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 남쪽 소도시 르호브. 과학 강국 이스라엘의 자존심인 바이츠만(Weizmann) 연구소(사진)에 들어섰다 화학자였던 초대 대통령 하임 바이츠만이 세운 세계 정상급 과학 연구기관이자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는 고등교육기관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바르요셉 부학장은 뇌과학 에너지 과학 나노과학 등 현대 과학은 수학 물리학
유전공학 등 각 분야가 서로 협력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바이츠만은 세계 최초로 과학과 인문학을 결합시켰으며 내년에는 사회과학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나 사회에 유용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이 한국에도 있을 것이라며 기초과학은 과학자들이 호기심과 꿈을 좇을 때 눈부신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포 내 단백질 생산의 비밀을 풀어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9년 여성으로선 네 번째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아다 요나스 바이츠만
연구소 교수의 예를 들었다.
요나스 교수는 그냥 세포 내 ‘리보솜’의 모양이 너무 궁금해서 30년간 연구를 계속했는데 그게 결국 항생제 개발로 연결된 거지요.
바이츠만은 수많은 특허를 갖고 있지만 대부분 이런 식의 ‘뜻밖의 결과로
얻어진 것들입니다.”
아론 헨(신경생물학) 교수는 “바이츠만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는 과학을 일반인과 어린이들에게 널리 전하는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바이츠만의 과학자들은 술집으로 향했다
올해로 4년째 바이츠만의 과학자들은 매년 한두 차례 50여 명씩 텔아비브와
르호브의 술집과 카페로 흩어진다.
일반 손님들 앞에서 강연하고 함께 토론하며 과학의 밤을 여는 것이다
처음엔 술집 주인들이 시큰둥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과학자가 하는 말을 들으러
술집에 오겠느냐고요. 그런데 창턱이며 바닥까지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었습니다
요즘은 오히려 제발 우리 가게에도 와달라’는 술집 주인들의 민원전화가
폭주할 정도입니다.
5. 젊은 IT 전문가 양성소 군대
“청각장애인도 자원 입대해 수퍼컴 업무”
텔아비브 근교 마이크로소프트(MS)사. 젊은 IT 벤처사업가를 선정해 사무실과 경영기법 등 사업 인프라를 제공하는 MS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의 이스라엘 총책임자 하난 라비를 만났다.
MS는 지난 4월 이 프로그램의 세계 첫 시행지로 이스라엘을 선정했다
라비는 “나 또한 IT 기업을 대여섯 개씩 창업했던 벤처 1세대”라며 “군대가 나를 키웠다”고 말했다. 14세 때 간단한 교육 소프트웨어를 판매한 컴퓨터 키드였지만 진정한 실력은 열여덟 살 때 공군에 입대한 뒤 길렀다는 거다.
그는 공군 정보부에서 최고 수준의 컴퓨터를 다루며 3년 의무 복무를 마친 뒤에도 3년 더 남아 군생활을 했다. 그는 세계적 보안 프로그램인 체크포인트는 이스라엘군 컴퓨터를 보호하기 위해 처음 개발됐고 1억 명 이상 가입한 세계 점유율 1위의 ICQ 메신저도 이스라엘 컴퓨터 담당 군인들이 상관에게 들키지 않고 대화를 나누기 위해 처음 만들었던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이날은 마침 MS 액셀러레이터 1기생들이 4개월간의 프로그램을 마치는 날이었다 사무실을 정리하느라 바쁜 20~30대 벤처사업가 중 얼굴이 꼭 닮은 두 젊은이가 눈에 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인력 채용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스물일곱 살 쌍둥이는 선천성 청각장애인이다.
다소 어눌한 발음으로 힘들게 의사소통을 하지만 형제는 나란히 명문 히브리대에서 컴퓨터 공학과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다.
놀랍게도 두 사람 모두 군 면제 대상임에도 자원해서 3년간 군복무를 마쳤다고 했다.
둘이 군에서 맡은 업무는 역시 수퍼컴퓨터 담당. 5분 먼저 태어난 형 탈 모란(사진 왼쪽)이 말했다 조국 이스라엘은 적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책임감을 느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기꺼이 찾아서 해야지요.
6. 왕따 없는 영재학교 하크파 하야로크
논쟁식 교육 “세 명 모이면 다섯 가지 의견”
텔아비브 근교 중 고교 과정 영재학교인 하크파 하야로크(초록 마을) 1200명의 학생이 다니는 이 학교 정문을 들어서자 공작 세 마리가 유유히 돌아다니고 있다
깜짝 놀라는 기자에게 신입생 마야 루리아(14)양은 우리 학교엔 에뮤(타조처럼 생긴 호주의 새)도 있다”며 키득거린다.
농업 키부츠를 개조한 학교답게 큰 농장이 있다고 했다.
에덴 로젠(14)군은 “염소든 닭이든 전교생이 의무적으로 농장의 동물을 돌봐야 한다”며 “우리가 짠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가 학교 식당에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대·수의대 준비반에 있는 디보 캐플런(15)군은 “왕따요? 들어본 적도 없지만 만약 친구를 괴롭히면 당장 퇴학당할 걸요”라며 눈이 둥그레진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배운다면서 히브리어를 못하는 에티오피아 친구나 무슬림 친구도 반에 많단다.
8학년인 노아 코르니어브(14)양은 “7학년 때 다니던 일반 학교와 달리 고급 화학과 물리를 배우고 당장 실험해볼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