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분수대
김학중
분수대에 동전을 던져 넣는다
버스 회사 오 년, 누군가
무임승차 때 넣은 외국 동전들
하루 한두 개씩 모여
생수통 하나를 가득 채웠다
동전들은 퐁 퐁 소리를 내며 분수대에 안긴다
바닥의 동전들은
환전해 주지 않아 버려진 동전들과
서로 몸을 포갠다. 분수대에서
하얗게 떨어지는 물방울은
물소리로 동전들을 닦아 준다
연인들 몇몇이 소원을 빌고 가고
나무들은 잎사귀를 던져 넣으며 내년 봄을 기원했다
분수대는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지만
누구도 고장 난 자판기 대하듯 발로 차지는 않았다
지갑을 잃어버린 사람이 차비를 빌려 갔다
굶주린 사람은 한 끼 식사를 위해 동전을 건져 갔다
분수대는 말없이 그들의 손을 씻어 주었다
젖어도 찢어지지 않는 동전처럼
단단한 소원들을 혼자서만 기록하고 있었다
늦은 밤, 청소부들은 거름으로 팔 낙엽을 쓸어 담고
노인들은 자루에 신문을 주워 돌아갔다
분수는 멈추고 공원엔 작은 가로등 한 개 빛났다
동전들은 빛을 받는 혹성처럼 빛을 내고
희미한 물빛이 밤하늘로 솟아올랐다.
—《시와시학》201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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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 1977년 서울 출생. 200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