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딘가에 흠뻑 심취해 본다는 것,
책이 되었든, 음악이 되었든, 미술 작품이 되었든,
특히, 그 안에서 만난 인물이나 작가, 아티스트에 의해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흔들려 버린 것 같은
충격적인 경험을 한다는 것은
매우 축복 받은 일이라 생각한다.
길지 않았지만
내 생애에 있어서도
그와 같은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
기억도 아련하지만,
그 순간의 그 환희라는 것은,
그 어떤 물질적인 성취의 기쁨이나,
혹은 인간관계에서의 만족감을 훌쩍 뛰어 넘는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자기만의 기쁨인 것이다.
작품이나 인물을 처음 접했을 때,
마치 '찌르르'하고 전기에 감전된다거나,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뻥! 얻어 맞은 듯한 충격!!
혹은 이제 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나
가치관을 만났을 때의 신비롭기까지 한,
그 때의 경이로움을 나는
이십 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아뉘, 요즘도 내게 그런 열정이 아직 남아 있음을
언뜻언뜻 발견하고는 스스로에게 놀라기도 한다.
내 기억 속의 첫 번째 충격은 초등 4학년 때 였다.
발단은 그래미어워드에서
마이클 잭슨을 처음 본 순간 이었다.
그 날, 그를 처음 본 후,
몇 날을 갑각류의 꿈으로 헤매다가,
미쉰듯이 그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잭슨5, 잭슨즈, 오프 더 월을 접하게 됐고,
빌리진, 삐릿, 문워크야 말 해 무엇하리?!
이렇게 듣자마자,
귀에 입에 촥촥 감기는 너래는 첨이야..
춤은 또 웰케 잘추는겨..
되지도 않는 영어로, 따라 부르다 받아 적다,
문워크 흉내내다...
세상에 즈런 사람도 있군화...
즈 사람은 이 지구 사람이 아닐그야...
어느 행성에서 왔을까...
떵,오줌은 쌀까?!
나처럼 밥먹고 살까?!
으아~~ 천지가 개벽한 이 느낌!!!
신세계로다... 유토피아로다...
이렇게 나의 초딩 말년을
마이클의 음악에 훔뻑 빠져
갑각류의 상태로 살다가,
중 1때 두 번째 충격을 맞았다.
발단은 '세익스피어'의 그 유명한 4대 비극이었다.
그 와중에, 괴테의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도 만나게 되었으며,
헷세의 데미안 또한 말 해 무엇하리?!
학창시절, 한 번쯤 까뮈나 헷세에 열중해 보지 않은
피플이 어디 있겠냐만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관심 거리중의 하나가 아닌,
내게는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은,
우연히 언니 방 책꽂이에서 발견한,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라는 책이었다.
스스로 선택한 불꽃속으로
담담하고도 열정적으로 빠져 걸어 들어갔던 그녀,
결국 죽음으로 끝난 그녀의 생은
어린 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녀의 죽음에 대한 숱한 의구심과 상상과,
나름의 결론이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와중에 나는 또 세 번째 잊지 못할 충격을 맞았다.
그거슨 다름 아닌
요한 세바스챤 바하의 오르간 연주 '토카타' 였다.
그때는 지금처럼
씨디 플레이어나 엠피 쓰리 같은 게 존재치 않았으므로,
음악은 주로 카셋트 라디오나,
좀 있는 집들은 전축이라 불리우는 물건으로 감상을 하였는데,
울집에도 싸우디 가서 때 돈 벌어오셨다는
막내 고모부께서 사주신 커다란 전축 하나가 있었다.
전축 옆으로는 엄마가 좋아라 하시던 이미자 아줌마,
패튀김 아줌마, 남진, 나훈아 아즈씨의 LP판들과,
아빠가 좋아라 하시던, 자진방아를 돌려라, 쑥~~댓~머리!! 하는
창인지 민욘지 하는 카세트 테이프와,
가끔 츠암 안 어울리게 수준높은 비틀즈나 엘비스 프레슬리,
싸이먼 & 가펑클, 클리프 리촤드 등의 LP판들과,
간간히 언니가 좋아라하던 토벤이 옵퐈, 베르트 옵퐈, 짜르트 옵퐈 등,
매우 클래식컬하고 레벨 놓은 클래식 LP판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 중에 누가 구해다 놓았는지 모를 원판 하나가 있었는데,
바로 요한 세바스챤 바하의 오르간 연주곡 모음집이었다.
오르간 연주곡에는
프렐류듀, 파싸칼리아, 판타지아 등 여러 장르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이 헤라를
알 수 없는 신비의 도가니 속으로 한 방에 훅가게 만든
연주곡이 바로 '토카타' 라는 곡이었다.
훗 날, 폴 모리아 오케스트라에 의해
'눈물의 토카타'라는 세미 클래식 곡으로 환골탈태 되었는데,
그 멜로디를 떠올리시면 이해가 쉽게 되시리라...
어느 봄 날인지 모를 방과 후 어느 날,
아무도 없는 빈 집 마루 바닥에 널부러져 누워
바하의 토카타를 처음 접하던 순간,
그 때의 그 경이로움을 난 지금 껏 잊지 못한다.
