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로 멈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
구글이 꼽은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미국 다빈치연구소 소장인 토머스 프레이 Thomas Frey는
포스트 코로나'를 한 단어로 정의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리부트! 우리는 '블랙 스완(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 중의 블랙 스완'을
목격하고 있다. 현재는 재시동을 앞둔 '일시 정지' 단계다. 재시동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과연
무엇이 변했고, 어떤 것이 그대로 남아 있는가'라고 계속 질문할 것이다.”
토머스 프레이가 사용한 '리부트(reboot)'라는 개념은 흔히 컴퓨터 재시동을 떠올리게
하지만 원래는 영화업계에서 많이 쓰인 용어다.
영화 용어로서 리부트란 어떤 시리즈 작품에서 그 연속성을 버리고 작품의 주요 골격이나
등장인물만 차용하여 새로운 시리즈로 다시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배트맨> 시리즈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영화 〈배트맨〉 시리즈가 4편까지 제작되며
이야기가 정체되자 2005년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은 등장인물과
골격은 유지한 채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영화 <배트맨 비긴즈>를 선보였고,
이렇게 리부트된 〈배트맨> 시리즈는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렇게 리부트란, 등장인물과 골격만 남기고 시리즈를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써서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뜻이다. 〈배트맨>의 리부트가 시리즈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기존 팬을
확보한 것은 물론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는 활로가 된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영화에서는 리부트된 작품들이 많다. <007) 시리즈는 〈007 카지노 로얄〉로 리부트
되었고, 〈스타트렉> 시리즈는 〈스타트렉: 더 비기닝>으로, <엑스맨> 시리즈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로,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리부트되어
주인공과 시리즈를 되살릴 뿐 아니라, 관객들을 다시 스크린 앞으로 불러 모았다.
바이러스라는 위기로 멈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에겐 리부트가
아닐까? 인생도 영화 시나리오처럼 흘러간다. 나라는 주인공은 여전히 존재하고, 인생의
시간도 영화필름처럼 유유히 흘러간다. 문제없이 잘 돌아가던 내 직업과 일상이 바이러스
때문에 멈춰버렸다. 다시 살려내려면 컴퓨터처럼 재시동하는 방법밖에 없다.
재시동을 위해 인생 시나리오를 다시 써야 한다.
- 웅진 지식 하우스 간, "김미경의 리부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