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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적 서정시인', 고(故) 신경림의 2주기 유고 산문집 출간 도종환 엮음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
'민중적 서정시인'으로 잘 알려진 고(故) 신경림(1935~2024) 시인의 2주기를 기념하는 유고 산문집이 출간됐다. 산문집의 이름은 신경림 시인의 시 '목계장터'에서 한 구절을 인용한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다.
'민중적 서정시인'으로 잘 알려진 고(故) 신경림(1935~2024) 시인의 2주기를 기념하는 유고 산문집이 출간됐다.
도종환 시인이 신경림 시인의 2주기를 기념해 시인의 산문을 엮은 이번 책은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지나며 다듬어진 시론과 자기 고백, 자연과 사회를 바라본 신경림 문학의 마지막 육성이다.
책은 한 시인의 회고록에 머물지 않는다. 시대를 건너며 시가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지, 또 한 인간이 어떤 자세로 세상과 마주해야 하는지를 함께 묻는다. 그리고 거창한 바위가 아니라 들꽃과 잔돌의 자리로 내려가려 했던 신경림 문학의 태도를 보여준다.
책은 한 시인의 회고록에 머물지 않는다. 시대를 건너며 시가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지, 또 한 인간이 어떤 자세로 세상과 마주해야 하는지를 함께 묻는다.
도종환 시인은 "신경림 선생이 고뇌하며 걸어온 길이 곧 우리 문학이 고뇌하며 걸어온 길"이라고 적었다. 고인은 일제강점기, 전쟁, 군사독재,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간을 온몸으로 경험했기에 시인의 삶은 한국 현대문학의 길과 겹친다는 뜻이다.
산문집은 총 3부로 나눠진다. 1부는 광복 이후 전쟁과 4·19, 군사독재, 6월항쟁을 지나온 한국시의 흐름을, 2부는 자신의 시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돌아본다. 그리고 3부에서는 교육과 환경, 통일, 문화정책, 법과 인권 같은 문제를 다룬다.
산문집에는 시인의 문학적 여정도 담겼다. 등단작 '갈대' 이후 방황을 거쳐 '농무'에 이르기까지, 신경림은 자신의 시를 끊임없이 바꾸고 갱신하려 했다. 그는 "내가 시를 쓰는 일은 늘 내 시로부터 도망치는 일의 반복이었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그 도망은 완벽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자신이 뿌리박은 땅과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깊으면서도 넓다. 남한강에 대해서는 "마을과 마을을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강이 이어주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강은 시인에게 길이자 학교였다. 강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배웠다는 시인의 고백은, 신경림 문학이 낮은 곳의 사람들과 어떻게 이어져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산문은 오늘의 사회를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신경림은 빈부 격차, 마구잡이 개발, 남북 대립을 걱정하며 "가장 낮은 자세가 되어 상대를 높이면서, 상대를 존중하면서"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혐오와 불신이 깊어진 시대에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기준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다시 묻는다.이 책은 신경림을 단지 민중시의 대표로만 묶어 두지 않는다. 시대를 껴안되 구호에 갇히지 않으려 한 시인,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언어의 품위를 지키려 한 산문가의 면모가 함께 드러난다.
한편 시인은 책의 첫머리에서 시를 쓰는 일에 대한 오래된 회의를 고백하고 있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세상에서 맑고 깨끗한 서정시를 쓰는 일이, 남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나 혼자만 제멋에 취해 살고 있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라고 묻는다. 그리고 마지막 산문집이자 마지막 목소리로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한다'고' 마무리 한다. 시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던 시인의 이 문장은, 상실과 불안의 시간을 지나는 독자들에게 조용한 위로와 삶의 이정표를 건넨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신경림 지음/ 도종환 엮음/ 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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