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6주간 토요일 강론>(2024. 10. 5. 토)(루카 10,17-24)
복음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0,17-24
그때에 17 일흔두 제자가 기뻐하며 돌아와 말하였다.
“주님, 주님의 이름 때문에 마귀들까지 저희에게 복종합니다.”
18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19 보라, 내가 너희에게 뱀과 전갈을 밟고
원수의 모든 힘을 억누르는 권한을 주었다.
이제 아무것도 너희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20 그러나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21 그때에 예수님께서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며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22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버지께서 누구이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23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제자들에게 따로 이르셨다.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24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예언자와 임금이 너희가 보는 것을 보려고 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들으려고 하였지만 듣지 못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생명의 책』
“일흔두 제자가 기뻐하며 돌아와 말하였다. ‘주님, 주님의
이름 때문에 마귀들까지 저희에게 복종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보라, 내가 너희에게 뱀과
전갈을 밟고 원수의 모든 힘을 억누르는 권한을 주었다.
이제 아무것도 너희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그때에 예수님께서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며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루카 10,17-21)”
1) 예수님께서는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시고,
제자들은 기뻐하면서 예수님께 활동 결과를 말씀드립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교회는 기쁨의 공동체’ 라는 것을 잘 나타냅니다.
이 ‘기쁨’은 세속의 일시적인 즐거움이나 기분 좋은 상태
같은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 즉 성령 안에서, 성령을 통해서
누리는 ‘순수하고 참된, 영적인 기쁨’입니다.
세속의 즐거움은 그 순간이 지나면 사라지거나 희미해지는,
허무한 것이지만, 신앙인의 ‘참 기쁨’은 영원한 것입니다.
신앙생활은 이 기쁨을 누리는 생활인데, 아직은 미완성
상태이고, 나중에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면 완성될 것입니다.
2) 여기서 “영들이(마귀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라는 말씀은, 기뻐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교만에 빠지지 말라는 뜻입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낸 다음에
그것을 기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닙니다.
기쁘니까 기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기쁨의 원천은 주님이시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만일에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자신의 힘으로 쫓아냈다고 착각하게 되면,
그때부터 잘못된 방향으로 빗나가게 됩니다.
사도들은 그런 일을 이미 겪었습니다.
예수님에게서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받았고(마르 6,7),
많은 마귀들을 쫓아냈던 사도들인데도(마르 6,13),
마귀를 쫓아내지 못하는 일이 생겼습니다(마르 9,18).
그때 사도들은 예수님께 “어째서 저희는 그 영을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라고 물었고(마르 9,28), 예수님께서는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라고 대답하셨습니다(마르 9,29).
사도들이 ‘기도하지 않아서’ 마귀를 쫓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려고 하지 않고,
자신들의 힘으로 쫓아내려고 시도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마귀는 하느님(예수님)에게만 복종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도들이 ‘주님의 이름으로’가 아니라 자신들의 힘으로
쫓아내려고 한 일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있는 것을 무력하게 만드시려고, 이 세상의
비천한 것과 천대받는 것 곧 없는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어떠한 인간도 하느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 살게 해 주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하느님에게서 오는 지혜가 되시고, 의로움과 거룩함과
속량이 되셨습니다. 그래서 성경에도 ‘자랑하려는 자는 주님
안에서 자랑하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1코린 1,28-31).”
3)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라는
말씀은, 어떤 ‘일’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만 만족하지 말고,
‘구원받을 자격을 얻은 것’을 기뻐하라는 뜻입니다.
이름이 하늘에 기록되었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가지고
계시는 ‘생명의 책’에 이름이 기록되었다는 뜻이고,
이 말은 구원받을 자격을 얻었다는 뜻입니다.
묵시록에서는 그 책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죽은 이들이 높은 사람 낮은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어좌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책들이 펼쳐졌습니다.
또 다른 책 하나가 펼쳐졌는데, 그것은 생명의 책이었습니다.
죽은 이들은 책에 기록된 대로 자기들의 행실에 따라 심판을
받았습니다. 바다가 그 안에 있는 죽은 이들을 내놓고,
죽음과 저승도 그 안에 있는 죽은 이들을 내놓았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자기 행실에 따라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죽음과 저승이 불 못에 던져졌습니다.
이 불 못이 두 번째 죽음입니다. 생명의 책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불 못에 던져졌습니다(묵시 20,12-15).”
‘생명의 책’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을 얻은 사람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 책입니다.
그 책에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 사람만 구원을 받게 되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그 기록은 처음부터 확정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름이 한 번 적히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이름이 적히기도 하고,
적힌 이름이 지워지기도 합니다.
“승리하는 사람은 이처럼 흰옷을 입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생명의 책에서 그의 이름을 지우지 않을 것이고,
내 아버지와 그분의 천사들 앞에서 그의 이름을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묵시 3,5).”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니까, “신앙생활은 생명의 책에 이름이
기록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생명의 책에 이름을 적거나 지우는 것은
‘주님의 권한’이지만,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달린 일이기
때문에, 그 책에 내 이름을 적거나 지우는 것은
사실상 나 자신이 하는 일입니다.>
[출처] 연중 제26주간 토요일 강론|작성자 송영진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