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7일 토요일 오후 5시.
29회 월기초등학교 동창회를 하자한다.
장소를 나에게 섭외하라 하여 "알았다!" 했지.
일단 알뜰히 나오는 기본 맴버가 있었고
그것이 한해 두해 쌓이다보니
서로 서로를 어렴풋하나마 익숙하게 소식 듣고 있었다.
소식을 모르던 최초의 만남에서는
그 만남 자체만으로도 풍요로왔고
사람 자체가 진한 풍경과 이야기가 되었지.
그러나 이젠 1년에 한번이지만
먹는 나이만큼 시간의 속도감은 빨랐고,
몇 해 쌓이다보니 사람 자체의 매력보다는
인연의 정리라 할까?
그 흐르는 정과 애쓰는 노고에 대하여
마음 한자락에 의리가 생겼다.
기수나 선례 선영 금숙 은희(복매)
그들에게선 의리를 지나 책임까지도 느껴지는데
나는 지금껏 그냥 의리다.
처음 모임에 나올 때 주저하였던 것이
내 안에 자연스럽게 발로하는 정리보다도 먼저
마음과 상관없이
또 하나의 의리가 맺힐까봐 책임을 떠안을까봐 서였다.
몰랐으면 몰랐다 해서 무심할 수 있는데
알고 있는 이상 마음대로 무심할 수 없는
그런 40대에 만나는 관계 속에서의 내 시선들 말이다.
그때 이런 내 지레짐작의 시선을 쳐냈던 것은
내가 너무 앞서간다는 것이었고,
이기적인 나와 소심한 나를 견지할 수 있는 배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배짱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부리는 배짱이고,
관계 속에서 언제든 "NO"할 수 있다는 강단으로
그 관계와 스스로의 시선에
갇히거나 구속되지 않을 거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그렇게 나는
순간만으로 반짝 교차되는
그 시간과 그 공간만으로 시작됨과 동시에 마무리되는
점으로 와서 점으로 찍고가는
그런 마음으로 걸음을 하였다.
내가 주최하던 참여하던 거의 모든 모임에 대하여
내 마음은 흐름으로 주재하려하지 않았고,
이렇게 순간의 '발화' 점으로만 주재하여 왔다.
그 점이 점 점 점 ... 놓여지니
이리 나도 몰래 시나브로
하나의 선을 그리며 흐름이 되어간다.
나에겐 이것이 자연스럽고 나를 자유롭게 한다.
하여간 이런 내 심리는 내 심리고
장소를 섭외하라 하는데
기본 맴버들에게 만남 자체에 더하여
장소 그 공간이 주는 매력을 얹어놓고픈데...
어데가 좋을까?
너무 내 욕심만일까? 걍 만나기 좋고 교통편이 좋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이나 영등포 중에서...
에잇, 너무 식상한데 용산역은 어떨까
그리 그리 궁량하며 알아보다간
에잇, 내 익숙한 공간에서 가을풍광을 보여주는 것이...
그렇게
장소는 북촌거리에 면하는 3호선 안국역 2번출구로 결정하였다.
토요일이 되고
북촌투어를 위한 동선을 미리 그려보려
1시간을 미리 나섰는데 가을비가 촉촉하다.
그렇다면 비가 오는 관계로
북촌거리 산책보다는
주막 한자리에서
먹고마심이 좋을 듯 하니
음악이 있는 주점 겸 식당
"여유당"이라는 곳으로 다시 예약을 하였다.
안국역 4번출구로 정정하오니
운현궁 담길을 쭈욱 지나서
유명한 낙원떡집 있는데
그 왼쪽 골목에
여유당 이라는 간판이 보일겨.
그곳에서 모이자고.
2번출구든 4번출구든
안국역에 내려서
종로3가 방향쪽 끝으로 오면
안국역 문화 쉼터가 있고
그 위에는
빵집이 있으니
일단 4시50분까지는 여기서 기다렸다
뭉쳐서 가세.
4번출구로 나오면
그대로 직진
운현궁 담길 지나 직진
이 간판 앞에서
왼쪽 골목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래해서
여유당으로 오셔.
난 기다리는 시간 운현궁 안에서 산책하고 있을테요.
