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오유국烏有國 우화寓話 여치전傳

[우등생렐티]

초장 初章

 

오유국烏有國 이천십오년 二千十五年  입하立夏 무렵의 일이다.

 

이 사람이 하루는 어스름히 해가 떨어지기 전, 먼 길을 돌아오는 길목에 처음 보는 산길에 들어가게 되었다.

 

막 산길 입구를 오르려는 찰나에,

"이보시오! 멈추시오! 이보시오!" 하고 다급히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장부 하나가 숨을 헐레벌떡 하며 황망히 달려오더니 냅다 손목을 움켜쥐며 캐묻듯 말하기를,

"어디 가시는 길이오? 무엇 하시려 예 오시었소?" 한다.

 

내 황망한 와중에, "소녀는 오유국에서 온 처자입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이 산을 넘어 오유국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하니,

"큰일날 소리를 하시오! 예가 어딘지 알고, 그것도 홀로 건너간다는 말이오! 다른 길로 돌아가시오!" 호통을 친다.

 

내 황당하기 이를데 없어, "여기가 어떠한 곳이기에 그러하십니까?" 하니, 장부가

"예는 온라인蘊羅人 이라 부르오. 인가는 없으되 사방에 짐승이 드글대며, 사람을 낚는 그물처럼 어지러이 꼬인 곳이라, 여차해서는 반절도 건너기 전에 해를 입기 십상이오. 어딜 , 그것도 아낙네의 몸으로 가겠다는 것이오?" 다그친다.

 

이 말에 더럭 겁이 나서, "하오나 이 사람은 반드시 저 길을 건너가야 합니다. 제 실은, 저 멀리서는 길가에 채이는 흔한 풀이나 우리 고을에는 없는 약초를 가져오는 길입니다. 

요사이 소화가 더디고 입맛이 미진하신 아버지께 드릴 미미초味味草, 나이들어 심기가 고르지 못하고 기력이 쇠하시다는 어머니께 드릴, 특히 부녀자에 좋다는 콩진호초豆眞好草 둘둘, 그리고 심기일전하는 사내대장부 오라버니에게 드릴 으리초乙利草 들을 가지고 가는 길인데, 이 산을 넘거가지 않고 빙빙 돌아가자면 족히 닷새는 더 걸릴 것이오, 그리 된다면 이 약초들이 싱싱해지지 않고 피들해지기 십상 아니오." 하며 울먹거리니 장부가,

 

"허허, 근자에 이런 효녀를 보았는가. 좋소, 내 특별히 소저의 효심을 보아서라도 이번 한 번만 도와주겠소." 하며 웬 짐승의 형상을 한 탈 하나를 척 건네는데,

"이 탈을 쓰고 가시오. 이 탈은 저 멀리 이국異國 에 사는 하마河馬 라는 짐승의 탈이오. 이걸 쓰게 되면 마치 하마 한 마리 처럼 보이게 되어 별 의심없이 산을 넘어갈 수 있을 것이오." 하니 내 감읍하여,

"진정 큰 은혜를 입었사오이다. 각골난망하여이다." 하니 장부가 덧붙여,

"다만 당부할 것이 둘 있소. 해가 지거들랑 반드시 넓적하고 큰 나무 하나를 골라 그 그림자 밑으로 들어가 몸을 보중하시오. 또한 내 여기 쓴 맛 없는 풀을 좀 드릴테니 기진하더라도 이것만 자시고, 잠을 잘 적에 꼭 이 풀들을 양손에 쥐고 계시오 " 하니 내 놀라,

"연유가 무엇입니까?" 하니 장부가,

 

"실은 이 곳 짐승들은 그리 사납지 않고 온순하나, 경계가 심한 것이, '악풀러'라는 해괴한 불가사리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오.

 이 악풀러란 악, 악, 알수 없는 괴성을 질러대며 풀들을 헤집어 힘없고 온순한 짐승들을 마구잡이로 굴러대기에 붙여진 이름인데, 그 실상은 아무도 아는 이가 없소.

