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난 세월 위안받으려 하지 말자
지난 세월 위안받으려 하지 말자
역겹다고도 생각 말자
나 혼자 늙으면 서럽다 하겠지만
누구나 늙지 않는 사람 없다
유유상종이라 나이가 든 또래
모였을 때는 몰랐는데
젊음의 자리에 끼어보니 세월 너무 빠르더라
요양병원에 가보니 그나마 다행이고
병 의원 가보니 걷는 것이 축복이더라
장례식장에 가보니
우울하고 찡그린 얼굴들 인생 허망하다는 이야기뿐이더라
나들이객이 모이는 유원지 공원에 가보면 여유롭고 행복해 보이더라
인천국제공항 해외여행객들의 줄지어 있는 모습들
등산 스포츠 걷기동호회 등..
똑같이 선물 받은 나그네인데 각각 다름을 본다
환경이 몸을 바꿔주고 있다
인분이 방에 있으면 똥이고 밭에 있으면 거름이듯
가는 길은 하나뿐인데 낙엽 되어 뒹굴다 떠나는 사람
꽃길만 걷는 사람 희망 있어 보이는 사람 사랑이 넘치는 사람
끝까지 저항하며 무거운 짐 버리지 못하고 해넘이에 이른 사람
부서진 몸에 이고 지고 버티느라 안간힘 쓰며 담대하게 살아봐도
비우고 버려야 하는 것을
주름살 펴가며 감사하게 살아야 하는 것을
행복이라는 아름다운 신발이 아까워
10년 만에 찾아 신었더니 단 하루 만에 헌신이 되더라
고급도자기 쓰지 않고 보관했더니
그 도자기 골동품으로 후손에 전수될 뿐이더라
값비싼 술 먹지 않고 간직했더니 그 술맛도 보지 못하고 세상 버리더라
모두가 꿈엔들 잊으리오 하지만
잊어버리는 것이 정답이더라
서럽게 궁상떨지 말고 있는 것이나 제대로 챙겨야 한다
오늘 아름다운 우리 삶을 떠나면
반세기 후에 다시 온다는 보장도 없고
한백년 일천년 지나서
이승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약속받은 일도 없다
무거운 짐 괴나리봇짐 지고 살아본들
누가 행복했다고 말해줄 사람 없다
살아서 삶에 눈 떠보면 오늘이 일백년이요 오늘이 일천년 아니겠나
주름잡고 살아본들 내일은 모르는 삶이다
오늘을 잘 살면 어제로 쌓여가고 그것을 잡으려 집착하면 내일은 증발되어 버린다
이 순간이 과거 미래가 함께 뒹굴며 살아 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만이 후대를 생각하고 사후를 이야기할 뿐 동물의 세계는 어디에도
사후를 말하는 곳 없다 디엔에이(DNA)는 사후의 과학적 증명일뿐
사람도 우주 만물의 일부분인데
특수하게 사람만의 역사관이요 풍속예절이다
자연현상범주에서 보면 별것 아니다
지금까지 연륜을 쌓으며 많은 일들 해왔는데
현재를 행복하게 살면 그렇게 살아가면 될 일이다
행복이 지천이고 감사할 일 끝이 없는데
사대육신(四大六身)이 멀쩡한 것만 해도 기적 아닌가
나를 벗어나 나를 찾느라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지
늙음을.. 아니 지난 세월을 위안받으려 하면
경청해 주는 사람을 구차하게 만들 뿐이다
나약하고 어두운 습성은
지인이나 이웃에게 기대는 모습으로 보이고
초췌해지며 삶에 중심을 잃게 된다
흥망성쇠의 과거 지난 세월들
뒤집어 이야기 한들
레코드판의 낡은 잔소리일 뿐
이미 지나갔으니 위안 받으려 하지 말자
한탄의 강물로 휩싸이기 전에
나를 사랑하는 당당한 모습으로
행복에 물들어가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옹골차고 건강하게 살면
장수백세의 경지가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시인 / 수필가 / 장편소설가 /현법 / 유 재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