일찍 도착하면
운현궁으로 들어와
고궁의 가을 비 뜨락 산책을
이 운현궁 담길을 몇해 전부터 그리 다녔었는데
들어와보기는 나도 오늘이 첨이다.
그간 공사한다거나 인연이 그렇게 안맞아
개관시간을 맞추지 못했던 것을...
오늘에야 친구들을 기다리며 운현궁에 들어왔다.
오늘 우리의 만남 서두에
이 고궁의 풍경을 얹어
그 외출을 좀 더 화려하게 그려주고 싶었는데...
다들 늦는구나~~~
은행잎에 날려온 듯한
맘 한자락
방울방울 물드는 단풍엽서
촉촉 아름다운 가을
운현궁 기와담길
처마 빗줄기 마당
이 멋진 고궁의
늦은 가을 풍경 속에 서있다
기와지붕 처마 끝에
데롱데롱 방울방울 파이는
동글동글 빗소리 파문
우산 위를 동동거리는
가을비 발자국
연주 소리를 들으며
그토록 가믈다가 내리는
단풍잎 후두둑
단비를 보면서
그 또는 그녀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흥선대원군이 머문 운현궁
그 고궁 뜨락을 거닐며
초등동창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4시 40여분이 되어서
선례가 도착하였다 전화가 오고
운현궁 담 밖에서 만나
사진 찰칵
운현궁 안으로 안내를 하며
사진으로 추억을 담아주려하니
극구 만류하여
그럼, 운현궁을 홀로 함 걸어보라 권하고는
난 다시 안국역으로 간다.
아무도 도착하지 않고
시간은 5시라
운현궁에서 나오는 선례와 함께
여유당으로 먼저 간다 하고는.
알아서들 찾아 오셔
5시 20여분.
선례와 둘이 여유당 골목으로 막 들어서려는데
전화가 온다.
종호가 안국역이라 하여
기다렸다 같이 들어간다
종호야, 선례야,
여기 기억나지?
전에도 왔었잔나
먼저 온 셋이서
자리를 데피며 지피고 있었다
그리고 민희 도착
민희야,
여어 몇년만이냐?
한 마을이면서도 마주칠 때 없었더니
이렇게 만나게 되었네.
나도 그치만 너도 그대로네.
길 가다가도 바로 알아보겠어.
천안서 기수가 오고
대전서 동수가 오고
원복이는 시청 집회에 갔다는 소식에
아직도 굳건히 살아있는 저항력
그 심지와 신념이 성성함을
속으로 응원하기도...
그러면서 나는 왜 거기 한번 안갔을까?
나도 국정화나 뉴라이트 일베들을 척결하고프면서도.
형형한 시민의식으로
보호안경을 갖는 것은 좋으나
갑옷으로 무장하기까지는 맞지않는 옷만 같고
내몸을 억지로 끼어넣야한다는
스스로의 불편함에 굳어진 관성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소심을 안주삼는
관조적 자아의 자유와 부동심!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느 목적이나 신념보다
가까이 닿아온 부딪쳐온 마주치는
인연이었구나!
보고픔이나 그리움보다
일고지는 관계 속에
흐르는 마음과 정리를 따라서
가깝고 먼 인연을 인식하며
순간 순간을 감각과 직관으로
반짝 반짝 점으로 움직이고 있었구나
이리 떠오르는 자화상도
돌아보듯 그려보노라니
선영이 금숙이도 도착
이케 우리 또 1년만인가?
1년이 금새 흘렀다며
빈잔을 채우고 든다
그리고
한사람 한사람 눈에 담고
소식을 묻고 들으며
시간을 익혀간다
아직 겨울이라기보다는
늦은 가을 11월 주말
단비 내리는 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한양과 서울의 한복판
고궁담길 추적추적 우산사이
바쁜 걸음들을 뒤로하고
음악과 그림, 맛과멋의 퓨전
주막 살롱 여유당에 모여앉아
우리는 먹고 마시며
이심전심 서로를 응원한다
모험과 꼿꼿한 의식보다
틀수없는 철로 질주하는 철마
기대와 역할 그 안정의 담 안에서
담 밖을 긴장하며 바라보는
사십대의 한 자화상을
잠시 잠깐 벗어놓고
유년으로의 한 간이역에 내려
서로는 풍경이요 거울이 되어서
개구지고 얄구지게 하하 호호
맛과 추억을 여행하는 듯도 하다
어느덧 숨차게 배는 부르고
한 곳에 오래 앉았으니
분위기를 환기시킬 겸
새로운 공간을 찾아 나왔다
우산을 굵게 두드리며
주룩주룩 비는 계속 오고 있었고
듬성듬성 흐르다 고이는 물 수면에
가을밤도 젖으며 깊게 반짝이고 있었다
어디로 갈까?
