 머리인지 몰라서 구글에서 보니 양재쪽이 머리같고 남태령쪽이 꼬리부분 같다. 오늘 소 같이 순한 산을 오르기로 한 것이다.

약속한 모든 산우들이 출발 시간에 맞쳐서 집합, 이번엔 전년과 반대로 양재시민의 숲역에서 출발하였다. 주차장을 지나서 양재초등학교 앞의 우면산 등산로 입구에서 부터 산행의 스타트다.

이쪽길은 왼쪽 아랫마을 주민들만 이용하는지 산에 오르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코로나 집합 금지를 잊어버리고 중간 휴식장소에서 자연스럽게 합쳐지기도 하고 떨어져 가기도 하여 기분좋은 산행을 한다.

약 한 시간을 올라가니 소망탑(270.7m)이 나온다. 여기서 북쪽으로는 남산, 서초동 법조단지, 남쪽으로는 청계산, 과천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우리처럼 큰 단체는 없었다. 우리는 눈치를 보며 소수 단위로 사진을 남기고 간식 장소를 찾아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은 288계단 원웨이 뿐이다. 정상 부근은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단 끝에서 직진하면 발아래 예술의 전당에 이르지만, 90도 좌회전으로 사당쪽으로 간다.

12시를 넘겼으므로 간식을 즐길 곳을 물색하던 중, 군부대 밑, 옛날 산사태 시발지점의 골짝에 자리를 잡았다.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기인 총장은 언제나 족발을, 도봉선생은 홍어를 가지고 와서 우리를 즐겁게 한다. 막걸리가 부족한 듯 했지만, 그래도 거의 배를 채우고 남을 정도의 간식이었다. 배불러 먹었으니 오늘의 동반시("봄날, 사랑의 기도" / 안도현)를 기자인 내가 낭송하였다.

"봄날, 사랑의 기도" / 안도현

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
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제대로 맞지 못했습니다.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해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갓 태어난 아기가 '응아' 하는 울음소리로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듯
내 입 밖으로 나오는 '사랑해요.'라는 말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

키 큰 나무들을 지나 사람들이 한가한 삼거리같은 곳에 이르러 남 총장님이 안건의 토의 제안으로, 첫째로 카톡방을 시산회 공식톡방, 사랑방, 문예방으로 구분하는 것과, 둘째로 기존 시산회 회칙을 수정하는 건, 셋째로 회장, 총장 외 감사 이경식 산우, 산악대장 김종화 산우를 만장일치로 선출하였다. 이 감사님! 김 대장님! 건투를 빕니다.

역시 유능하신 남 총장님이 다르다. 해를 거듭할수록 재미난 산행이 될 것 같다. 사당역으로 내려와 담양죽순추어탕 집에 들어가니 아담하고 조용한 별실로 우리를 안내 하였다.

마음껏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우리들만의 공간이다. 종화 산우는 좋은 봄날에 시 한편으로는 서운하다며 동반시 한 편("3월의 시"/나태주)을 낭송하였다.

"3월의 시" / 나태주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지껄이라 그러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번 새옷을 갈아입고

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쳐가겠지...

그러나
3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모두가 봄날을 새롭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맞이하자는 의미의 아름다운 시이다. 뒤풀이를 맛있게 잘 하고, 귀가 하였다. 모두가 즐거운 405회 '우면산 둘레길' 산행이었다.

                                                                2021년 3월 15일  홍황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