혹자는 용의 위상과 범의 기상을 모두 지닌 고상한 족속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잠자는 호랑이 위에 올라가 설치는 쥐새끼의 상이라고도 하나, 확인된 바는 없소.

이 악풀러에게 들키지 않게 필히 큰 나무 밑둥으로 들어가 숨되, 혹여나 악풀러로 오인받지 않게금 풀을 먹고 삶을 보여주시오."

하며 보드라운 풀을 한 아름 건넨다.

 

내 절절히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장부와 헤어져 드디어 하마의 탈을 쓴 채 산길에 접어들었다.

 

 

 

산길에 들어가 장부가 일러준 대로 곧장 커다란 떡갈나무 아래로 들어가 풀 몇 포기로 허기를 달랜 후에, 남은 풀을 양손에 쥐고 누워 잠을 청하였다.

한 참을 까무룩 잠이 들락말락 하였을 적에, 별안간 들려오는 소근거림에 불시에 놀라 얼른 눈을 꼭 감고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얘,얘, 참, 오랜만이다." " 어머, 얘, 너도 있었구나." 하는데 뜻밖에도 짐승 소리가 섞여 들리지 않는가.

 

내 속으로 기겁하여 살며시 실눈을 뜨고 보는데, 아뿔사, 온갖 날짐승과 들짐승들이 한 떼로 모여들어 있었다. 내 다시 눈을 꼭 감고 자는 척을 하였더니,

"에그머니나! 이건 뭐야, 뭐라니?" 하는 호들갑스러운 소리와, "악풀러 아녀? 악풀러 아녀? 에그 무셔라!" 하는 소리, 그리고 뒤이어 "얘, 안심하여라. 저것이 뭔 족속인지는 모르겠다만은 저 발치에 풀들이 놓여있는걸 보니 저 살생을 일삼는 포악한 족속은 아니다." 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곧이어 무언가가 푸드덕, 푸드덕대며 " 아, 얘, 내 안다. 저 멀리 멀리 이역만리 넘어 사는, 물가에서 풀뜯어 먹는 하마라는 종속이다. 왜 여까지 왔는지는 모르겠다만, 힘은 무척 세지만 먼저 건들지 않으면 괜찮다. 더구나 이 애는 덩치가 자그만한 것이, 아직 덜 자란 새끼같구나. 냅두자, 내비두고 우리 할 말이나 하자."하니,

드르륵 드르륵 하며 저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앉는 소리가 들린다.

 

내 차마 두려워 잠을 이을 수 없어 실눈을 뜨고 귀를 계속 기울이는데, 이 짐승들의 담화가 어찌나 흥미지던지, 이에 기억나는 대로 소상히 적어 독자들과 나누고자 할 뿐이라.

 

 

제 일장 第 一章  여우굴

 

" 다들 모였다냥? 모였다냐옹? 누가 먼저 얘기해볼까냐아옹?" 고양이 한 마리가 에옹 에옹 하며 첫 문을 여니,

" 여기 있다멍, 내가 오늘 사냥간 이야기가 있다멍멍," 하고 개 한마리가 받아치는데 학 한마리가 끼어들기를,

"미안하다학, 미안한데학, 하악 하악, 내 정녕 흥미진진한 일을 보고 왔다학, 하악" 하니 저마다 주둥이와 부리를 모아,

"낮말 잘 듣되 바른 말도 잘 하는 학아, 네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구나." 하며 경청한다.

-기억을 더듬어 적으며 생각해보니, 독자가 읽기에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심히 거슬리까 저어하여 앞으로는 삼가여 적도록 함이다.-

 

학이 이어 말을 하기를, 

" 내가 오래전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오래전부터 이곳에 웬 굴 하나가 생겼다지 뭐니? 그래서 나랑 몇몇 아이들이 모여 날씨도 좋겠다, 바람이나 쐴까 하여 가보았더니, 아 글쎄, 굴은 굴인데 어찌나 돌들이 켜켜이 쌓여져 있는지, 헛걸음만 하고 돌아왔지 뭐니.

