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당국자 “美, 큰 누를 범했다며 곤혹스러워해”
[美 감청 논란]
대통령실 “정보유출 맞는 것 같아
파악 끝나면 美에 해명 요구할 것”
대통령실이 14일 미국 정보기관의 동맹국 감청 의혹과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내용 중 정보 유출이 된 것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또 “파악이 끝나면 우리 측은 미국에 정확한 설명과, 필요할 경우 합당한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미국 정부도 (정보 유출을) 인정하고 유출자 신원도 조금 파악이 되는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초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 “대통령실에 대한 미국의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했던 대통령실의 강경 기류가 신중해진 것. 이런 대통령실의 변화는 미국이 기밀문건 유출 용의자인 미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소속 21세 정보병 잭 테세이라를 13일(현지 시간) 긴급 체포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대통령실은 “(유출 문건의) 한국 관련 내용 중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정확성 부분을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대통령실 반응이 나오기 전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도·감청을 했다고 확정할 만한 단서가 없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도·감청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날 워싱턴 한국대사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현재까지 (미국의) 악의적인 행동은 없었던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방이 우리에 대해 정보 활동을 할 수 있는 개연성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우리나라도 그런 활동을 안 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의 도·감청이 있었다고 확실히 말할 근거는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또 이 당국자는 미국 측 관계자를 만난 사실을 소개하며 “(미 관계자가) 우리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굉장히 곤혹스러워하고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며 “(미국 측이) 동맹으로서 자기들이 큰 누를 범한 것 같은데 오해가 없길 바란다는 성의 있는 말을 해왔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내 정치권과 언론 보도에 대해 불편한 기색도 내비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이렇게 정쟁으로 (만들고), 언론에서 이렇게 자세하게 다루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며 “언론의 자유라는 것이 늘 국익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만약 국익과 국익이 부딪치는 문제라면 언론은 자국의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니냐”고 했다.
전주영 기자,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美 유출문건에 “中, 러에 무기제공 승인”
[美 감청 논란]
WP “실제 지원은 안해” 감청정보 공개
“우크라 연내 종전 힘들것” 분석도 담겨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돕기 위해 올해 초 살상무기 제공을 승인했으나 실제 지원은 이뤄지지 않은 정황이 미국의 기밀문건 유출로 포착됐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미 고위 인사가 올 2월 중국에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지 말라”고 거듭 경고한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 국가정보국(DNI)이 올 2월 23일 작성한 ‘1급 문서’에는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살상무기 제공을 승인했으며, 무기를 민간 물품으로 위장해 러시아에 지원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미국이 이 정보를 러시아 대외정보국(SVR)에 대한 도청을 통해 얻었다고도 전했다. 미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는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WP는 미 정보기관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영토를 탈환할 가능성이 낮으며 올해 안에 평화협상을 통한 종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전했다. 일각에서는 그간 우크라이나에 실시간으로 러시아군 정보를 제공해 왔던 미국이 이번 유출 파문 때문에 더 이상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올봄 러시아군에 대한 대반격을 계획하던 우크라이나군의 행보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다만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날 “유출 문건은 작전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기존 계획을 고수할 뜻을 밝혔다.
이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