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발생한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선수들의 `테이핑 유니폼` 논란은 대한수영연맹이 주관하는 용품후원사 선정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울산 북구)이 지난 8일 대한체육회로부터 받은 국감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8월 시작된 용품후원사 선정은 9월에 마케팅 대행사를 선정한 뒤 올해 2월 두 개 기업이 공동 후원하는 형태로 계약체결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이사회가 갑자기 이를 무효화했고 대회 개최 약 1개월을 앞둔 5월 말에 용품후원사 입찰공고를 다시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허둥대는 바람에 국가명 `KOREA`가 없는 유니폼이 대표 선수단에 지급됐고 선수단은 대회 끝날 때까지 기존 브랜드 로고를 테이프로 가리거나 위에 `KOREA`를 덧댄 유니폼을 입는 소위 `테이핑 유니폼` 사태가 발생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또 이후 뒤늦게 입찰공고로 낙찰된 기업은 대한수영연맹과 25년 넘게 독점 계약을 맺어온 `아레나`라는 일본기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단독 응찰로 수의계약을 맺어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의원이 연맹에 `공동후원사 선정 무효 사유`를 질의한데 대해 연맹은 "국제경기 인증 유니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고 이 의원이 해당 업체에 이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경기 인증 제품은 수영복, 수영모, 수경과 같이 실제 경기에서 착용하는 용품에 한하며, 또 공동후원사 중 이 물품을 담당했던 업체는 이미 인증을 받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1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던 대한수영연맹의 용품후원사 선정 건은 결국 정해진 일본기업과의 독점 계약으로 의혹만 발생시켰고, 그 과정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에까지 악영향을 끼쳤다"면서, "이 날의 경기만을 위해 피 땀 흘리며 노력하고 고생했을 선수들의 소중한 순간은 연맹 이사회의 번복된 판단으로 인해 허공으로 흩어져 버렸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에서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불타오르던 때와 맞물렸던 지난 7월 당시 `아레나`라는 일본제품을 정부가 구매하는 바람에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국가대표 공식 후원사로 일본제품이 널리 홍보되고 알려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즉,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최된 세계대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일본제품을 착용하고 국위선양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훌륭한 수영용품을 제작, 판매하는 업체가 많을 텐데 세계가 주목하고 우리나라의 큰 역사적 기록으로 남을 국제대회에서 굳이 일본 제품을 국제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었나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대회와 별개로 정부기관이 수십 년 동안 하나의 업체와만 독점적 계약을 진행해왔다는 것은 선정과정에서의 비리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서 내부 감사를 실시해 명백히 밝혀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종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