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풀 코스 마라톤을 37회 완주를 했는데 가장 즐겁게 달린 대회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별로 힘들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으며 시종 즐거운 마음으로 끝까지 달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 특히 30km 이후 많은 주자들을 추월하면서 힘이 넘치는 주법을 구사할 수 있었으며 내게 이런 힘이 어디에서 나올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기록과 등위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번 참가자 2만 여 명중 내가 712번째의 기록으로 참가를 하게되었는데 적어도 600위안에는 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기록과 관계없이 나는 무척 잘 달린 것이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것은 마라톤이라는 게 대회마다 조건이 다르기에 그 조건에 따라서 기록도 편차가 있을 수 있고, 그래서 기록보다는 참가자의 등수가 오히려 그날 레이스의 호불호를 가름하는데 더 중요한 요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스스로 잘 달렸다고 생각하며 달리고 나서도 기분이 좋았고 기록 또한 크게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고관절의 통증으로 인하여 염려를 많이 했었다. 그래서 대회에 임해서도 중반까지 고관절의 통증으로 원활한 레이스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록이나 레이스의 질에 대해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으며 최소한 3시간 5분 안에 들어오면 크게 실망스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 훨씬 빠른 기록으로 골인을 하였고 게다가 시종 즐겁게 달릴 수 있어 크게 만족을 하였다. 각설하고 대회후기에 들어가 본다.
************************************************
곰돌이형과 대회장에 도착하니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아침 기온이 영하 7도라는 일기예보와 걸맞게 날씨는 여전히 추웠고 대회 출발시간이 1시간 밖에 남아있지 않는데도 마음은 여전히 움츠려 들었다.
A그룹에 가서 복장을 갖추려고 다른 러너들을 보니 짧은 마라톤 복만 갖춘 러너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본래 상하의 모두 타이츠를 입으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상의는 타이츠에 하의는 마라톤 팬츠를 입고 가져간 헌 바지를 위에 껴입고 준비운동을 했다 그리고 출발 5분전에 바지를 벗고 출발선으로 이동을 했다.
엘리트 선수들이 8시 정각에 출발을 하고 그보다 9분이 늦은 8시 9분에 마스터스 러너들이 출발을 했다. 날씨는 쾌청했으나 기온은 영하의 차가운 기온 이였으며 바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중간지점에서 출발을 해서인지 앞 사람들 때문에 달리기에 방해가 된다.
초반 5km는 빨리 달리는 것이 좋을 것 없다는 생각을 하며 남대문을 돌아서 을지로 5km지점을 통과하니 21분 37초다. 조금 늦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 컨디션도 그렇고, 특히 고관절의 통증으로 진통제를 먹은 몸 상태를 생각하면 이 정도 속도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잘 달린다. 잘 달리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다. 이것이 초반 5km를 달리고 내가 생각한 바이다. 10km지점에서 시간체크를 해보니 21분 04초. 그리고 15km는 20분 58초. 하프 지점까지 대략 1시간 30분이 다 되어서 통과된 것 같았다.
이렇게 느린 속도로는 서브쓰리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튼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달리기를 이어갔다. 페이스는 느려지지 않았다. 30km지점까지는 물결을 따라 그대로 달리기가 이어졌고 30km 이후에는 정말 멋지게 달렸다. 수많은 주자를 추월했으며, 나를 추월해간 주자는 1-2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의 기세로 거칠 것이 없이 달려갔다.
시간을 보지 않기로 했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그리고 이 정도로 수많은 주자의 추월이라면 아주 좋은 기록이 나올 거라는 기대감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것은 기대감에 불과했고 골인 점을 통과하고 나서 기록이 오버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많은 주자들을 추월했는데도 기록이 좋지 않는 건 날씨로 인하여 주자들이 후반에 많이 지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30km 지점을 지나서는 바람이 많이 불었고 기온 역시 차가웠다. 그런 날씨 때문에 주자들이 많이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는 의외로 힘이 넘쳤으며 마지막까지 즐겁게 달렸다.
지금까지 이렇게 즐겁게 달린 대회가 없었으며 기록을 떠나서 가장 좋은 레이스로 간주되는 것은 그만큼 만족감이 크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 기록은 나의 전체 기록 중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러나 만족 도는 최고이다.
2005년도 동아마라톤 대회, 오랫동안 나의 기억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할 거란 생각이 든다.
첫댓글 천리마님! 정말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역시 진정한 참 멋쟁이 참 마라토너! 천리마 힘!, 힘! 화이팅! 혹시나 해서 일찌 감치 방문한게 역시나 뜀과 일과 천클 사랑에 부지런한 천리마님 참 수고 많았읍니다.
어제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가는 바람에 연락을 못했습니다... 추운 날씨인데도 즐겁게 달리셨다니 "축하"드립니다...
골인을 하고도 힘이 남았다고...힘들때마다 하늘을 쳐다보며 좋은사람들 생각을 떠올린다고 그러면 힘이난다고 하신말씀...저도 좀 떠올려 주세요^^ 가장 즐겁게 달리셨다는 동아대회.. 기록도 좋아서 더 기쁨니다. 빠른 피로회복 바랍니다.
어제 TV로 시청하면서 엘리트선수들의 초반 스피드가 장난이 아니더만요.. 중간중간 마스터즈들를 비춰주는데 혹여 낯익은 얼굴들 있나 돋보기(?)쓰고 쳐다봤습니다,, 헤헤~천리마님의 넉넉한 글에서 이젠 든든한 여유를 만납니다.. 애 많이 쓰셨습니다.
역시 멋진 매니아..천리마님은 진정한 챔피언 승리자 이십니다 매번......
보니 않았어도 눈에 선합니다. 정말 60-70세가 되어서도 그렇게 멋지게 달리실 분이세요....오랫동안~~전 열심히 하진 못하지만 쭈욱 보고싶네요.....
이젠 즐거운 달리기의 길까지 터득하고도 그런 좋은 기록이 나오니 주선의 경지에 들어선 듯 합니다. 천리만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