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조선시대 여성 '족두리' 모양… 뿌리줄기에서 생강 맛 난대요
족도리풀
▲ 족도리풀의 짙은 자주색 꽃은 조선시대 때 여성용 모자인 ‘족두리’를 닮았어요. /국립생물자원관
봄이 되면 항아리 모양의 짙은 자주색 꽃이 잎에 가려진 채 땅 근처에서 숨어 피는 흥미로운 식물이 있어요. 꽃 모양이 조선시대 예복에 착용하는 여성용 모자 '족두리'를 닮은 '족도리풀'이에요.
족도리풀은 숲속이나 가장자리의 그늘진 곳에 자라는 쥐방울덩굴과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2장의 잎과 1개 꽃으로 이루어져 있죠. 땅속 뿌리줄기(뿌리처럼 보이는 줄기)는 마디가 많고 옆으로 비스듬히 뻗으며 생강과 같은 매운 냄새와 맛이 나요. 이 때문에 영어 이름도 '야생 생강'이라는 뜻인 '와일드 진저(wild ginger)'예요.
잎은 녹색으로, 심장 모양을 하고 있어요. 꽃은 3~5월에 피며, 잎자루 사이에서 돋아난 2~5㎝ 정도의 꽃자루에 딱 한 송이가 달리죠. 꽃자루가 짧고 잎 아래 토양 표면 바로 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때문에 꽃이 잎과 낙엽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아요. 잎을 들춰보거나 땅을 잘 살펴야만 지름 1.5㎝ 정도의 자주색 꽃을 볼 수 있답니다.
이 식물의 꽃은 정말 독특하게 생겼어요. 꽃 아랫부분이 넓고 위쪽에서 갑자기 목처럼 좁아져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거든요. 열매는 8~9월쯤 진한 자주색의 두툼하고 둥근 형태로 익어요.
족도리풀은 2단계에 걸친 꽃가루받이 전략을 갖고 있죠. 먼저 개미·파리와 같이 꽃 속으로 기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곤충에 의해 타가수분(他家受粉·벌레나 바람·물 등의 도움을 받아 열매나 씨를 맺음)이 이루어지고 그 후 자가수분(自家受粉·꽃의 꽃가루가 스스로 암술머리에 붙어 열매나 씨를 맺는 일)이 이루어집니다.
개미를 활용해 씨앗을 퍼뜨리기도 합니다. 열매가 익으면 땅 위로 씨앗이 쏟아지는데요. 떨어진 씨앗에는 개미가 좋아하는 '엘라이오솜(elaiosome)'이라는 지방 덩어리가 붙어 있어 개미에게 맛있는 먹잇감으로 보입니다.
개미는 엘라이오솜을 떼어내거나 먹고 나면 남은 씨앗은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남은 씨앗을 둥지 밖에 버린다고 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족도리풀은 씨앗을 멀리 퍼뜨릴 수 있어요.
우리나라 족도리풀속(屬) 식물은 10여 종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들 비슷하게 생겨 구별하기 어렵죠. 하지만 잎이 다소 두껍고 윗면에 흰색 무늬가 선명하게 있는 개족도리풀, 잎 전체가 자주색인 자주족도리풀 등은 그나마 쉽게 구별할 수 있어요.족도리풀속 식물은 그늘진 지역에도 무성하게 잘 자랍니다. 잎의 질감·무늬와 색깔이 다양해 실내 조경용, 관상용으로 아주 훌륭한 식물이에요.
▲ 심장 모양과 닮은 족도리풀의 잎이에요. /국립생물자원관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