민희가 인사동이 처음이라 하니
술도 있고 茶도 있는
내 단골 전통차집 "지대방"으로
술한잔 이후 차한잔
이 차곡차곡 또는 곡차곡차가 좋음을
알려주고픔인데
이미 경험한 종호와 동수는
차는 패스. 됐다 하고는
술술술 회포를 풀며
달달 너와 나가 익어가는
그 맛이 좋다라 하므로
지대방에 들어와 앉았는데
원하는 소주는 없고
맥주와 담근주 뿐이라하니
"야, 채구야!
일단 차나 시켜 마시고
희영이 오면 자리를 또 바로 옮기자~
걍, 차만 시켜. 마셔볼테니"
이리 동수와 종호가 배려해주고
자리를 잡았었다
그리고 창 너머
기다리던 비 내리는 밤
빗소리는 배경음악
차한잔 권하고 받으며
입술 촉촉
도란도란 시간을 연주한다
너희들 들어볼래?
차나무 잎이 차한잔으로 입술에 닿기까지
그 여정을.
잎새는 온몸에
파아란 멍울을 안고 산다
푸른하늘 그 깊고넓음이
아침이슬 날개에 머금고
햇살을 받쳐 뿌리며
너울너울 바람에 한서린
춤을 추듯 멍울을 안고 산다
파릇 파릇 잎새는
파랗고 파랗게 뜨거움을
삭히고 삭히다
붉고 노란 가을꽃도 된다
잎새는
태양을 삼키고 익혀서
노을보다 더 붉게 타오르다
그토록 1년을 살다가
어느날은 그 멍울이
덖여지고 비벼지고 말라져서
찻잔 안에 담겨진
맑은 물 차향으로도 오른다.
이케 지리산 화개골에서 만들어진
녹차와 발효차를 주문하여 나누는 가운데
드디어 희영이가 도착하였다
"뭔 찻집에 이리들 앉아있냐?" 하면서도
한잔 한잔 따라주는 대로 받아들며
반가움을 살라준다
사랑은 이기고 지는 것 없이
그저 내 곁에 그녀가 있으니 평안하더라며
늦깍이 사랑환희를 읊어내준다
이토록 좀 더 가까이
다탁 2개로 좁혀진 공간에
밀착밀착 앉아서
차한잔 하나 하나
서로를 우리고 들으며
오랜만이어도 엇그제 만났었던듯
함께 있는 시간을 다정히 나누었다
가믐 단비처럼...
우리 만남을 소복히 응원하듯
밖에는 계속 비가 오고 있었다~~~
창 유리에 빗금치는
바람과 구름의 속삭임
똑 또르르 톡
방울방울 흐르는 밤
시간의 강변 유리창에
눈망울 저만치 촉촉
갈잎 알록달록 떠내려 가다
네온싸인 물안개에 반짝
가을이 가다가 더 짙게 흘러돈다
계절은 가고오고 또 가지만
아스라히 떠오르는 풍경은
그 어느 별엔가
아무몰래 기약없이 잠겨들어
밤하늘 은하수를 그려낸다는...
그런 것을 넌 알까?
그 은한의 한 물결이
이밤 빗방울을 타고
잠긴 기억을 깨우듯
유리창 동동치며 스며든다는 걸
그대 잘 흐르고 있으라~~~
흐르다 이처럼 또 만나서
서로의 얼굴에 꽃같은 미소 그려 내주게시리~~~
참, 반가웠고 즐거웠네~~~
친구들!!!
벌써 빈자리가 듬성듬성
훤하게 비쳐지는 다탁 자리들은
이슥한 시간임을 알람처럼 알려주고
갈 길을 재촉하는데...
