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신춘문예가 주는 가장 큰 의미는 새롭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은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아주 낯설거나 무의미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생경함은 주변과는 어울리지 못하고 독자들은 쉽게 공감하지 못하게 된다. 심사위원은 이점에 중점을 두었다. 새롭게 읽히되 무의미하지 않고 공감을 주는 데 성공한 작품. 이런 조건으로 보자면 「허수아비」는 여기에 충일한 작품이다. 우리가 그냥 생각하는 허수아비가 아니다. “온 들녘을 다녀도 발자국을 남기지 않”으며 “빈 방을 안고 몰래 나간 새들을 기다”리는 허수아비는 허수아비로만 읽히지 않는다. 좋은 시가 그렇듯 「허수아비」는 상징으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독거노인이 되어 소멸을 노래하며 빈들을 일으키는 온정과 진리를 동시에 지닌 존재로 읽힌다. 심사위원은 시대가 어렵고 힘든 때 일수록 이런 해자 (垓字)를 지닌 초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허수아비」를 당선작으로 힘차게 밀어 올린다. 「그 겨울을 건너는 법」 「샷 추가」 「신발」 「언어를 가두다」 등의 작품이 마지막까지 겨룬 작품이었지만 아쉽게 다음 기회를 보기로 하였다. 시적 대상을 안일하게 바라보거나 상상이 비약되는 것은 양극단에 속하는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행간의 전이(轉移)를 평이하게만 밀고 나가는 것은 신인이 취할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심사위원 : 이지엽)
[당선소감]
박상철 시인
시를 먹고 축복 터트려
나, 시를 먹고 축복 터트렸습니다. 생각지 못한 술한 단어들이 비처럼 온몸을 타고 내려 내면에 깊숙이 박힙니다. 울고 있고 강물처럼 흘러가고 감동 감격에 눈물이 흐릅니다. 나의 모자람에 울고 은혜로움에 울고 감동에 울고 이제 박출 속에서 웃으렵니다. 폭축 터지는 소리 두려움은 살짝 뒤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무한대 시간. 시를 타고 말 타고 쭉쭉 흐르겠습니다. 무소속으로 달려온 제게 소속이 생겼습니다. 가족으로 불러준 오륙도신문 모자란 저의 글에 응대해 주신 심사위원 여러분 무한 감사 올립니다. 넘치는 사랑 과분한 사랑은 끊임없는 정진으로 좋은 글 통해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챗 GPT 분석(참고로만)
「허수아비」 (박상철)
1. 제목의 의미
"허수아비": 본질적으로 고정되어 있으나 다양한 상징성을 담고 있는 대상이다. 보호와 경계의 상징인 허수아비는 동시에 고독과 소외, 삶의 고단함을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2. 주제
고독 속에서도 존재를 지키며 살아가는 허수아비의 삶을 통해 인간의 소외와 인내를 성찰: 허수아비는 비록 쓸쓸하고 외로운 존재일지라도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수행하며 삶을 이어가는 상징적 존재로 묘사된다.
3. 상징 분석
허수아비: 고독과 소외를 상징하면서도 삶의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는 존재를 나타낸다.
눈물: 외형적으로 메마른 것처럼 보이는 허수아비의 내면적인 감정과 인간적 고뇌를 암시한다.
새와 둥지: 타자의 삶과 관계를 상징하며, 허수아비와 새의 공존은 인간 관계 속에서의 수용과 허용의 모습을 보여준다.
빈 방과 소식 없는 아이들: 기대와 기다림, 그리고 결국 돌아오지 않는 희망의 상징으로, 허수아비의 내면적 외로움을 강화한다.
저물녘과 소멸: 삶의 끝자락에 서 있는 허수아비의 모습을 통해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나타낸다.
4. 연 단위 분석
1연: 허수아비의 내면적 강인함
눈물이 없다고 가슴까지 메마른 건 아니다 / 바람에 흔들리지만 마음은 굳건하다 / 때때로 혼자 뭉게구름을 타고 올라 / 온 들녘을 다녀도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외형적으로는 감정이 없고 고정된 존재처럼 보이는 허수아비지만, 내면적으로는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모습을 가진다.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는 자신의 존재가 지닌 무언의 희생과 겸허함을 상징한다.
2연: 허수아비의 고단한 삶
바람에 찢긴 누더기 / 외로움에 부러진 가지를 놓지 못하고 / 너덜너덜해진 팔 / 새들은 제 세상인 양 집을 짓는다
허수아비는 바람에 찢기고 부서지는 고단한 존재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새들이 허수아비를 자신의 세상처럼 사용하는 모습은 타인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희생과 관계의 고단함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3연: 허수아비와 새의 공존
우거진 수풀 사이 / 내 겨드랑이는 종달새 집 / 바람에 기울어진 몸이 / 몇 몇 새를 쫓지 못하고 동거를 허락한다
허수아비는 자신의 몸을 새들의 둥지로 내어준다. 이는 타자와의 공존과 수용을 상징하며, 관계 속에서 허수아비가 느끼는 갈등과 동시에 포용의 자세를 드러낸다.
4연: 허수아비의 고독과 기다림
오래된 들녘에 덩그러니 나는 버려져 있어 / 빈 방을 안고 몰래 나간 새들을 기다린다 / 커튼을 올려도 소식 없는 아이들처럼 / 나는 독거노인이 되어 저물녘 소멸을 노래한다
허수아비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새들을 기다리며, 홀로 남겨진 고독한 존재로 묘사된다. "소식 없는 아이들"은 관계의 단절과 상실감을 강화하며, 마지막 "소멸을 노래한다"는 삶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허무와 무상을 표현한다.
5. 이미지의 연쇄
눈물 → 바람 → 누더기와 새 → 빈 방과 기다림 → 소멸: 시는 허수아비의 외형적 고단함과 내면적 고독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자연 요소(바람, 구름, 새)와 허수아비의 관계를 통해 삶의 외로움과 희생을 연쇄적으로 묘사한다.
6. 결론
「허수아비」는 고독과 소외의 상징인 허수아비를 통해 인간 존재의 외로움과 희생, 그리고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성찰한 작품이다. 허수아비는 자신의 고통과 고독을 드러내지 않으며 타자와 공존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는 허수아비를 통해 인간이 겪는 관계의 단절과 삶의 무게, 그리고 삶의 유한성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고독과 인내의 철학적 성찰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