갑자기 몸이 하늘로 붕~ 떠오르는 듯한 느낌...
깃털처럼 가벼워진 내 몸은
토카타의 그 자유로움을 날아 타고
마루를 날고 마당을 날아서
담장을 뛰어 넘고 동네 어귀를 빠져 나가
저 너른 들판 어디론가로
마냥 훨훨 날아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자유로운 영혼, 존재의 가벼움 이랄까...
토카타를 듣고 있던 그 순간의 나는
인간이 아니라 한 개의 깃털 일 뿐이었다.
그 이후로도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것들이
몇 개 더 있는데,
풔 이그잼플~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미쓰 싸이공,
실바도르 달리, 프리다 칼로, 밀레, 고흐,
릴케, 버지니아 울프, 죠류즈 상드, 알프레드 드 뮈세,
하루키, 코엘료, 기형도... 또 뭐가 있냐... ㅠㅠ
여튼, 이렇게 나이를 먹은? 지금에도
그 옛날 그 순간의 충격과 경이와 전율을 떠올리자면,
여전히 가심이, 가심이, 가심이...
쾅쾅 뛰고 피가 갑자기 마구 샘솟는 것 같은
강한 환희에 몸을 부르르 떨게 된다.
이런 쌔...한 느낌을,
마구마구, 넷마블, 피망, 닌텐도 등,
컴퓨터 게임에 열광하는
요즘 아이들과 젊은 세대들이
과연 제대로 알기나 할까....
자극적인 사행성 오락 게임 등이 주는
희열과는 또다른 충격과 환희가 있음을...
우리 아이들 세대들도
좀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
끝으로,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인물 중의 하나인
뮈세의 시 한 수 내려 놓습니다...
『나는 힘과 생기,
친구들과 쾌활함을 잃었다.
천재성을 믿게했던 자존심도 잃었다.
진리를 접했을 때,
그것이 나의 벗이라 믿었다.
진리를 이해하고 느꼈을 때,
이미 그것에 진저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진리는 영원하고,
진리를 모르고 산 사람들은
세상에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 셈이다.
신이 말씀하시니,
우리는 답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내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의
'슬픔' 이라는 십니다...
문득 생(生)은 슬픔을 영양으로 취하며..
슬픔을 거쳐 충만으로 나아간다는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오르네요...
슬픔도 때론
힘이 될 때가 있으니 말입니다...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은..
언제 읽어도 가슴을 에이게 합니다...
주로 소설과 희곡을 써왔던 뮈세는..
20세 때 첫 시집..
'스페인과 이탈리아 이야기'를 내며..
낭만주의의 거장 '빅토르 위고'의
영향을 받았으나..
갈수록 낭만주의 기교에 환멸을 느끼게 되고..
그로인해 위고와 불화를 겪으면서
대중에게서 잊혀져가는 시인이 됩니다...
그러나 37세 때 발표한
희곡 '변덕'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잊혀졌던 시도 다시 주목받게 돼..
베스트셀러 시인이 되지요...
23세 때 시작된 조르쥬 상드와의 사랑은..
그의 삶과 문학에 큰 자국을 남깁니다...
상드와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소설 '세기아의 고백'을 썼으며..
당시 프랑스 문단의 큰 관심을 끌었지만..
정작 논란의 대상이 된
사랑이야기는 없었다고 하네요...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들 중
뮈세의 사랑 만큼 불행한 사랑은
없었다고 할 정도로..
잔인한 사랑을 경험한 그였지만..
"사랑은 시인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고통을 겪지 않은 사랑은
시인에게 의미가 없다" 라고 그는 말합니다...
시란 '한방울의 눈물로
진주를 만드는 것' 이라는 말로..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킨 뮈세를..
훗날 독자들은..
'사랑의 시인'이라 부릅니다...
연인이었던 작가 조르쥬 상드를 잃고..
그 슬픔이 얼마나 컸으면..
유일한 진실이 이따금 우는 것이었을까요..;;
..
..
허접한 글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께
공손히 배꼽손 인사 올립니다... ㅡ.ㅡ
꾸......뻑..... ㅡ.ㅡ
♬ Daveed / Tango
첫댓글 아, 대화 신청이 들왔는데,
뉘신지 확인이 안되네요... ㅠㅠ 죄송...;
지금 나가봐야는데,
어쩌죠??
뉘신지 모르오나, 나중에... ;;;
이 컴 맛탱이 갔슴.... ㅠㅠㅠ
불러도대답없는헤쌤....;;;;;;;
건아니구..여쭐게있어서여컴이 맛탱이마니갔나보옷
ㅠㅠ
담에하죠....
마이클땜시...이케의인생이 송두리째..뒤죽박죽이됐소...
천지개벽을넘어선....괴롭소...자유로운영혼의가벼움...
깃털같은가벼움으로 살고있었으나..
그저..전...헤쌤글을 읽고보니...
헤라님~~ 그림이 참 예뻐여.. 이것또한 어디서 구해오셨나요.ㅋㅋㅋㅋ 님의 정성가득한 글 잘 읽었답니다... ㅎㅎ 감사해요...
