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권순학
생생한 나쁜 꿈을 꿨다
태아처럼 웅크린 채
검은 수염이 부고訃告처럼 달린 숲으로
바람 빠진 자전거를 타고
운명처럼 달리고 있었다
샘솟는 터널 너머 노을은 끊어지고
지나온 길마다
고뇌와 노동의 낙엽들만 무성했다
일기예보와 상관없이
구겨진 뉴스가 싸락눈처럼 내리고
굽은 목마다
충전充電 줄이 걸려 있었다
흔들리는 허기
바스락거리는 약봉지들
철새처럼 나는 나날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희미한 좋은 꿈도 꿨다
쉼표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늘지 않는 바이올린 현
그 곁에 홀로 서 있었다
그러나 혼자는 아니었다
오전에 날개 단 빈대가 다녀갔고
석양 같은 그의 웃음이
등 한가운데 가려움으로 남았다
텅 빈 거울이
알 수 없는 노래를 불러댔다
그럴 때마다 고래처럼 흰 수염이 늘고
별의 눈,달의 혀로 장조 단조 섞어
악보를 퇴고하는 나날이 늘었다
가물가물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모두
내게 좋은 꿈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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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약력(저서명,대학,문학상 경력) : 권순학, 대전 출생.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제어계측공학과 학사 및 석사. 일본 동경공업대학 공학박사. 2012년《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바탕화면>, <오래된 오늘>, <너의 안녕부터 묻는다>와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가 있음. 현재, 영남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과 교수이며 한국시인협회 회원임.