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스스로 이동할 수가 없다. 때문에 자손의 전파를 위해 저마다의 전략을 구사한다. 바람, 물, 곤충, 동물, 사람을 꽃가루매개자(pollinator)로 이용하는 것이다. 꽃가루매개자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곤충이며, 곤충 중에서도 벌의 역할이 압도적이다.
다른 곤충은 부업으로 꿀을 따지만, 벌은 전업이고 생업이기 때문이다.
벌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꽃이 수정을 하지 못해 식물이 결실을 못하면 인류도 4년이내 멸망할 것이라 한다.
벌은 신체의 생김새 하나하나가 꽃가루를 전달하고 저장하기에 적합하도록 설게되어 있다. 온 몸을 뒤덮은 털은 꽃가루가 쉽게 붙을 수가 있고, 뒷다리의 구조는 집으로 가져갈 꽃가루를 뭉쳐 매달기 좋도록 생겼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곤충들도 색맹이라고 한다. 벌은 노란색-흰색-파랑-보라 계통의 색깔은 구분하지만 빨강색-자주색은 잘 구분하지 못한다. 대신에 사람이 보지 못하는 자외선이 보이기 때문에 벌이 보는 꽃의 색상은 다르다고 한다.
반면에 나비는 빨강-주황 색깔만 구별을 하고, 대롱처럼 생긴 빨대로 꿀샘이 깊은 길다란 꽃을 주로 찾아 다닌다. 그리고 꽃등에 같은 파리 종류나 모기, 그리고 딱정벌레의 경우는 색깔보다는 냄새에 이끌려 꽃을 찾는다.
종류가 다양한 벌 중에서 인간에게도 이로움을 주는 기특한 녀석은 꿀벌이다. 엄밀히 말하면 인간이 꿀벌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비자발적이긴 하다. 꿀벌은 꽃가루를 배달해 주고 얻어오는 꿀(nectar)과 꽃가루(pollen)를 집으로 가져와 어린 새끼들을 양육하고 남은 것은 저장해 놓는다.
이러한 꿀벌의 행태를 이용해 대체식량인 설탕을 주고 꿀을 취하는 것이 양봉 기술이다. 꿀벌 한마리가 가져다 나르는 꿀과 꽃가루의 량이 40mg과 25mg 정도라고 하는데, 꿀벌 1천마리가 25번 출장을 갔다 오면 꿀 1kg이 모인다니 예상보다 놀라운 생산성이다.
려진 대로 꿀벌은 철저한 역할분담을 통해 집단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며 살아간다. 일벌-수펄-여왕벌로 이루어진 피라미드형 신분제가 그것이다. 개체수로 볼 때 여왕벌 한마리에 수펄 십여마리 그리고 일벌 수만마리가 집단을 이룬다.
한편, 알낳는 일만 하는 여왕벌과 교미할 수 있는 수펄은 그 임무를 마치고 나면 집단에서 추방되거나 죽임을 당한다. 말그대로 일벌은 평생동안 일만 한다. 꿀과 꽃가루를 모으고, 집을 짓고, 새끼들을 돌보고, 적이 침입하면 목숨을 걸고 싸운다.
당연하게도 일벌은 모두 암컷이다. 여왕벌과 일벌 모두 암컷으로 태어나 3일간은 똑같이 로얄제리(Royal Jelly)를 먹는다. 그 이후 계속 로얄제리를 먹으면 여왕벌이 되고, 대신 꿀을 먹으면 일벌이 된다.
꿀을 먹는 일벌의 생식기능은 점차 퇴화되고, 여왕벌만 알을 낳는 유일한 암컷으로 남게 된다. 일벌의 수명은 한달반 정도이지만, 여왕벌은 육칠년 정도를 살면서 약 200만개의 알을 낳는다. 몸집의 크기도 여왕벌이 두배 이상 크다. 무얼 먹느냐에 따라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다시 꽃과 벌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꽃의 색이나 향기에 이끌려 방문을 하지만 벌이 좋아하고 자주 찾는 꽃은 당연히 꿀샘이 넉넉하거나 꽃가루가 많은 쪽이다. 또한 덩치가 큰 꽃 보다는 작은 꽃들이 뭉쳐 피는 통꽃을 더 좋아한다. 이를테면 노동생산성을 생각하면서 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벌은 3월 유채꽃, 5월 아카시아꽃, 6월 밤꽃으로 대표되는 채밀(採蜜) 시기까지는 고된 노동의 대가를 설탕으로 받을 뿐이다. 사실상 일벌들이 진짜 꿀을 먹을 수 있는 시기는 여름이후이다. 때문에 양봉농가에서 여름꽃과 가을꽃 중에서 밀원식물들을 벌통 주변에 심는 것은 근로자인 벌들에게 보너스를 주는 배려인 셈이다.
<밀원식물 초화류>
꽃향유
파셀리아
아스타
금잔화
금관화
물망초
백리향
오브리에타
고데치아
이베리스
아게라텀
금어초
무스카리, 크로커스, 히야신스
알스트로메리아
에키움불가레
오레곤개망초
야곱의사다리
양미역취
꽃뱀무
스위트피
산호덩굴
클레마티스
잉글리쉬데이지
클로버
루피너스
디기탈리스
캄파눌라
버베나
란타나
설화
리나리아
네모필라
니겔라
글로브길리아
림난테스
스위트알리섬
한련화
다알리아_홑꽃
솔체꽃
수염패랭이
꽃양귀비
금영화
수레국화
안개꽃
천인국(인디언국화)
스윗술탄
백일홍
금계국
코스모스
톱풀
메밀꽃
샐비어
펜스데몬
버바스쿰
월플라워
접시꽃_홑꽃
리아트리스
루드베키아
에키네시아
해바라기
망종화
보리지
램스이어
배초향
블루세이지
벨가못_비밤
차이브
컴프리
헬리오트로프
잉글리쉬라벤더
프렌치라벤더
로즈마리
오레가노
캐트닢
고수
펜넬
탄지
스피아민트, 페파민트
<밀원식물 화목류>
아카시아
밤나무
쉬나무
단풍나무(은방울꽃나무)
배롱나무
마가목
사과나무
체리나무
산딸나무
때죽나무
산사나무 등등
출처—-모야모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