나중에 풍문으로 듣자니, 거기에 상당한 무리들이 들어 살고 있는데, 아무도 그 굴에 쉬이 들어간 적이 없다더라. 그 안에 무리들이 뭔지는 모르겠다만 저희들이 나오기 싫고 들이기도 싫다는데 어쩌겠니?

 

그러러니 하고 냅두고 있는데, 어떤 호기심 많은 아해들이 굳이굳이 찾아가 콕, 콕, 돌문을 두드리며, "네들은 누구니? 뭬하니?" 하니 , 안에서 , "여, 시이, 여, 시이 " 하는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아해들이 계속해서 "왜 기척이 없니? 죽었니? 살았니?" 하니

"우린 여우女友 다! 건들지 마라! 여! 시이!" 하고 팽하고 쏘아붙이는 소리가 나서 그냥 돌아왔다더라.  

 

아무튼 그래서 다들 여우라고 하니 아, 여우인가 보다, 하고는 별 말이 없었지. 이후로 가끔 여우들이 밤에 다른 소굴로 마실을 몰래 다녀간다니,

연예계곡演藝溪谷 선녀탕, 선남탕에 숨어 들어가 진흙을 뭉쳐 던지는 걸 봤다더라 하는 소문이 있었다만은 소문을 어찌 믿겠니.

다들 설마, 뭔 겁이 그리도 많은지 저들끼리 똘똘 뭉쳐 제 굴에만 웅크려 있는데 언제 그런 걸음을 했겠니 하고는 잊어버리고 있던 게지." 하자 옆에 토끼가 냉큼,

 

" 설마가 설마가 아니었구나?" 하자 학은 긴 모가지를 주어주억 하며, " 그러니까 말이다. 그렇게 다들 여우굴에 대한 흥이 떨어져 일치감치 잊어버리고 살다가, 세상에나, 별 해괴망측한 광경을 보게 되었지 뭐니," 하고는 잠깐 모가지를 우득 우득 돌리며 말을 멈추더라.

 

 

 

 

제 이장 第 二章  오징어 바다

 

" 나도 학이랑 같이 다녔걸랑, 그래서 학 모가지 좀 쉬게 내가 대신 말하마." 하며, 끼어드는 것을 보니 바로 오소리라.

오소리가 앞발로 흙을 헤집어대며 말을 잇기를,

 

"그 보다 먼저, 네들 혹시 저기 옆에 오징어 바다라고 들어봤니?" 하니 다들, "오징어? 바다? 듣기도 했고 못 듣기도 했다." 하니, 오소리가 재차,

 

"오징어란 본디 제 용모를 몹시도 부끄러워 하며, 짝짓기에 영 서툰지라, 늘상을 까마귀마냥 가악, 가악, 하며 처량맞게 울어대는데, 괴이쩍게도 그 소리들이 늘상 들어맞지 못하고 어긋나 종내는 짝을 못 구하여 쓸쓸히 돌아가기에 오징어烏徵齬 라 부르더라.

그래서 결국 구애를 포기하고 저들끼리 서로 알아도 이름도 부르지 않고 본체만체, 그저 넓다란 바다를 휘-휘- 젓고 다닐뿐이라더라." 하니 옆에 비둘기가 구구거리며,

 

"참 미련하다. 우린 어딜가도 늘상 짝을 능숙히 구해 인간들 사이에서도 새끼치고 꿋꿋이 터전을 지키는데." 하매 또 그 옆의 매미도 냉큼, "그러게 말이다. 우리처럼 짝을 잘 부를 줄 알아야지." 하자 또 그 그 옆의 공작새가 제 날개를 활짝 피며 우쭐거리기를, "그게 다 태가 안 좋아서 그런게지. 우리처럼 알록달록 잘 치장해봐라," 하자 오소리가 버럭, 성을 내며,

 

 " 비둘기, 네들은 더러운 물과 더러운 공기를 매양 들이키고, 매미, 네들은 남들이 기쁘거나 슬프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제 짝이 좋다고 울어대며, 공작, 네들은 새라는 것들이 날기보단 날개 다듬기에 여념이 없는데 뭐 잘났다고 남을 비루하게 여기느냐?

