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일의 말씀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을 따르고자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결코 가볍고 평이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이 말하듯 예수님을 따르는 길은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는 고난의 여정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십자가를 통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십니다. “너의 십자가는 무엇이냐?”, “나를 따르기 위해 십자가를 끌어안을 수 있느냐?”
일본의 현대소설가 엔도 슈사쿠(遠藤周作)는 그의 대표작 <침묵>(沈默, 1966년)에서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짊어져야 할 십자가가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선교하던 페레이라 신부가 배교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스승의 배교를 믿지
못한 로드리고 신부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일본 선교를 지원합니다. 어렵사리 잠입에 성공하지만, 그 역시 결국 체포되어 배교를 강요당합니다. ‘후미에’ 즉 예수님의 얼굴이 새겨진 성화를 공개적으로 밟으라는 것이었습니다. 로드리고 신부는 조용히 거절합니다.
하지만 그가 거절할수록, 그의 신자들은 더욱더 참혹한 고문을 받습니다. 자기 때문에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교우들을 보면서 로드리고 신부는 고뇌에 빠집니다. 배교해서 죽어 가는 그들을 살려야 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신앙을 위해 그들의 절한 죽음을 묵인해야 하는가? 어느 것이 참된 사랑인가?
고뇌의 늪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그에게 예수님의 음성이 들립니다. “밟아도 좋다. 네 발의 아픔은 바로 내가 가장 잘 알고 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들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 너희들의 아픔을 나눠 갖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졌던 것이다.” 로드리고의 말이 이어집니다. “주님, 당신이 언제나 침묵하고 계시는 것을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함께 고통을 나누고 있었을 뿐......” 마침내 로드리고는 성화를 밟습니다.
예수님을 따르기 위한 여러분의 십자가는 무엇입니까? 십자가는 예수님께 한걸음 더 가까이 가기 위한 고통과 성장의 과정입니다. 십자가는 먼저 인간으로서 나의 약함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세상을 중시하는 자세, 칭찬받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 남보다 돋보이고 싶은 욕심, 나를 우선시하는 이기심 등 수많은 약점들이 얽힌 부끄러운 나의 내면을 보게 합니다. 나의 약점은 사실 예수님보다 나를 더 사랑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을 더 사랑하기 위해 우리는 ‘자신을 버려야’ 합니다. 또 십자가는 짊어졌다 내려놓았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피하고 싶어도 ‘날마다’ 즉 매일 부둥켜안아야 할 나의 일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십자가는 누구나에게 무거운 것입니다. 다른 이들의 십자가가 내 십자가보다 가볍다고 잴 필요가 없습니다. ‘제 십자가’ 즉 나에게 맡기신 십자가에서 한눈팔지 마십시오. 나의 십자가만으로도 너무 무겁고 숨 막힙니다. 하지만 십자가만이 우리에게 구원의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끄심’을 믿고 버거운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질 때, 우리와 함께 고통 받으시는 예수님의 참 얼굴을 뵐 수 있고 고통의 십자가를 넘어서는 희망의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오늘의 예수님의 말씀을 새겨봅시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서울교구소공동체)
묵상해봅시다
현대는 피를 흘리는 순교보다는 땀과 노력, 봉사와 희생이라는 새로운 의미의 ‘백색 순교’를 요구합니다. 결혼과 가정생활에도 피를 흘리지 않는 순교가 요청되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진실과 정의를 위하여 평신도 신분으로 마치 수도자처럼 살아가는 분들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이분들의 삶이야말로 새로운 의미의 백색 순교, 순교자의 여정이 아닐까요? (매일미사)
오늘의 말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알아봅시다
1.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우리나라는 18세기 말 이벽을 중심으로 한 학자들 몇몇의 학문적 연구로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이들 가운데 이승훈이 1784년 북경에서 ‘베드로’로 세례를 받고 돌아와 신앙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마침내 한국 천주교회가 탄생한 것이다. 대부분 선교사의 선교로 시작된 다른 나라들의 교회에 비하면 매우 특이한 일이다. 그러나 당시 한국 사회는 전통을 중시하던 유교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어, 그리스도교와 크게 충돌하였다. 결국 조상 제사에 대한 교회의 반대 등으로 천주교는 박해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신해박해(1791년)를 시작으로 병인박해(1866년)에 이르기까지 일만여 명이 순교하였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의 해인 1984년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이들 순교자 가운데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와 평신도인 정하상 바오로를 비롯한 103명을 시성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 교회는 9월 26일의 ‘한국 순교 복자 대축일’을 9월 20일로 옮겨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로 지내고 있다.(매일미사)
2. <봉헌 생활의 해> 관련 전대사 안내
봉헌 생활의 해(2014년 11월30일~2016년 2월2일)를 맞아, 사도좌 내사원에서는 봉헌생활의 의미를 깨닫고 참회와 사랑을 실천하는 신심 깊은 신자들에게 전대사 를 수여했습니다.
1) 전대사를 얻기 위한 조건
봉헌 생활의 해 전 기간(2014년 11월30일~2016년 2월2일)에,
① 각자 진심으로 뉘우치고 고해성사를 받고 ② 영성체를 하고
③ 교황님의 뜻에 따라 기도하며(매일미사 첫 페이지 교황님의 기도 지향 참조)
④ 성지순례길 순례 중 지정된 성당을 한곳 이상 방문하여 ⑤ 경건한 묵상기도 후 주님의 기도와 사도신경을 바치고 ⑥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간구할 때마다 전대사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예화
‘왜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가?’
당신이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이다.
당신만의 지문이 있다. 당신만의 각인을 이 세상에 새길 수 있다.
당신에게는 독자적인 능력이 있다. 보이지 않는 그 가능성을 발견하고 실현하라.
당신에게는 소명이 있다. 당신은 독자적인 목적을 위해 태어났다.
손석준 엘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