담배 한개피 들랑달랑
꼼지락 꼼지락 동수와 희영이
말숙히 깨는 술이 아쉽워도
차한잔 밋밋함이 답답해도
반가움만으로 자리를 차고앉아
이리 마주 기다려 주었으니
그려, 우리 3차 가세~~~
오랜 기다림 끝 이 단비만큼
오늘 만남이
바짓단을 촉촉 잡아채도
홀로 되돌아가야 할 먼길
동수와 민희는 다음을 기약하고
먼저 안국역 6번출구 전철로
간만의 홀로 외출
"카르페 디엠!!!"
화려한 자유를 위하여~~~
가는 사람은 가고
오는 사람 기다려
나머지는 좀 더
얼큰히 불콰히 술한잔에
마이크 잡아채고 선률따라
목소리 가다듬고 지펴봅세다~~~
그리하여
동수와 민희 간 뒤에
노래방으로
기수 선례 선영 금숙
종호 채구 희영이는
안양에서 늦은 밤 찾아오는
준복이를 맞이하였고,
술한잔 차한잔
노래와 춤
각각의 기호대로 실력대로
반가움에 즐거움을 입혔지.
준복아,
민희도 희영이도 그렇더니
너도 세월만 덮혀지고는 그대로네.
이게 몇년만이냐?
졸업하고 처음인 것 같은데...
이케
그 밤 다하도록
노래라고
박수치고
졸기도 하며
지나온 시간은
싹뚝 잘라 놓고는
바로 유년에 잇대서
어린 그와 그녀
서천군 기산면 월기초 29회
기집아와 머슴아를 만났다
흐르는 저 세월 강에
기억이란 추를 달고
낚시대를 드리우듯
퐁당 던져놓고 보니
파르라니 물결치는 추억에
파다닥 반짝이는 어린미소가
비늘처럼 꿈틀꿈틀 너울지고
예 다시 살아올라
찰라의 영원, 별이 된다
그에
순간순간 모두가 스타인듯
이처럼 노래 한곡조씩 부르는데
음악시간 실기 점수 그 누가
잘 나왔던가? 못 나왔던가?
예 알 수 없게시리
저마다 다 구성지게
노래 참 잘 부른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꼭 손아귀 쥐어져야만 채워지리오?
어데 보이건 보이지않건
길은 제각각 다를지라도
한 고향에 나고자라
동 시대를 나란히 걷고있음이언가?
이리 만남은
절로 가슴 살풋 스며드는
공감 하나
간질간질한 삶의 카타르시스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자정을 넘긴 깊은 밤
이제 일어나야 할 시간
아직껏 비는 달게 내리며
내내 반가움을 촉촉히
그윽히 연주해주고 있었다
잘 가. 잘 들어가.
인사하고 앞서가다 돌아보는데
빗물에 불빛 반사
고이며 흐르는 보도블록
차박차박 발자국마다
방울방울 튀어올라 떨어지는
은방울 꽃송이 동그라미 물결이
작은북 동동치는 우산 물방울 따라
저마다의 추억인양 발끝에 채여 날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홀로
닿을 수 없는
어느 먼 별바라기의 독백처럼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렵겠지만
이 한녘 도심 어드메 지붕
유리창 먼 발치라도
이리 마음과 말을 풍경따라 그려놓고
소로시 미소지어 보는 것은
거기 네 미소로도 닿을거라
자칫 어찌보면 한없이
험란하고도 각박한 세상이련만
이 한 점에
감.성. 한.자.락.
몽글몽글 피워 내
끄적끄적 보여주고픈
내 이 dream을 자랑하고파서라고
하여간에
오고 못오고
가고 못가고
유년의 친구들이여,
잘 살자~
행복하자~~
그러다 또 만나자~~~
- 2015. 11. 7. 토. 가을과 겨울 그 비오는 길목에서 -
첫댓글 생각이 멋지고 이유가 근사한 만남이네요
운현궁을 자주 가곤하는데....
생각이 나의 발자취처럼 미소지으며
읽어내려갔습니다.
인사동 지대방의 차향 또한 만남의
기쁨처럼 ...
감사해요^.,~
여유당..가본지 오래되었네....이리보니...좋다는...^^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