마쟈요~~ 그림들 어디서 업어오셨어욤? 정말 이뻐요 ^^
시간여행을 하고 온 느낌이네요~ 내공이 기냥 쌓이는게 아니죠? 헤라님한테 어울리는 말
헤라님~ 아직 오페라의유령 안보셨는지요? 그기 나오는 유령 음악의천재 팬텀을 보면서 내내 마이클이 생각났어요!!
아 참~ 글구 마이클이 오페라의 유령에 한참 전성기때 팬텀으로 출연할뻔 했다고 하네요 ~ 오페라의 유령을 좋아해서
여러번 공연장을 찾기도하구 ~~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가슴까지 포근 따끈해짐시롱...... 좋은글.. 이쁜 그림 보다 지는 타 죽겠사와요..........
헤라님의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부럽네요. 헤라님의 에세이 한편을 읽으니 예전에 읽었던 책들(특히 카뮈의 이방인)이 다시한번 읽고 싶어지네요.
헤라님..저도 비슷한 그림이 있는것 같기도 한데....사진 복사을 하고 싶은데..어떻게 안될까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그림이라서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딘가에 심취해 본다는것 ....
음악이 있었죠...아주 오랜동안 (그분만 존경했습니다)...
지금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려 버린분이 계시죠...
마이클 잭슨..디스이지잇 영화을 보면서 (어떻게 글로 표현이 안되네요 그때의 충격은 제 인생에서 충격자체였습니다....)제가 알고 있는 마이클 잭슨이 아니구나....춤을 잘추는것 익히 알고 있지만 ...왜 팝에 황제지...다시한번 알게 되었네요...너무 늦게 알게되서 너무많이 속상하고 제 자신이 너무 마음이아픈니다....
투명한 수채화같은 글과 그림 너무 이뻐요 헤라님*~♥♥♥♥♥♥♥
제가 이시점에서 싱크로율을 아니 말 할 수 없다는...
전혜린 어떻할 꺼야...
나도 저 책 고딩때 읽고 ..........완전 울쯩 지대로 왔는뎅
아직도 그 책 냄새 ...기억난다는 ...
미싸공은 곧 볼 예정 이고 ...
까뮈는 말할 것도 없고 ...
언냐
어/디 /있/었/소...............?
헤라성님.. 근데 진짜 멋지당!!
전 이렇게 매력적인거에 푹푹 잘 빠지는 분들과 같은 과인거 같아욤!!
한번 빠지면 끝을 보고 바닥을 쳐야 빠져나오니 원.. 헐헐.
역시~~헤라님은 참.....
음악이면 음악,미술이면 미술,문학이면 문학,..철학...감성...등...
다방면으로 조회가 깊으시네요.
님의 팬이 되길 잘했어요,ㅎㅎㅎ
헤라님의 글을 볼 때는 항상 눈을 크게뜨고 보게되요.
좋은하루 되세요~^^
헤라님 대단하세요~인생에 몇번 특히 사춘기시절엔 음악이나 문학에서 많은 감동을 받곤하죠 .
저도 그때 헤세나 루이제린져 등의 책을 읽고 떨리는 감정 많이 느꼈는데요..특히 헤세의 데미안을 텅 빈 집을 혼자 지키며 밤새 읽은 그 때가 아직 생각나요. 음악이든 문학이든 손에서 놓지않고 늘 가까이 한다면 인생은 그 만큼 풍부해지고 행복해지는거 아닌가싶어요.
헤라님과 별님의 글은 꼭 빼놓지 않고 읽고 스크랩해가지요..다방면에 박학다식한 글..무슨말인지 잘몰라도 배워갑니다..옛날 한친구에게서 선물받은 이방인..그땐 제게 너무 난해했던 책!!다시 읽어야겠군요..헤라님 아름다운 감성의 소유자~~감사합니다^^
글과 그림,,음악................너무 좋아여!!! 글빨이 튀는 이유가 다 독서를 많이한 것이였어여..헤라님..역쉬!!
버지니아 울프, 전혜린...참 안타깝죠.. 바쁜거 지나심 자주자주 나눠주세여~^^
어머나... 헤라성 .....
뭔가... 언니야랑 ....
술 한 잔 하고 시프다 ....
마이클을 처음 접한게 생각나네요 엠피에 넣어뒀던 힐더월드 3마디 듣고 바로 빠졌죠.아직도 그 느낌은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아요 머리에 뭐가 스쳐지나갔던 느낌.. 그리고 PMP에는 마이클의 폴더가..음악인을 꿈꾸는 저로서는 마이클잭슨은 정말 저를 풍성하게 해준 뭐라 형용할수없는 깊숙한곳에 자리잡힌 존재에요.
그리고 코엘료 그의 글을 읽고 많은것을 느꼈고, 20c 최고의 소설가라 칭해지는 토마스만의 소설들도 인상깊었답니다:) 토니오 크뢰거를 읽고 뭔지모를 느낌에 사로잡히고 그로인해 뭔가 생각하면서.. 아직 청소년기라는 변명으로.. 이런글이나 파우스트라던가 그런글을 읽으면 명쾌한 결론이 나오진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