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송이 여사가 오늘
冬眠에 들어가는 곰을 찾아본단다.
그게 어딘진 모르지만
잘 찾아보고 배웅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 신화와 역사에서 남성의 시조는 환웅이요
여성의 시조는 곰이다.
그러니 곰이 동면에 들어가는 걸 배웅하는 건
여성으로서 자연스러운 일이라 해야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남자이니
먼 신화의 세계나 뒤적거려본다.
곰나루 기행 / 김 난 석
공주 시내를 관통하는 금강을 따라 걷다가 곰나루에 들려 잠시 솔바람을 쐬기로 했다.
풀숲을 헤치고 솔밭에 이르니 여름의 마지막 더위에 땀방울이 맺혀 안경이 흘러내렸지만
이내 바람이 솔잎을 흔들어대는지 솔가지가 바람을 일으키는지
서늘한 기운이 돌아 상서로운 기운마저 감돌았다.
솔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약 1킬로미터를 걸었다.
그 중간쯤에 곰 사당이 있고, 곰을 형상화한 조각상들도 놓여있었다.
강가로 바짝 다가가니 곰신(熊神)에게 제를 올렸다던 제단이 보존되어 있는데,
그 근방으로는 당시의 유물일 듯한 깨어진 도기편들이 풀숲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공주의 옛 이름은 웅진(熊津)이니 우리말로 곰나루가 된다.
백제가 도읍을 22대 문주왕 때 이곳으로 옮기고 26대 성왕 때 다시 사비로 옮겼으니
50 년 가까이 백제의 도읍지가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 축조한 공주보(堡)가 곰나루 숲과 그 건너편의 연미산을 연결해놓고 있지만,
그 예전엔 강물이 갈라놓은 연미산의 곰 처녀와 곰나루를 나드는 어부가 만나
애절한 사연을 남겼다는 신화의 현장이기도 하다.
곰녀가 자녀 둘을 낳은 뒤에 남편인 어부를 동굴에 남겨두고 사냥을 떠난 사이에
어부가 도망쳐버려 애타게 기다리다가 모두 강물에 뛰어들었다는
서글픈 사연이 덧붙여진 곳이다.
그래서 더 신산하고 상서로운 기운이 감돌았는지 모르겠다.
곰나루의 그 후예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신화는 인류역사의 기원이기도 하다.
고대 바빌로니아의 신화에서 신군(神君) 마르둑(Marduk)이
혼돈의 존재인 티아마트(Tiamat)를 살해해
그 시체에서 천지가 만들어졌다 한다.
인도의 베다신화에서도 하늘신 인드라가 땅의 여신 브리트라를 살해했다 하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하늘신의 아들 제우스가 땅의 카오스의 자녀 타이폰을 살해해
신들의 세상과 인간세상이 이어나가게 되었다 한다.
이에 반해 우리의 역사는 단군신화로부터 시작되는데,
하늘의 신인 제석환인이 그 아들 환웅을 내려 보내
땅의 생명 중 선택된 곰과 결혼하게 함으로써
자손이 퍼져 인간세계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니
역사의 시초가 살생이 아니라 상생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와 신화는 구분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인간문화의 긴 맥락에서 볼 때 신화도 넓은 의미에서 역사의 시원이라 할 것이요
살생과 상생은 서로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곰나루의 신화는 하늘과 땅의 화합에서 시작하는,
그야말로 상생의 의미를 품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상생의 계기를 참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 어부의 변절은 무얼 암시하는지...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그것이 궁금했던 것이다.
학창시절, 연미산에서 일어난 일화가 떠올랐다.
어느 젊은 남녀가 연미산에 올라 사랑을 즐겼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합궁(合宮)에는 이르러 희열을 맛보았겠지만
이내 이궁(離宮)이 되지 않아 신음하던 중
등산객이 발견하고 신고하여
앰뷸런스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였다.
당시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어설픈 불륜으로 치부했었는데
이제 와서 그 일이 떠올라 곰나루의 신화에 오버랩되니
무언지 모를 암시가 떠올라 잠시 더위를 잊었던 것이다.
단군신화의 웅녀는 심성을 검증받기 위한 제의(祭儀)를 거쳐
환웅의 배필로 간택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곰나루의 어부는 그런 제의 없이 상생만을 위해 웅녀를 맞아들였으니
그런 상생은 애초에 오래 견디지 못할 불화를 내포한 게 아닐까 싶었다.
2015. 8. 26.
첫댓글 해송이님
안전을 위하여 호위무사 자청하렵니다^~
선배님 멋찐 시한수 잘읽었읍니다
건강하세요^~^
그러세요.
환웅이 그러하듯
풍백 운사 우사를 거느리고 가세요.
저야 무조건
thank you 입니다^^
선배님 자고 일어나니 이게 왠 횡제입니까..?
멋진 남성이 자청해서 호위무사 해준다네요...
선배님 덕분 입니다^^
@해송이 잘 다녀와요.
그런데 풍백 운사 우사를 들고 왔는지
잘 살펴봐요.
삼지창 들고 왔다면 사냥꾼 일겁니다.
@석촌 선배님께만 알려드린
곰 만나러 간다는 비밀
소문 내시지 마시구요...
제게도
난 해송이 여사가 좋다.
무조건 좋다.
이름도 어려운 혜애아랑 노는 친구라서 좋다. 라고 글 써주심 안될까요?ㅎㅎ
@해송이 그러지요 뭐.ㅎㅎ
@석촌 걱정마세요
삼지창이 무뎌지고
창끝은 없읍니다
선배님 혜안이 날카로우세요^~
오늘도 내일도 건강하세요^~^
@훗날 뭐 웃자고 해보는 소리라네요.ㅎ
@혜애아 그걸 모르는 저 일까봐
굳이 설명을요?
무거운 양방 밝게하려 장난하는 제 깊은뜻은?ㅎㅎ
헤아려 주십시요 ㅎㅎ
공주에서 부속국민학교를 졸업한 저입니다
곰나루 공산성 그리운곳이네요 .
그시절 공산성으로 친정아버지가
아침마다 활을 쏘러 다니셨습니다.
오잉~~~?
내가 그 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했는데.
@석촌 그학교에 교생실습 나오셨었군요.
교생선생님들이 너무 잘해주셔
헤어질땐 울고불고 했습니다
@그미2 ㅎㅎ
감사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