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1741]이승소(李承召)7절-송(松)
송(松)-이승소(李承召)
한 치의 뿌리를 앞 섬돌 가까이 옮겨 심었더니 / 寸根移植近前墀
어느 새 우뚝우뚝 푸른 일산 기울인 듯 / 已見童童翠蓋欹
서리 맞은 껍질이 마흔 아름쯤 되기를 기다려 / 待得霜皮圍四十
푸른 이끼 찍어내고 흐르는 송진 받으리라 / 斸開蒼蘚拾流脂
寸根: 한 치의 뿌리. 移植: 옮겨서 심다.
墀=섬돌 위. 뜰 지(다른 표현: 지대뜰 지).
近前墀: 계단 위의 공지 가까운 앞.
已: 어느 새. 見: 보이다.
童童동동= 우뚝우뚝.형용사1.[문어] 나무 그늘이 드리우다.
2.나무에 가지가 없어 민숭민숭하다.
3.두려워 우물쭈물하다.
翠蓋취개= 푸른 일산. 기欹=감탄하는 소리 의, 기울 기
待得: 기다리다. 霜皮= 서리 맞은 껍질.
圍四十= 마흔 아름 정도. 圍=둘레 위(다른 표현: 에워쌀 위, 나라 국)
斸촉= 찍다.斸=㔉 번체 劚 이체 斸
蒼蘚창선= 푸른 이끼.
拾습= 받다, 줍다. 脂=송진지. 기름 지, 손가락 지
流脂류지=흐르는 송진.
소나무 이용 가치는 많다.
첫째의 쓰임은 아무렴해도 집을 짓는 주재료가 소나무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기둥과 서까래는 물론 들보까지도 다른 나무는 제외하고
소나무를 첫 번째 반열에 두었다. 산을 푸르게 하는 나무가 소나무이며,
사철 푸른 나무를 씩씩한 기상인 소나무에서 찾는다.
아궁이를 달구어 구들장을 따뜻하게도 한다.
소나무의 서리 맞은 껍질이 마흔 아름쯤 되기를 기다려 푸른 이끼 찍어내고
흐르는 송진 받겠다 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松(송) / 삼탄 이승소
한 치의 뿌리를 앞 섬돌에 심었더니
어느새 우뚝 우뚝 푸른 일산 기울려
껍질에 이끼 찍어서 받으리라 송진을.
寸根移植近前墀 已見童童翠蓋欹
촌근이식근전지 이견동동취개의
待得霜皮圍四十 斸開蒼蘚拾流脂
대득상피위사십 촉개창선습류지
서리 맞은 껍질이 마흔 아름쯤 되기만 기다리며(松)로
제목을 붙이는 칠언절구다. 작가는 삼탄(三灘) 이승소(李承召:1422~1484)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한 치의 뿌리를 앞 섬돌 가까이 옮겨 심었더니
/ 어느 새 우뚝우뚝 푸른 일산 기울인 듯 하여라
// 서리 맞은 껍질이 마흔 아름쯤 되기를 기다렸다가
/ 푸른 이끼 찍어내고서 흐르는 송진 받으리라]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소나무로는]으로 번역된다. 소나무의 쓰임은 다양했다.
화목과 집짓는 재료의 활용도 등이 높아 재질을 잘 다듬어 활용했다.
우리 선현들은 소나무의 절개를 좋아했고,
늘 푸른 소나무의 번식에 대한 찬양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소나무를 두고 쓴 시문을 가끔 발견하게 되어 눈길을 끈다.
이런 점이 시적인 배경이 되는 작품이다.√
시인은 집안에 소나무를 심었던 모양이다.
쑥쑥 자란 소나무 뿌리를 앞 섬돌 가까이 옮겨 심었더니
어느 새 우뚝우뚝 푸른 일산을 만들면서 시인이 사는 집 쪽으로 기울더라는
시상을 일으켰다. 사물과 자연을 보면서 일으킨 시상이지만
소나무를 무척이나 사랑했더니 소나무 또한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집 쪽으로 향했다는 서로 끌어당기는 시상 주머니를 열어 보였다.
√ 화자는 소나무에 정을 붙였더니만 이제 화자의 심회에 찬 한 마디를
뱉어낸다. 서리 맞은 껍질이 마흔 아름쯤 되기를 기다렸다가
푸른 이끼 찍어내고 흐르는 송진 받으리라 라고 했다.
소나무가 주는 알찬 사랑의 혜택을 더 크기를 기다렸다가
함께 하겠다는 화자의 넘치는 시상을 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옮겨 심은 한 치의 뿌리
푸른 일산 기울일 듯, 마흔 아름쫌 되렸더니
푸른 이끼 송진 발라’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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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삼탄(三灘) 이승소(李承召:1422~1484)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다.
고려 말 시중을 역임한 이춘부의 4세손으로 증조부는
이옥, 조부는 이사근, 아버지는 병조판서에 추증된 이온이다.
1438년(세종 20) 진사시에 최연소로 합격했다 한다.
1447년(세종 29)엔 문과에 장원 급제했다.
【한자와 어구】
寸根: 한 치의 뿌리. 移植: 옮겨서 심다. 近前墀: 계단 위의 공지 가까운 앞.
已: 어느 새. 見: 보이다. 童童: 동동 우뚝우뚝. 翠蓋: 푸른 일산.
欹: 기울다. // 待得: 기다리다. 霜皮圍: 서리 맞은 껍질.
圍四十: 마흔 아름 정도. 斸: 찍다. 開 蒼蘚: 푸른 이끼.
拾: 받다, 줍다. 流脂: 흐르는 송진.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문학박사․필명 장 강(張江) //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