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KBS, MBC, YTN)에 연합뉴스, 국민일보까지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권의 언론 통제가 파업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전무후무한 일이다.
몇몇 언론사에서 물밑 교섭을 통해 타결의 실마리가 풀리려한다는 이야기가 말 그대로 풍설에 그치고 말았다. 특히 MBC의 경우 갖가지 의혹이 터지는데도 김재철 사장은 강한 맷집을 자랑하기라도 하는 듯 굳건히 버티고 있다. 그와 친분이 두텁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닮은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MBC 출신인 민주통합당 신경민 의원을 만났다. 초선 의원이라는 간판보다는 30년 간 지녀온 기자 직함이 아직 익숙해보이는 신 의원은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이겼으면 지금 많은 답답한 일들이 (총선 다음 날인) 4월 12일이나 13일에는 풀렸을 텐데"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MBC에 항의 방문 간 민주당 당선자들을 CCTV로 찍어 '난입한 민주당 의원들' 운운하는 리포트를 내보낸 데 대해선 "진짜 나쁜 사람들이다",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기자치고 '너무 점잖다'는 평을 들었던 그가 내놓을 수 있는 최대치의 분노로 보였다. 입사 1년 선배인 김재철 사장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돌아온 "공영방송 사장으로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자"라는 대답도 마찬가지였는지 모른다.
그는 현 상황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첫 번째, 즐기고 있는 듯한 박근혜 의원과 새누리당이 두 번째,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주류 언론이 세 번째, 이 세 집단이 한국을 망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이냐? 복안이 있냐?'는 질문에 그도 직답을 내놓지 못했다. "7월 말에 런던 올림픽이 개최되고, 휴가철이 오고, 그 다음에 여야 대선 후보 경선으로 들어가면 (파업이 또) 그냥 묻힐 수 있다"고 정확하게 진단을 내리는 그도 뾰족수를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청와대나 박근혜 의원이 이 상황을 즐기는 것 같다"고 답답해 했다.
그는 "개원 전부터 나온 이슈들은 19대 국회 4년이 험난하리라는 것을 예고한다"고 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신 의원 본인이야말로 '짐 진 자'다.
다음은 지난 31일 오전 어수선한 국회 의원회관 신관 신 의원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박근혜의 침묵은 이명박과 김재철에 대한 적극적 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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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기자생활을 마치고 정치에 본격 입문한 민주당 신경민 의원ⓒ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19대 국회가 시작됐다.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신경민 : 답답하다. 법률적으론 어제(30일)부터 새 국회가 시작했지만 원 구성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시작 전부터 나온 여러 가지 이슈들이 19대 4년이 험난하리란 걸 예고한다. 색깔 논쟁만 봐도 그렇지 않나. 여야 모두에게 영향을 줄, 몇 년을 끌고 갈 이슈다. 시작이 밝다는 느낌은 안 든다.
프레시안 : 18대 국회를 돌아보면, 원 구성에만 80일이 걸렸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면 8월은 돼야 국회가 본격적으로 돌아가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런데 올해 7월 27일에 런던올림픽이 개막한다. 그 다음에는 곧바로 여름 휴가 시즌이다. 이 시기 끝나면 양당 모두 대선 준비를 위한 경선 체제에 돌입한다. 6월에 뭔가를 이뤄놓아야 하지 않을까.
신경민 : 힘들지. 원 구성해야 언론장악 청문회에 들어가고, 상임위 활동을 시작해야 난마처럼 얽힌 여러 이슈를 다룰 수 있다. 우리가 시간 끌기용 부비트랩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부비트랩을 만든) 박근혜 의원이 사실상 지주회사 사장이고, 황우여 대표는 바지사장인 것 같다. 박 의원이 MB와 차별화를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다른 점을 못 느끼겠다.
프레시안 : 박근혜, 새누리당 입장에서 보면 현 언론 상황을 그냥 '지켜보는 것'이 유리하지 않겠나?
