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하 한석규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는 3번쯤 봤습니다.
노트북에 좋아하는 영화를 몇 편 저장해 두었다가 가끔 다시 보는데 어제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또 봤습니다.
밥을 먹고 난 뒤나 밤에 일 생각하다가 피곤하면 저장해 둔 영화를 봅니다.
다시 봐도 참 잘 만든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잔잔하고 부드러운 얘기, 아름다운 화면이 있는 영화가 좋습니다.
날카롭거나 서로 미워하거나 소리나 화면이 거친 영화는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은데
이 영화는 참 마음에 듭니다.
잘 생기거나 너무 멋진 사람이 나오는 것은 오래 남지 않은데 수수한 아름다움이 있는 사람은 오래 남습니다.
30대의 남자 주인공은 작은 사진관을 하고 20대 초반의 여자 주인공은 주차 단속원입니다.
주차단속 때 찍은 사진을 맡기러 사진관에 오면서 두 사람의 마음이 조금씩 가까와지고
사진관안에서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은 적이 한번 있고,
맥주를 마시며 일상적인 얘기를 하루 하고,
서울랜드에 같이 가는 것이 두 사람이 같이 한 시간입니다.
뜨겁게 사랑하는 장면이 없이 두 사람의 일상이 그려집니다.
여자는 남자에게, '근데 아저씨 몇살이에요?'
'이.. 이십대 후반..'
'에이, 삼십대구나?'
이런 대화도 이 영화에서는 정겹게 느껴집니다.
남자는 몸이 아팠지만 겉모습으론 다른 사람이 알 수 없기에 여자도 모릅니다.
영화의 끝에서 남자는 세상을 떠나고 이것을 모르는 여자는 사진관에 들러서 남자를 찾곤 하는데
이런 것은 이 영화에서 중점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남자의 죽음을 부각시키지 않고 두 사람의 마음이 가까와 지는 것이 잔잔하게 그려집니다.
작은 도시에서 사는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얘기인데 배경이 소박하고 줄거리도 잔잔해서 좋습니다.
이런 영화를 볼 때면 같은 장소에서 살고 싶습니다.
강렬한 에피소드나 감명을 강요하는 줄거리가 아니여서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감명을 강조하는 드라마나 영화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얘기들인데 이 영화는 편하게 보여지고 재미가 느껴집니다.
주인공들의 심정이 그냥 느껴지고 보면서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웃음이나 눈물을 강요하는 것이 느껴지면 불편합니다.
배우들에게서 연기하는 것이라고 느껴지는 영화는 불편하더군요.
매번 같은 표정, 헤어스타일인 배우들을 보면 어쩌면 저리도 노력하지 않고
날로 먹으려고 하냐? 생각되고
어떤 때는 불쌍한 생각이 듭니다.
회사에서도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매번 똑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하고, 보고서의 형식과 문체가 변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마음 나눔도 비슷한 수준일거라 생각됩니다.
부족한 것은 반성하고, 돌아보며 더 좋아지게 해야 하는데
아무 생각없이 사는 사람이구나 하고 느껴집니다.
이 영화에서 비오는 여름 날 여자의 우산을 남자와 같이 쓰고 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남자가 비를 덜 맞게 하려고 우산을 남자 쪽으로 기울이고 가는 여자.
그것을 알고 여자 쪽으로 우산을 기울이는 남자.
이런 작은 것에서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작은 것에서 상대의 마음이 느껴질 때가 참 좋습니다.
따뜻한 눈빛, 다정한 목소리에서 상대에 대한 애정이 생겨나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줄거리가 잔잔하고 좋으니 배우들도 좋아집니다.
그들의 대화, 웃음, 목소리까지 좋아집니다.
서울랜드에 놀러간 날 입은 심은하의 스웨트와 바지 색깔도 마음에 듭니다.
위의 절반은 진한 오렌지색, 아래 절반은 고동색의 스웨트와 연한 갈색의 면 바지를 입은 심은하가 예쁩니다.
수수한 옷인데 색깔이 참 좋으네요.
가을이 되면 같은 색의 옷을 입어보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양복만 입게 되고 스웨트나 면바지를 입을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이젠 편한 옷을 입고 싶습니다.
특별한 줄거리가 없는 영화인데 보는 내내 기분이 좋고 긴장된 몸을 쉴 수 있게 하는 영화입니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권해드리고 싶은 잘 만든 영화입니다.
이들의 얘기에서 조금 안타깝던 것은 남자주인공에게 느껴지는 사랑을 여자 주인공이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이들의 얘기가 끝나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망설이고 주저하면 인연이 맺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었을 것입니다.
인생은 주저하고 망설이기엔 너무 짧은 것이니, 하고픈 말을 하고
사랑하고픈 사람, 사랑하며 사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첫댓글 저두 오래전 티비에서 본 적이 있는데 말씀처럼 수수한 영화라서 따스하게 오래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잘 읽었어요..~~
특별한 스토리가 없는 영화인데 보고픈 마음이 또 들어서 봤습니다. 행복한 사월되셔요~
깔끔한 영화 같네요.
잔잔한 느낌이여서 좋은 영화입니다~ 마음 편히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번도 못봤는데 꼭 보고싶네요..
추천해 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행복한 사월되셔요~
일상의 스토리가 오래 기억되죠...본것같기도하고 안본거 같기도하고...한석규 나오는건 많이봤는데
청산도 여행에 많은 분들이 가시는군요. 일정이 맞지 않아 못 가서 서운합니다. 지금 계절엔 참 아름다운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잘 다녀오셔요~
영화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셨네요 ㅎ
다시금 장면 장면들이 생각나면서 여튼 웃음이 스칩니다 ㅎ
아름다운 영화였죠? 같은 영화를 보셨군요~ 좋은 영화는 잘 간직했다가 다시 보곤 합니다. 행복한 사월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