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테러와 모기, 그리고 기다림
이번 글을 쓰는 내내 불안했다. 전쟁과 테러로 전쟁터나 다름없는 위험 지역인 아프리카의 케냐, 우간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일정(11월 25~30일)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프랑스 정보기관은 교황의 아프리카 순방 중 ‘외로운 늑대’(테러리스트)들이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를 바티칸에 전달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11월 13일 IS의 파리 테러 사건 이후 전 세계가 테러와 전쟁 중이다. 서로 다른 이해타산을 하고 있지만 현재 프랑스와 미국, 러시아 등은 IS 퇴치를 위한 공습에 나섰다. 이러한 때 교황이 아프리카를 방문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며, 그의 메시지는 어떤 공습과도 대비되는 더 큰 의미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여러 번에 걸쳐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곳곳의 폭력과 테러를 ‘3차 세계대전의 조각(piecemeal)’이라 경고한 바 있고, 파리 테러 사건도 그것의 ‘한 조각’으로 표현했다. 즉 곳곳의 테러나 전쟁은 별개의 국지적인 현상 같지만 사실은 지구촌 전체의 문제와 연결된 세계대전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러니 아프리카 3국의 문제도 지구촌 전체 문제와 깊이 연결된다. 이번 방문에서 교황 메시지의 핵심은 “분쟁과 테러는 가난에서 비롯되어, 절망을 먹고 자라며, 종교적 사상적 근본주의와 결합하여, 공포의 씨앗을 뿌린다”는 것이다.
교황은 테러의 시작을 이렇게 가난이라는 일상의 문제에서 본다. 사실 파리 연쇄 테러범 9명은 모두 20대 안팎의 이른바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IS에 가담자들의 평균 연령이 21세이고, 미국인 IS 대원 3분의 1은 미성년자라는 통계도 있다. 이 젊은이들이 높은 실업률과 절망으로 ‘외로운 늑대’의 길을 나서 ‘밀레니얼 테러리즘’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교황은 ‘새벽 이슬’ 같은 청년들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고, 이번 아프리카 방문에서도 “지배층들은 젊은이들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투자하고, 그들이 공동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도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있는 곳 못지않게 분쟁 지수가 높은 곳이다. 청년들의 실업과 절망은 이미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고, 빈부의 차이와 대립은 점점 격심해지고 있으며, 정치적 이념적 근본주의로 인한 좌우의 대립은 당쟁을 방불케 한다. 아직 이러한 문제들의 상호 결합이 심화되지 않아 테러나 전쟁으로까지 나아가지 않았지만, 건전한 일상은 심각하게 이지러져 사회 불안의 온상이 되고 있다.
가정과 사회, 그 건강한 일상은 평화의 기초다. 지난 11월 파리 테러가 충격적이었던 것도 특정 정치적인 집단이나 그룹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일상 테러’였기 때문이다. 파리 시민들은 지혜롭게, 건전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일상 테러를 이기는 길이라며 이전과 같이 카페와 식당에 나가 수다를 떨고 와인을 마실 것을 주창하였다.
교황이야말로 일상의 평화로 테러의 공포에 정면으로 맞서는 용기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11월 25일 케냐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이 “테러가 걱정되지 않느냐”고 묻자, 교황은 “신변 위협보다 모기가 더 무섭다”고 농담하면서 방탄조끼 착용과 방탄차 탑승을 거절했다.
주님을 ‘깨어 기다리는’ 대림 시기이다. ‘이미(already) 오신 그분’이 제3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어디에 어떻게 계시는지 찾아보는 것이야말로, ‘아직 오지 않으신(but yet)’ 그분을 ‘깨어 기다리는’ 자세가 아닐까. 하느님의 평화로 분쟁과 대립에 맞서고, 예수님의 사랑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젊은이들을 귀하게 여길 때, 이처럼 우리가 이미 오신 그분을 찾아 나설 때, 그분을 깨어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대림시기를 묵상해 봅니다.
테러가 무섭지 않는냐? "차라리 모기가 더 무섭다" 이렇게 우리 멋진 교황님은 하느님이 지켜주실거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