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분정판(執事分定板)
도동서원, 남계서원등 9개서원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지정되기 전에는 서원을 찾는이가 적어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수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서원(書院)이었답니다.
서원을 가게 되면 나무판떼기 위 흰종이 에다가 이름들이 많이 적혀 있는 것을 볼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 한자로 적혀져 있기에 읽기에도 어렵고 복잡하고 귀찮아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이 판떼기에 적혀 있는 것이 중요할 수 도 있다면?
이것의 정체는 '집사분정판(執事分定板)'입니다. '집사분정기'라고도 불리우는데 제사를 지낼 때 소임을 맡는 인명(人名)을 적어 두는 것입니다.
서원에서의 향사에는 많은 분들이 모여서 진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미리 준비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진행하게 되면 그렇잖아도 복잡할 수 있는 향사가 더 더욱 힘들어 질 수 있겠죠?
그래서 각 소임의 인명을 적어 두고는 적혀 있는대로 향사를 치르면 원할한 진행이 되겠지요? 그것을 적어 놓는 것이 바로 '집사분정판'이라는 것이죠.
직장에서도 자재부, 총무부, 품질관리부, 영업부 등으로 업무를 나누고, 또 그에 따라 진행하는 것 역시 원활한 업무진행을 위해서 잖아요?
분업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랍니다.
요즘의 감각으로 다시 이야기 하자면
업무분장표쯤 되겠지요
집사분정판은 '집사분정기'라고도 부릅니다.
인원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야 함은 어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겠죠?
이렇듯 향사에서 업무를 나누는 것을 '집사분정'이라 하고, 그것을 적어 놓은 판떼기를 '집사분정판'이라고 합니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업무분장을 하였는지 살펴볼까요? 예전에 다녀왔던 도동서원의 집사분정판을 살펴보자면..
중정당 현판 밑을 보시게 되면 '제집사분정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지에 적혀 있는 것은 향사 시 수고하시는 분들의 명단입니다.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모시는 도동서원이라서 인지 성씨가 '김'인 분이 많지만 다른 성씨인 분도 보이지요? 이 말인즉슨 서원 향사에는 여러 문중이 참석한다는 걸 의미하는 것도 되겠네요..
집사분정판을 나무로 틀을 만들어 놓고 이름 적는 종이는 향사때마다 바꾸어 붙여 놓습니다.
향사때 마다 모이는 사람들이 바뀔 수 있기때문이죠.
그리고 했던 사람만 하게되면 이 역시 문제가 될 수 도 있고요. 여기서 조상들의 슬기로움과 물자재활용의 정신도 엿볼 수 있네요.
집사분정을 적은 다음, 참석자들에게 보여주며 오.탈자등을 점검한 후 이것을 나무판떼기에 붙입니다.(간혹 판떼기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벽에 붙입니다)
집사분정판에 적혀 있는 업무분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초헌(初獻) : 제례에서 첫 번째 잔을 올리는 것 또는 사람. 초헌은 아무나 할 수 없다고 하네요.
그 행사에서 가장 상징성 있는 사람이 한다꼬 합니다. 그래서 종묘 제례땐 임금이 초헌을합니다.
초헌으로 참석하게 되면 가문의 영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아헌(亞獻) : 두번째로 술잔을 올리는 것 또는 사람. 종묘에서는 왕세자
3)종헌(終獻): 세번째로 술잔을 올리는 것 또는 사람. 종묘에서는 영의정
4)장의(掌儀): 집례를 뜻한다네요..
집례는? 사회자에 해당합니다.
5)축(祝) : 유세차~~~ 축문을 읽는 사람
6)찬자(贊者): 예禮에 익숙한 사람으로 예식을 행하는 것을 돕는 사람
7)찬창(贊唱): 장의가 하는 창홀(멘트)을 사당안의 다른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더 소리치는 일
8)사준(司尊): 술동이, 술주전자나 술병을 맡은 사람.
9)봉향(奉香): 향을 담아두는 그릇을 받드는 사람
10)봉로(奉爐): 향을 피우는 화로를 받드는 사람
11)봉작(奉爵): 준소(尊所)에서 사준이 따른 술잔을 받아 술잔 올리는 이에게 건네주는 사람.
12)전작(奠爵): 술잔 올리는 사람으로 부터 술잔을 받아 신위 앞에 올리는 사람
사준 = 술 따르는 사람
봉작 = 헌관에게 술잔을 옮겨 건네는 사람
헌관 = 술잔을 올리는 사람
전작 = 헌관이 건내는 술잔을 신위 앞에 올리는 사람
술한잔 올리는것에도 무려 네명씩이나?
그만큼 제사에서 술酒의 비중이 높다고 생각해도 될 듯 합니다~
13)사관(司盥): 여기서 盥은 '대야 관'입니다.
손 닦는 대야를 담당하는 사람.
일본의 신사에도 손 씻는 곳이 있습니다.
'쵸우즈야& 테미즈야 手水舎(ちょうずや・てみずや)' 이 역시 유교의 영향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14)사세(司帨) : 帨는 '수건 세' 손을 닦는 수건을 담당하는 사람
15)장찬(掌饌): 향사에 사용할 희생(犧牲) 즉, 제물로 바치는 산 짐승을 준비하는 사람
마지막으로 가장 왼쪽에 적혀 있는 천계(天啓)는 명나라 희종의 연호(年號)입니다.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편액옆에 가정(嘉靖) 이라고 적혀 있는 것 역시 명나라 연호를 말합니다. 집사분정판을 처음 제작한 시기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가정29년사월'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소수서원 편액 밑에 검은 판떼기가 보이네요?
아직 집사분정을 하지 않은 집사분정판입니다!
여기에다가 이름 적힌 한지를 붙여 놓으면 집사분정판이 완성이 되는 구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