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3일 연중 제7주일 복음 묵상 (루카 6,27-38) (이근상 신부)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루카6,35)
이런 뜻으로 읽는다. 원수란 하느님 부재의 사태를 뜻한다. 사람, 사건, 관계 등에 하느님이 없는 상태다. 사람에게 하느님이 없다는 말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거룩한 인간이 도무지 하느님 닮음이 없는 상태에 있을 때 그는 우리의 원수다. 내게 개인적으로 뭘 했느냐 안했느냐의 좁은 범주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참 무관해보여도 우리의 원수들이 있다. 원수란 그런 존재다. 하느님의 부재가 진하게 가득한 부정의한 사태들, 공정하지 못한 관계들, 착취와 억압들. 병도 하느님 부재의 한 예다. 개인적으로 앓게 되는 아픔들. 하느님의 온전함이 훼손된 사태. 코로나로 온 세상이 힘겨웠던 사태. 하느님의 온전함과 건강이 무너진 사태. 이게 바로 우리의 원수다. 도무지 사랑할 수도 사랑의 방법도 모르는 바로 그 때, 그곳.
그리고 사랑이란 바로 하느님이니(cf.1요한4,8;16) 사랑함이란 하느님을 드러내는 행위, 하느님을 증언하는 행위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안에서 하느님의 거룩함을 증언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렇게 거룩하고 귀하게 아끼고 존중하는 것.
해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계명은 하느님의 부재 속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증언하는 행위,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는 행위이리라. 도무지 하느님이 없는 바로 그곳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향유하며 감사하고 기뻐하는 행위. 부정의 속에서 부단히 하느님의 정의를 발견하고 계속해서 증진시켜나가는 행위, 악마같은 인간 안에서 하느님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발견하며 손을 잡는 것, 온 세상 안에서, 이 하느님 부재가 만연한 곳에서 하느님의 움직임을 증언하는 행위.
원수를 사랑하는 것. 크고 깊게 넓고 아득한 세상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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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멘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