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공유 킥보드 업체인 ‘라임(Lime)’이 지난달 말 부산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독일 업체 ‘윈드’, 국내업체 ‘킥고잉’ 등도 부산에서 운영 중이다. 특히 해운대나 광안리 같은 관광명소에서는 전동킥보드를 사용해 인근 관광지를 두루 살펴보고 즐길 수 있어 앞으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전동킥보드라는 새로운 이동 수단이 생기면서 거리의 모습도 변하고 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그리고 간간이 자전거가 달리는 차도에 전동킥보드가 지나간다. 전동킥보드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불쑥불쑥 나타나자 ‘킥라니’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킥라니는 ‘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7F27435E059DAC1A)
좌동 NC백화점 앞 인도에 세워진 킥보드
● 인증제품으로 규정에 맞게
보행자 입장에서 전동킥보드는 대단히 위협적이다. KC 인증을 받은 전동킥보드의 최대 무게는 30㎏, 속도는 시속 25㎞인데 충돌사고가 발생할 경우 흉기가 되기에 충분한 무게이다. 오토바이처럼 독특한 소음이 들리는 것이 아니라서 바로 뒤에 있어도 전혀 알아채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전동킥보드의 핸들 위치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와 비슷해 질주하는 전동킥보드가 자칫하면 어린이의 얼굴을 가격할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전동킥보드 사고 위험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뺑소니 사고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를 ‘자동차 등’에 해당하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한다. 따라서 전동킥보드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나 원동기 면허가 있어야 한다. 운전면허증이 없으면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고, 술을 마시고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면 음주운전에 해당한다. 그러나 전동킥보드에 번호판을 달아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전동킥보드 뺑소니를 당해도 이용자를 알아내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8월 서울 한남대교에서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지만 킥보드를 특정하지 못해 경찰이 뺑소니범 검거에 애를 먹었다.
전동킥보드에 의한 야간과 새벽시간대 사고 위험이 커지는 것도 상당히 우려스럽다. 전동킥보드에는 전조등이 없거나, 설치되어 있어도 켜지지 않는 이른바 ‘스텔스 킥보드’가 적지 않다. 정부가 내년 2월부터 전동킥보드의 전조등과 경음기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는 새 안전기준을 고시했지만 야간 운행을 제한하는 등 안전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다.
해운대의 경우 아직까지 심각하지는 않지만 공유 전동킥보드의 무단방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공유 업체에서 킥보드에 GPS를 설치해 민원이 발생하거나 통행 방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이용자가 주차를 시도하면 이곳에는 ‘주차할 수 없다’는 안내를 보낸다. 하지만 자동차처럼 주차금지구역에 세워둔 차에 견인 등 강제조치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인도 한가운데에 세워두는 경우도 많아 길가에 넘어질 경우 보행자 통행을 방해하기도 한다.
전동킥보드가 일으키는 가장 큰 문제는 전동킥보드가 수시로 인도를 침범한다는 것이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가 ‘자동차 등’에 해당하므로 인도나 자전거도로로 다닐 수 없고 차도로 다녀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인도나 자전거도로, 공원 등에서 무분별하게 통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회는 2017년에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지난 4월에 뒤늦게 논의에 들어갔지만 법안처리는 불발되었다.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통행의 조화를 확보하려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현행 자전거도로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런 법안을 냈다는 것은 참으로 현실을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6B944E5E059DCE3C)
통행이 금지된 신도시 아파트 산책로(대동아파트와 대림2차아파트 사이)에 놓여진 킥보드
![](https://t1.daumcdn.net/cfile/cafe/99EB294C5E059E010D)
![](https://t1.daumcdn.net/cfile/cafe/994AFC4C5E059E0213)
인도 곳곳에 세워진 전동킥보드
● 전동킥보드를 계기로 인도 속 자전거 겸용도로 폐지를
해운대의 경우 자전거 전용도로는 거의 없고 대부분 인도의 일부를 별도로 포장해 보행자와 자전거가 같이 다니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인도에 자전거가 다니도록 허용한 기형적인 자전거도로인데, 여기에 시속 25km를 달릴 수 있는 전동킥보드를 달릴 수 있게 한다면 보행자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다.
전동킥보드·전동휠·전기자전거 등을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 PM)’이라 한다. 새로운 이동 수단이 등장하면 여러 혼란이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공유사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이동 수단이 갈등 없이 사회에 자리 잡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전동킥보드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의 문제점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전동킥보드가 ‘자동차 등’에 해당한다고 해서 차도로 주행하라고 하는데, 차도 주행 역시 위험하기 짝이 없다.
공유 전동킥보드 사업이 개시된 지 불과 몇 달 만에 해운대 곳곳에서 공유 전동킥보드가 운행되는 것을 볼 때 해운대 지역에서 전동킥보드 수요는 조만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우선 해운대구청과 의회가 현행 법 규정 내에서 주민과 전동킥보드 운전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을 찾아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인도에 올라와 있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없애고 자전거와 전동킥보드가 다닐 수 있는 자전거 전용 도로를 신설해 보행자와 자전거,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해운대구청에서는 전동킥보드 사용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하면서 공유 업체와 협조해 전동킥보드 운행이 안전하게 이루어지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E391445E059E531B)
/ 박동봉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