비록 오징어들이 소리도 태도 곱지는 않다만 무엇이 탁하고 무엇이 정한지 잘 아며, 남의 슬픔을 보듬고 작은 재주나마 다듬을 줄 안다. 그런식으로 우리 오-솔, 솔-오, 솔로 무리들을 업신여길것일양이라면 냉큼 사라져라!" 하니 다들 풀이 죽어,

" 미안하다," "미안합니다," "우리가 잘못했다." 하며 사죄하더라.

 

오소리가 진정하매 계속 말을 잇는데, 이 오소리의 이어지는 말을 받아 삼장으로 넘어가보자꾸나.

 

 

제 삼장 第 三章  정체불명

 

오소리가 계속 말을 잇기를, " 그런데 하루는, 이게 웬 일이란. 글쎄, 오징어들이 헤엄치고 물장구치고 잠수타던 바다에 점점이 뭔가가 떠다니지 뭐니.

 

처음엔 오징어들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더랬지. 그 넓은 바다에 뭐가 나타났다 꺼지는 게 한번 두번도 아니고, 또 어디선가 저 일배충 日背蟲 들이 왔다 쫓겨나나 했다네."

 이 때, 개미들이 발끈하매, "그것들을 우리 동족으로 엮지 마라!" 하니 옆의 나비가 "어쩌겠니. 저들이 그렇게 설치고 다니는 것을. 그냥  모른척해라." 하니,

또 그 옆에 부엉이가 침울히 부엉, 부엉, 하며 "네들은 차라리 낫지. 나는 요사이 어디가서 마음 놓고 울어본 적도 없다.

그것들은 날개도 없이 기어다니는 꼴에 어딜 남의 울음소리나 흉내낸다니?" 하고 한숨을 길게 포옥 쉰다.

 

오소리가 다시 말을 이어서,

"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것들이 지나간 자리마다 바닷물이 탁해지고 멀쩡했던 오징어들이 서로 성을 내며 드잡이를 하더란 말이지. 이에 오징어들도 차츰 이것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지.

 웬걸, 어느 날랜 오징어 하나가 냉큼 그것들을 착! 잡아서 집어들어보니, 에그머니, 난생 처음 보는 생물이로세.

뒷 다리가 푹 꺽어생긴것이, 영 처음 보는 곤충이란 말이더라,

그래서 배를 콕, 콕, 건드리며 "네들이 누구냐?" 하니, "이...일...배...앵....일...뱅...."하는데 이 오징어 중에서 경험많은 오징어들이 보기에는 느낌이 영 다르더라지. 그래서 유달리 발이 많은 오징어 몇몇이 다른 바다며 산골을 뒤지며 물어물어 찾는데, 세상에나! "

 

찰나에 학이 다시 부리를 열며, "글쎄, 다들 그것들이 바로 그 여우굴에서 스물스물 기어나온 것이 본 적이 있다지 뭐냐!"

하니 다들 눈을 동그랗게 치뜨며, "에엥?" 하고 놀란다.

 

 

 

 

 

제 사장 第 四章  갈매기

 

 

이 때 시무룩해 있는 부엉이를 다독대던 올빼미가 부리를 열어 " 그래서 오징어들이 난리가 나매 바다가 발칵 발칵 뒤집어졌다지? 그런데, 알고보니 그 여우굴에서 기어나온 것들이 바다에만 가 있던 게 아니라더라. " 하자 학이 대가리를 돌리며,

 

"그는 또 금시초문이구나. 무슨 이야기니?" 하자 올빼미가 다시 부리를 열여,

"글쎄, 네들도 알지는 모르겠지만 저 멀리 꽤 큰 섬 하나가 덩그라니 있는데, 이르기를 소로록燒勞綠 섬이라 하더라.

 

 여기선 본래 갈매기들이 살았는데, 이 갈매기들이 무척이나 재주가 많고 높이 다녀 어여쁜 경관들을 많이 알고 있더라.

