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스쿨존 음주운전 단속… 하루 낮에만 55건 적발
승아 사건 계기… 7주간 불시 단속
올해 낮시간 음주사고 1.5배 늘어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고은초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경찰관들이 대낮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차량 내부 공기를 빨아들여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비접촉 음주감지기를 활용해 단속을 진행했다. 이날 이곳에서 음주 단속에 적발된 차량은 없었다. 송은석 기자
“차에서 내려주세요.”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고은초등학교 인근 도로.
경찰이 들고 있는 음주측정기에 붉은색 표시등이 켜지자 경찰이 운전자를 차에서 내리게 했다. 운전자가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는데 이상하다”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경찰은 종이컵에 생수를 따라주며 입을 헹구고 다시 측정하게 했다. 이 운전자는 두 번째 측정에서 정상이라는 의미로 파란색 불이 들어온 후에야 현장을 떠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가끔 졸음방지껌 때문에 음주한 것으로 측정되는 경우가 있다”며 “대신 현장에서 술냄새가 나면 정밀 측정을 실시한다”고 했다.
8일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배승아 양(10)이 숨지고, 9일 분식집을 운영하며 세 아들을 키우던 김모 씨(49)가 역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나는 등 음주운전 사고가 이어지자 경찰이 집중 단속에 돌입했다. 두 사고가 낮 또는 이른 저녁 시간에 일어난 것을 감안해 7주 동안 낮 시간대에도 전국 곳곳에서 불시 단속을 실시한다.
고은초교 앞 스쿨존 도로에선 경찰 12명이 투입됐는데 2시간가량 진행된 집중 단속에서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이날 오후 1∼3시 전국 스쿨존 인근 등 431곳에서 단속을 실시해 총 55건의 음주운전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기준(0.08%)을 넘긴 운전자도 13명이나 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주간 시간대(오전 6시∼오후 6시)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나 늘었다. 전체 음주운전 교통사고에서 주간 시간대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도 22.9%에서 41.2%로 뛰었다. 이날 고은초교 스쿨존 음주단속 현장을 찾은 윤희근 경찰청장은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행위”라며 “음주운전자에 대해 법에서 정한 최고 형량의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해 엄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주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