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지효는 지난 6일 종영된 MBC 사극 <주몽>(극본 최완규, 정형수ㆍ연출 이주환)에 대한 아쉬움이 크기만 하다.
작품에 중간 투입돼 앞으로 연기 인생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소중한 경험과 자산을 얻었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 작품에 기여한 점은 부끄러울 정도로 미미하다는 겸손해 한다.
“모든 촬영을 마치고 난 뒤 허전함과 아쉬움이 밀려 들었습니다. 제 인생의 버팀목이 사라졌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죠. 무엇보다 아쉬운 건 제가 너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너무 고마운 작품인데 스스로 미안한 마음을 지닐 수밖에 없어서 아쉬움이 짙어져 갑니다.”
송지효는 합류 단계부터 우여곡절을 겪었기에 <주몽>에 대해 느끼는 의미가 남다르다. 송지효는 <주몽>의 인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지난 2006년 8월 주몽의 부인 예소야 역으로 전격적으로 작품에 합류했다.
당시 주몽의 연인으로는 신예 임소영이 호응을 얻고 있었다. 임소영의 하차 이후 합류한 송지효는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해야 했다. 올해 초 인터넷 문화의 화두였던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던 것이다.
“부담이 정말 컸어요. <궁>에 출연할 당시에도 악녀형 캐릭터와 연장 방영 불참으로 악성 댓글에 적지 않게 시달렸기에 ‘두고 보자’는 네티즌들의 시선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죠.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하면서도 인터넷 보기가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인가 인터넷을 보다가 네티즌들이 저에 대한 칭찬을 올린 걸 봤어요. 어찌나 스스로 대견하던지….”
송지효가 <주몽>에 임하면서 견지한 자세는 ‘초심을 잃지 말자’였다. 처음 합류할 당시 부담감 때문에 전에 없이 열심히 작품에 임한 마음 가짐을 끝까지 유지하자는 뜻이었다.
송지효는 그 점에 대해서만큼은 만족하고 있다. 연기에 임하는 동안은 단 한 순간도 나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칭찬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송지효는 <주몽>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것 중 으뜸으로 ‘모성애’에 대한 기억을 꼽았다. <주몽>을 촬영하는 대부분의 기간 동안 함께 한 유화부인 역의 오연수를 통해 배운 감정이다.
오연수는 9세 연하의 송지효를 극중 며느리로 맞아 실제로 시어머니가 정을 쏟듯이 많은 걸 전해줬다. 송지효는 오연수로부터 연기에 대한 부분부터 태도에 대한 부분까지 참된 연기자가 되기 위한 전인교육을 받다시피 했다.
송지효는 스스로 예소야의 캐릭터를 ‘리틀 유화부인’으로 설정했기에 오연수의 가르침은 모든 것이나 다름 없었다.
“저는 촬영 현장에서 오연수 선배를 ‘어머니’라고 불렀어요. 촬영 외에 대화를 나누면서도 어머니라고 불렀죠. 오연수 선배가 극중에서 죽음을 맞을 때 저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저는 어찌하나요”라고 실제로 눈물을 흘리며 말씀드렸죠. 오연수 선배는 “꿈도 꾸지 말라”고 웃으며 말씀하시더군요.”
송지효는 이후 유리(안용준)의 어머니로 모성애를 한껏 펼쳐 보이는 연기를 선보였다.
오연수로부터 배운 걸 후배에게 베푼 셈이다. 모성애에 대한 기억은 이제 27세로 결혼을 생각할 법한 나이의 송지효에게 색다른 의미로 다가가진 않을까 궁금했다.
“아직은 연기가 좋아요. 사랑은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해도 늦지 않으리라는 생각입니다. 당분간은 연기만 생각하고자 합니다.”
송지효는 조만간 전남 완도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완도는 송지효가 <주몽>에 합류하면서 첫 촬영에 임한 장소다. 완도 촬영지를 돌아보며 <주몽>에 대한 소중한 기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