이 갈매기들이 눈을 크게 뜨고 그 경치들을 찰칵, 찰칵, 담는데 그 때에 날갯죽지 비비는 소리가 로록, 소로록 난다고 해서 소로록섬이라고 불렀다지.

 

평시엔 얌전하기 이를데 없지만은 실상은 그 부리와 발톱이 무척이나 날센지라 저 머나먼 호주국의 광포하기로 이름난 고알라高閼羅 마저 힘으로 길들인 용사들이라 다들 소로록섬을 건드리기를 저어해 네들도 아마 잘 몰랐을 게다.

 

이 갈매기들은 우리보다 바다에 더 가까이 사는 고로 오징어들의 사정을 들어 알고 있었는데, 속으로 퍽이나 안되었다, 어디서 그런 요상한 것들이 꼬여 수질이 안 좋아졌다니, 하며 제들 소로록 섬으로 돌아와 보니, 글쎄...." 하다가 옆에 노루가 화들짝 놀라며,

"설마! 설마 정작 저들 본거지가 어찌 된 것은 아니겠지?" 하자 올빼미가 스산히,

 

"설마가 설마라고, 평소 갈매기들의 우두머리들이 어찌나 야단을 하는지 정작 갈매기들은 일절 발톱도 스쳐본 적 없는 탑시塔市 라는 깊은 골짜기에 바로 그 풍문으로 듣던 여우굴 것들이 득실댔다지!" 하니 일제히 "아--" 하는 탄식이 가득하다.

 

 

 

 

제 오장 第 五章  이동

 

올빼미가 이어, " 그래서 눈 뜨고 있다가 졸지에 벼락처럼 제 둥지들을 뺏긴 갈매기들이 발끈하야 그 동안 정성스레 지은 둥지들을 모조리 부수고 철새마냥 무리를 한데 똘똘 뭉쳐 떠나 돌아다니다가, 오징어들이 사는 바다가 넓고 몸 누일 곳과 먹을 것이 많아 보이기에 조심스레 내려앉아,

"결례이오나, 저희가 비록 미숙한 발솜씨나마 보탤터이니 부디 망명을 가납해 주사이다." 하고 오징어들에게 부탁을 하더라.

 

딴에는 문전에서 박대당할 것을 단디 각오하고 건넨 말이지만 놀라워라, 오징어들이 갈매기들을 보더니 일제히 환호작약하매 "멋진 아재들이 왔도다!" 하며 열렬히 환대하더라." 하니 옆의 사슴이,

 

" 오유 바다가 원체 넓기도 하거니와 갈매기들의 수려한 솜씨야 근방에 명성이 자자하거늘, 달리 보면 이 역시 오징어들의 복이며 전화위복이구나." 하더라.

 

 

 

 

제 육장 第 六章   여치

 

"그래서, 대체 여우굴에서 기어나온 것들은 무엇이더냐? 내 궁금해 견딜수가 없다." 하고 성급히 참새가 보챈다.

학이 다시 부리를 열어,

" 그것들은 여우굴안에 뭉쳐 살던 것들로, 혼자서는 잘 움직이지 않고, 반드시 다른 무리들과 함께 늘상 '여!시!'하고 울며 다닌다.

 제 말로는 여우女友라 하지만은, 정작 오징어들의 바다며 이곳 저곳에 정처없이 끼어들어 그 안에 가만 있던 암컷들을 물고 찌르니, 이에 성이난 암 오징어들과 다른 암컷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이것들을 쫓기 시작했더라."하자 옆에서 다시 올빼미가 끼어들어

 

" 또 이것들의 특징이, 다른 데에 진흙을 던지며 너저분히 만들다가, 그곳 사는 암컷에게 쫓겨날 때면 '여왕벌'이라 부르며 쫓겨나간다더라." 하니 옆에서 있던 꿀벌이 왈칵 성을 크게 내어,

"우리들은 매사에 충실하매 단 한 분의 여왕께만 충성하고 한 벌집만을 충의로 지키거늘, 이곳 저곳,낄데 안낄데를 들쑤시는 족속들이 그 이름을 망령되이 부른단 말이냐!" 하더라.