신경민 : 정말로 MB와 차별화하고 싶다면 우리가 청문회를 요구하는 두 가지 이슈, 곧 민간인 사찰 문제와 언론 문제를 받아야 한다. 민간인 사찰 문제를 봐라. 자기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다 뒷조사한 거다. 미국 워터게이트의 열 배, 스무 배 사건이다. 워터게이트 정도되는 사건이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서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MB와 다른 사람'이라고 한다면 자신은 다른 자세를 취하는 게 맞다.
프레시안 : 청와대 관계자가 사석에서 여러 언론사 노조 파업에 대해 '우리는 답답한 것 없다. 파업하면 빠지는 기자가 야당 담당, 사회부 기자들이고, 청와대나 정부 부처 새누리당 기사는 정상적으로 나간다'고 하더라. 손익계산을 해보면 득이 더 많다는 말인데.
신경민 : 처음 듣는 얘기도 아니다. MBC노조가 여러 번 파업을 했지만 이렇게 전면적으로 들어갔던 선거는 이번 총선이 처음이다. 지적한 그런 문제가 나왔고, 정확히 계산하긴 어렵지만 아마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대표적인 게 김형태 사건이다. 포항 유권자들은 김형태가 어떤 사람인가를 잘 모르고 투표장에 갔다.
결국 '파업을 놔두면 된다'는 인식이 청와대에, 여권에 광범위하게 있다. 박근혜 의원 머릿속에도 입력돼 있다고 본다. 그의 침묵은 결국 (파업 상황이 계속되도 좋다는) 적극적 지지라고 봐야 한다.
"기록하지 않고, 해석하지 않는 침묵의 카르텔이 있다"
프레시안 : 언론사 파업도 그렇고 민간인 사찰 건도 그렇고 MB 정부의 실정에 대해 국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것 같다. '또 그러나 보다' '그렇지 뭐' 이런 식의 반응들이다.
신경민 : 언론 영향이 있다. 아무리 엄청난 일이 일어나도 언론과 전문가 그룹이 기록하지 않고, 해석하지 않는 침묵의 카르텔을 만들었다. 신문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아젠다 세팅 능력은 있다. 물론 신문이라 함은 '조중동'을 말한다. 이들이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으니 우리가 잘못 가고 있고, 둔감해지고 있다.
프레시안 : 새누리당과 파업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 가능한가?
신경민 : 결국 협상도 외교와 같은데, 한 축(새누리당)이 이렇게 지연 전술을 쓴다면 한 석이라도 적은 소수당이 취할 전략은 사실 많지 않다. 우리가 총선에서 진 결과가 이렇게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한 석이라도 이겼다면 4월 12일이나 13일에 우리가 지금 고민하는 굉장히 많은 문제들이 해결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 : 양 김 사장(김인규 KBS 사장, 김재철 MBC 사장)과 비공식적으로라도 대화 통로가 마련돼 있나?
신경민 : 수뇌부는 모르겠지만 우리 (평 의원) 차원에서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김재철 씨의 경우 보통 능수능란한 사람이 아니라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여야 수뇌부에 접근했을 것이다. 특히 90년대 초부터 정당출입 했으니 만들어 둔 각종 끈으로 사적 네트워킹을 유지할 것이다.
프레시안 : 민주당 의원들의 이른바 'MBC 임원실 난입 사건' 이후, MBC에서 비공식적으로라도 유감 표명이 없었나?
신경민 : 없었다. 당시 MBC가 함정을 쳤다. 우리는 1층까지만 가서 막으면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거기서 문을 열고 '들어오시라'고 하더라. 그래서 10층 임원실로 올라가니 거기서 앞을 막아놨더라. 그리고 아주 악질적인 화면을 찍어서 마치 민주당 의원들을 편의점 강도처럼 보이게 편집을 했더라. 진짜 나쁜 사람들이다.
우리가 난입했다고 리포트한 기자도 내가 아끼던 후배인데,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리포트를 거부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내 후배가 한 리포트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선배로서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참아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