 

이 때 학이 다시, " 뿐이더냐, 애초에 오징어 바다에 뿌리고 간 온갖 것들이 알고 보니 주작朱雀의 형상을 빗댄 것이라더라!" 하니 이번에는 참새雀 가 몹시 파닥거리며

"짹, 짹, 떽, 떽, 몹쓸 것들, 자고로 우리가 시조이신 주작을 본뜰 때에는, 다른 이에게 기쁨을, 즐거움을, 재미를 줄 수 있도록 하여 이 세상 사방을 지키는 주작의 큰 뜻을 지키고자 함이거늘, 어딜 감히 그런 수작으로 주작의 이름을 더럽힌다니!  하고 성을 내더라.

 

"그래서 어찌 되었니? "하고 나비가 말하자, 이번에는 오소리가,

" 오징어들과 갈매기들은 격분하여 이 여치들의 흔적을 찾아 여우굴 앞으로 찾아가매, 이제껏 여우굴은 꼭꼭 닫혀 도무지 열릴 줄을 모르더라. 이에 오징어들과 갈매기들이 다시 바다로 돌아오니, 어느새 이 여치들이 다시 바다에 나와있는게 아니냐?

그래서 다시 성을 내어 여우굴로 가보니 여우굴을 굳게 닫아 걸고, "우리 일부가 몰래 나간 거를 어쩌느냐." , "여긴 우리만 들어오는 곳이다."하더라.

이에 어느 오징어가 분에 차서, "그렇다면 너희도 우리 사는 데로 내려오지 말아라." 하니 묵묵부답이나 굴 안쪽에서 온갖 수군거림과 간간히 욕과 비방하는 소리가 새어나오더라.

 

이 와중에 여우굴 안에서 불쑥 무엇이 튀어나와 보니, 오징어 한 마리가 암컷 여치의 벗을 해쳤을 지도 모른다는 글귀가 적혀있더라. 이에 기가 막혀 오징어들이, "이 일을 널리 알려 이 무도한 자를 잡도록 하여라.

그러나 어떤 연유에서 그 벗이 아닌 자가 함부로 벗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이며, 또한 이것이 우리들의 바다와 무에 상관이 있단 말이냐?

이런 패악한 자가 과연 있다면 응당 정의의 판결을 받을것이요, 또한 우리 무리에서 즉각 영구히 내칠 것이라."  하나 여전히 여치들은 여우굴에서 나오지 않더라." 이 말을 들은 좌중이 모두 크게 탄식을 하니, 토끼가 깡총대며,

" 다른 곳에 사는 수컷은 물론이거니와 암컷들을 그리도 괴롭히고 모욕하더니, 정작 제 벗과의 신의는 중요하지 않단 말이냐? 이제 보니 여우女友 가 아니라 진실로 여치 女恥 로구나!" 하니 나비가 팔랑거리며, "어쩌면 여치 女痴 일지도 모르지." 중얼댄다.

 

 

 

 

 

여태 가만 듣고 있던 기린이 한숨을 길게 내쉬며, " 제 편한 대로 여기 저기 다니며 경거망동하더니, 그로 인해 분란과 갈등이 생겼건만 정작 사태에 이에 이르자 저희들끼리 은둔한단 말인가? 참으로 한심한 작금의 세태로다!" 하니 좌중이 모두 침묵하더라.

 

 

 

내 내심 속으로 경탄하해 마지 않아 고개를 끄덕이는데, 어느새 여린 햇살이 가물가물 올라오더라. 모여 있던 짐승들이 말없이 뿔뿔이 흩어지고, 내 다시 걸음을 옮겨 드디어 한 나절 만에 온라인을 벗어났다.

 

 

 

그 밤의 담화가 참으로 신묘할뿐더러 속세에 나와 사는 인간으로서 느낀 바가 많아, 이에 감히 졸렬하나마 필담으로 옮겨 적는 바이다.

 

-2015/05/14 16:25:01 오늘의 유머

작성자 - 하마한마리

[styner]

이건 아론갤 문화재급인뎈ㅋㅋ

[Suhanmu]

아롱문학 대상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